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3년 만에 IPO 추진 계획 밝혀
내달 상장 예비심사 청구…“자본규제 대응·신사업 투자 활용 기대”
어피너티컨소시엄 “신창재 회장 풋옵션 의무부터 이행하라”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 추진을 재개한다. 내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신창재 회장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은 교보생명의 IPO 재추진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신 회장의 풋옵션 불이행 지원 등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이 지난 2018년 추진한 IPO가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된 원인인 신창재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판단해 재차 IPO를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 중 국내 상장한다고 결정했다. ⓒ시사포커스 DB
교보생명이 지난 2018년 추진한 IPO가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된 원인인 신창재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판단해 재차 IPO를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 중 국내 상장한다고 결정했다. ⓒ시사포커스 DB

■ 교보생명, IPO 재추진 계획 발표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IPO 절차를 재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내달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 IPO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이번 IPO 추진에 대해 2023년부터 적용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K-ICS(신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해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장기적으로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공모 규모와 시기는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확정할 계획이다.

실제로 그동안 규제 불확실성과 초저금리 장기화로 생명보험사 주가는 저평가 국면에 있었으나, 최근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투자 여건이 다소 개선됐다. 교보생명은 내년 상반기 IPO 성공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신사업 투자 활용, 브랜드 가치 제고, 주주 이익 실현 등의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 하반기 IPO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그러나 대주주 간 발생한 국제 중재가 2년 반 이상 이어지며 IPO 절차도 답보 상태에 있었다.

대주주 간 분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최대 주주인 신 회장의 보유 주식 중 일부 등에 대한 가압류를 진행했다. 그러나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판정부는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요구하는 40만9000원에 주식을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양측의 채권-채무 관계는 물론 가액 산정도 달라질 수 있어 가압류가 해제될 수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지난 9월 ICC 중재판정부가 교보생명의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신 회장의 주식 매수 의무나 계약 미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최종 판결을 내렸다”며 “이에 경영상의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IPO 추진을 재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

■ 어피너티컨소시엄 “교보생명, 진정성 있나”

그러나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은 주주간 분쟁이 해결된 이후에 IPO를 추진하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이다.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는 “현재 ICC 중재판정에서 명확하게 신 회장의 계약위반으로 분쟁이 발생했다는 것이 인정됐으나 신 회장은 여전히 의무 이행을 거절하고 있다”며 “교보생명은 분쟁 당사자인 신 회장과 FI간의 협의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IPO 추진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체결한 주주간계약에서 약속한 IPO기한은 2015년 9월까지였으며 그것이 이행되지 않았고, 그로부터 3년 후인 2018년 10월에 FI가 풋옵션을 행사한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며 “이러한 주주간 계약과 풋옵션의 유효성은 ICC 중재판정에서도 모두 인정됐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은 이번 발표에서 상장 예비심사를 위한 기업 규모, 재무 및 경영 성과, 기업의 계속성 및 안정성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자증권 전환 등 실무적인 제도 도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대 주주의 주식 의무 보호예수 등은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주식 가압류가 해제되는 대로 충족돼 한국거래소가 요구하는 핵심 상장 요건을 모두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신 회장에게 IPO를 촉구한 2018년 9월까지 IPO추진을 미루는 핑계로 언급한 금리나 규제 환경이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며 “현재 시점에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언론에 IPO추진을 먼저 공개하고, 곧바로 가처분 담당 법원에 참고자료로 제출한 것을 보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회장은 과거 풋옵션이 행사된 직후인 2018년 12월에도 불과 3개월 전에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의한 IPO추진을 갑자기 선언하며 FI 압박수단으로 사용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 교보생명의 IPO 추진 발표도 신 회장의 풋옵션 불이행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중재판정을 통해 풋옵션의 유효성 및 신 회장의 주주간계약 위반이 다시 한 번 확인된 만큼 무작정 버티기식 계약불이행을 당장 그만두고 주주간 계약에서 정한대로 풋옵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신회장이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고 나면 주주간 분쟁은 해소되고 더 이상 교보생명의 IPO 진행에도 아무런 장애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하나의 판결, 두 개의 해석

이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지난 7월 ICC 중재재판부가 신 회장이 계약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신 회장이 어피너티가 제출한 풋옵션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하라고 주문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판정 직후 양쪽은 보도자료를 통해 서로 “우리가 이겼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교보생명은 “중재의 핵심 쟁점은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풋행사에 따른 매매대금 청구’였고 이것은 전부 기각됐다”며 “풋조항 자체의 효력에 대한 공방은 중재에서 다뤄진 여러 가지 내용 중 하나였을 뿐 핵심 쟁점은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주당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주장이었고, 중재판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중재판정부가 주주 간 계약의 풋조항의 유효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승소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피니티컨소시엄은 “교보생명 측의 자료를 기반으로 많은 오보가 발생하고 있다”며 판결문 원문 일부를 공개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공개한 판결문에는 ▲판정부는 신창재 회장 풋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에 충격받음 ▲이 모든 분쟁은 신창재 회장이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으면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것 ▲중재신청인(FI측)이 승소했음을 인정하고 패소한 신창재에게 투자자들의 법률비용 50%, 중재비용 100% 보상을 명함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하나의 판결문을 두고 양측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ICC 중재판정부는 결국 ‘풋옵션’ 액수는 차치하더라도 그 존재 자체는 인정한다는 판정을 내려 향후 풋옵션 가치 산정과 관련해 추가 소송 가능성이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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