尹 “아내와 관련된 국민 비판 달게 받겠다”…金 직접 사과는 미지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건희씨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건희씨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7일 자신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 의혹과 관련해 “이유여하 불문하고 경력기재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 김건희 논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고개 숙인 윤석열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분들께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다.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 그건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 그리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는데, 전날만 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려 해도 ‘이 부분에 대해선 이 점은 인정한다’ 하면서 사과해야지 잘 모르면서 그냥 사과한다는 것도 좀 그렇지 않느냐. 국민 비판에는 사과하지만 민주당의 과도한 공세에 대해선 정확한 진상을 국민들도 아셔야 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팩트체크는 한다는 입장”이라고 일단 사실관계를 일일이 확인 후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만 사과하겠다는 뜻을 고수했지만 타이밍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압박이 높아지자 이날 바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윤 후보가 사과하기 직전인 이날 오전만 해도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의 사과에 대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이준석 대표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선 겸손한 자세로 확인 과정을 거쳐 늦지 않은 시간에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사과하더라도 어떤 범위에서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고 사과와 별개로 모든 과정에서 저자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뿐 아니라 김영환 국민의힘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장도 같은 날 SNS를 통해 “리스크보다 중요한 것이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다. 우리의 리스크를 상대의 리스크로 덮을 수 없고 은둔하면서 해명하는 일이 어렵고 불필요하다”며 “신속한 해명과 사과가 필요하다. 정정당당하게 임해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고, 심지어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던 김부선씨까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정서가 아내분이 잘못한 것이라니 사과는 빠를수록 좋다.윤 후보만이라도 제발 쿨하게 사과하라”고 호소했다.

더구나 하나를 해명하면 또 다른 허위 경력 의혹이 제기되는 등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어 이를 규명하겠다면서 시간을 보내다간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미 사과한 판국에 윤 후보는 사과할 시점조차 놓칠 수 있다는 판단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전날만 해도 지난 2003년 도록 전시경력에 김씨가 삼성미술관 기획전을 넣어놨지만 정작 삼성 리움 측에선 개최한 사실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허위 경력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 팩트체크 강조하다 지지율 요동…‘늑장 사과될라’ 우려

빠른 사과를 촉구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좌)과 이준석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빠른 사과를 촉구한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좌)과 이준석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비록 김씨가 이에 대해 “당시 전시회는 삼성미술관이 아니라 분당 삼성플라자에서 했다. 당시 미술계에선 삼성플라자 내 갤러리를 삼성미술관으로 불렀다”고 해명했지만 MBC까지 이날 “지난 2001년 김건희 씨가 한림성림대에 제출한 이력서에 ‘1995년 5월 미술세계대상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고 되어 있지만 이 대회 수상자 2백여 명의 명단이 실린 당시 월간 미술세계 8월호를 확인한 결과 김씨 이름은 없었다”고 의혹보도를 냈고 김씨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입장을 내놔 허위경력 의혹은 한층 짙어졌다.

이를 의식한 듯 윤 후보도 전날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화상 간담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위치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부인에게 요구하는 윤리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기대하는 눈높이와 수준에 미흡한 점에 대해선 국민에 늘 죄송한 마음”이라며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15일 김씨가 사과 의향을 내비친 데 대해 “그런 태도는 적절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제3자적 평가를 내린 반응보다는 일보 진전된 반응이지만 공식 사과 표명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이에 “사과에 공식과 비공식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즉답을 피하던 윤 후보는 17일 중앙선대위 전략자문위원들과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쓴 소리를 많이 해 달라”고 주문한 뒤 김씨 의혹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오후 팩트체크보다 일단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심상찮은 여론 동향을 먼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해 17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4자 대결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후보가 36%, 윤 후보는 35%로 나왔는데, 2주 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비해 이 후보는 그대로인 반면 윤 후보만 1%P 하락했다는 점에서 이 후보 아들의 불법도박 논란보다 먼저 터졌던 윤 후보의 부인 의혹에 따른 여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이 대표조차 초조한 듯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대표로선 환장하겠다. 우리 측 악재가 하루 이틀 먼저 나와서 선 반영됐던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신은 차려야 한다. 누가 더 악재에 영향 받느냐에 따라 평가받는 지점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비록 이날 윤 후보가 공식 사과 표명으로 직접 수습에 나섰으나 발표문을 읽은 뒤 ‘김씨에 대한 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하나에만 답하고 곧바로 퇴장해 얼마나 여론에 와 닿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이번 사과가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라고 설명한 이양수 수석대변인의 발언을 봐도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 이 수석대변인은 17일 윤 후보의 사과 직후 기자들에게 “오래된 일이라 사실관계 확인이 쉽지 않고 한참 뒤에 사과드리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오늘 사과한 것”이라며 “‘인정했다’와 ‘안 했다’가 섞여 있다. 사실로 드러난 부분은 인정하고 사실이 아닌 것은 의혹인 것”이라고 덧붙여 결국 여론에 떠밀린 사과를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게 만들었다.

◆ 김건희도 사과 나설까…尹 “사과 의향, ‘사과 예정’ 뜻 아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가 청와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가 청와대에서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일단 윤 후보가 사과하면서 김씨에 대한 의혹이 일단락될지, 아니면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씨까지 전면에 등장해 입장을 내놓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 지난 16일 김씨의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해 김종인 위원장은 “본인이 실질적으로 과거에 잘못한 게 무엇인지는 본인 밖에 모른다. 어제 본인이 사과한다고 했으니 앞으로 어떤 형태로 표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사실관계란 게 뻔한 것 아니겠나. 앞으로 어떻게 사과하는지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김씨 논란이 개인적 차원에 그친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듯 김 위원장은 17일 “선대위 차원에서 건의하는 거지, 후보 가정에 관한 문제를 선대위가 직접 나서서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선대위와는 확실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고, 이 대표 역시 SBS라디오에서 “사생활까지 검증하고 들어가기는 저희가 들여다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역설적으로 인사청문회 때 민주당에서 검증을 세게 안해서 축적된 자료가 별로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이번 의혹을 사생활 범위로 못 박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번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할지 말지 풀 열쇠는 온전히 김씨에게 달려있지만 그가 앞서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만 밝혔을 뿐 수원여대 교수 초빙 지원서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서도 대단한 게 아니란 식의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내놓은 데다 그 외에 추가로 제기되는 의혹에도 줄곧 반박 입장만 내놓고 있어 김씨의 직접 사과는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윤 후보 역시 지난 16일 오전 당사 앞에서 ‘사과할 의향이 있다’는 김씨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할 예정이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해석을 내놔 이번 논란에 대한 모든 사과는 17일 윤 후보의 사과로 종결짓겠단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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