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출신 김한길, 尹 캠프 오더니 국힘 출신 박창달, 李 지지 선언

박창달 전 한나라당 의원(좌)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창달 전 한나라당 의원(좌)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외연 확장을 노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던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21일 윤 후보와 직접 만나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기로 하면서 보수진영 측에 합류하자 지난 25일에는 보수 원로 정치인인 박창달 전 한나라당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돕기로 선언하며 진보진영 측으로 넘어가 이념성향은 정치권에서도 더 이상 지지후보 선택 기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45년 간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활동해온 박 전 의원이 이 후보와 만난 뒤 그의 대구·경북 미래발전위원장 겸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수락한 점은 지역정가에도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는데, 줄곧 보수의 아성인 대구지역에서 활동해온 정치인인데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 캠프 대구·경북 총괄본부장 겸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후보가 낙점된 뒤 지난 19일 “이 사람 저 사람 영입을 이해 못하는 상황이 됐다. 정권교체를 핑계로 당이 정체성마저 잃었다”고 꼬집은 박 전 의원은 그 즉시 국민의힘을 탈당함으로써 ‘원팀’이 이뤄지지 못한 게 아니냐는 경선 후유증을 여실히 보여준 데에 그치지 않고 결국 민주당 후보를 돕겠다고 밝혀 이번 대선에서 더 이상 이념이나 정체성은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재확인시켜줬다.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특보단장과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도 맡은 바 있는데다 당내에서 활동하던 시절엔 조직부장, 사무처장 등을 맡아 조직 관리에 능한 인물인 만큼 이 후보 선대위에 합류해서도 이 같은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자신의 캠프 인사가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점을 의식한 듯 홍준표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골수 민주당 출신이 우리 당에 오는 것이 참 놀라웠는데 우리 당에서 45년 헌신한 분은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여야를 넘나드는 80 넘은 노정객을 두고 여야가 쟁탈전을 벌이는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당의 구분이 모호해져 가는 대선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정권교체를 하자는 것인지, 정권교대를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대선판이 되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당혹스럽겠다”며 “안갯 속 대선판”이라고 이번 대선을 평했는데, 자신이 만든 청년과의 소통 플랫폼인 ‘청년의꿈’에선 박 전 의원이 민주당으로 간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질문에도 “정당의 구분이 없어졌다. 골수 민주당 출신인 분도 우리 당으로 넘어왔으니 비난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박 전 의원의 이 후보 지지 표명 이후 친윤석열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데 대해 홍 의원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당내 경선 당시 윤 후보 측과 홍 후보 측 사이에 쌓인 앙금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음을 에둘러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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