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좀 더 출석 촉구하란 취지”…野 “공수처는 정치기구”

송영길 민주당 대표(좌), 김진욱 공수처장(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송영길 민주당 대표(좌), 김진욱 공수처장(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고발사주 의혹을 받던 손준성 검사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구속영장 청구가 결국 기각된 데 대해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권에서 제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다그치던 與, 영장기각에 당혹…“법원이 孫 범죄혐의는 인정” 아전인수 해석

법원이 26일 공수처가 손준성 검사(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상대로 청구한 첫 구속영장을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함에 따라 당초 체포영장 기각에 구속영장 청구로 배수진을 쳤던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 동력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공수처가 체포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라는 무리수까지 두게 된 배경엔 연일 ‘속도전’을 촉구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21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손 검사와 그 밑에 있는 두 분의 검사 3명이 조직적으로 김웅 국민의힘 후보와 함께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건 국기문란이고 총선 개입이고 탄핵 사유”라며 “빨리 결정해서 국민의힘에서 후보 결정하는데 판단할 수 있도록 검찰 수사가 신속하게 종결돼야 한다. 일단 공수처가 빨리 김 의원과 손 검사를 소환해 처리해야 한다”고 국민의힘 경선 종결 전 김 의원과 손 검사 소환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송 대표는 바로 다음 날인 22일엔 아예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가 제대로 존재 의미를 증명 받으려면 김웅, 정점식 의원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 왜 손 검사와 김 의원을 빨리 소환해 수사하지 않느냐”며 손 검사에 대해선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탄핵소추 대상이다. 대선 전에 결론 내지 못하면 정치적 논란이 될 것이다. 그래서 신속한 수사가, 공수처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공수처를 압박했는데, 결국 공수처는 이 발언이 나온 다음 날인 23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마저 기각되자 정작 손 검사를 조사하라고 촉구하던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는데, 급기야 송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검사에 대한 영장 기각과 관련 “일부 언론이 과대 보도한다”고 돌연 언론에 화살을 날린 데 이어 “이번 법원 판결의 분명한 것은 범죄 혐의 유무에는 전혀 시비 걸지 않았다.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라며 “단지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 조금 더 출석 촉구하라는 취지로 보여진다”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여기에 윤호중 원내대표는 영장 기각한 법원에 유감을 표한 데 이어 손 검사를 겨냥 “(손 검사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전날까진 조사를 미뤄달라는 무리한 요구도 했는데 주군인 윤석열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면 또다시 국민의힘과 야합해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불순한 의도 아닌가”라고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용민 최고위원과 김영배 최고위원은 이미 영장기각으로 타격을 입은 공수처를 오히려 더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였는데, 김용민 최고위원은 “손 검사도 출석을 약속했다고 하니 공수처는 오늘이라도 당장 소환해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구속하려고 한 것으로 보아 윤 후보의 혐의를 찾은 것으로 판단된다. 신속 수사로 국민에게 진실을 보고하기 바란다”고 주문했고 김영배 최고위원은 “공수처의 뒤에 국민이 있다. 확실한 정의의 칼을 써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도 같은 날 박찬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통화 녹취록 공개로 손 검사 관여가 명백해졌고 그간 검찰 조사에서도 고발사주 의혹에 관여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이 기대했던 사법정의와는 배치되는 판단”이라고 법원을 직격한 데 이어 경쟁주자인 윤 예비후보를 향해선 “윤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은 이미 끝났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책임을 떠넘겨선 안 된다”고 압박했으며 공수처에 대해선 “의혹을 풀어갈 핵심 인물에서부터 수사가 막힌다면 부실수사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 野 “고발사주가 아니라 공익제보”…尹 “정권 충견 노릇만 하는 공수처”

반면 야권에선 손 검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여당으로부터 이번 의혹의 표적이 됐던 윤 예비후보를 필두로 공수처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는데, 윤 후보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인가, 공작처인가’란 제목의 글을 올려 “김웅 의원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손 검사에 영장부터 청구하는 게 정상적 수사인가. 국정원장과 조성은이 윤석열을 칠 시점을 정해 제보하고 MBC는 공수처 내부자료를 몰래 건네받아 왜곡보도하고 공수처는 오로지 야당 경선 일정에 맞춰 수사하는 수작을 벌이고 있다”며 “영장이 기각되자 공수처는 반성하기는커녕 아쉽다고 했는데 정권 충견 노릇만 하는 공수처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에서도 같은 날 박민영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공수처의 무리수가 야당 경선에 개입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공수처는 어용수사기관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국민을 위한 수사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공수처에 직격탄을 날렸으며 국민의힘에서도 양준우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공수처는 정치기구인지 수사기구인지 하나만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민주당 송 대표까지 겨냥 “주목할 것은 공수처 영장 청구 직전 송 대표의 수사 개입 발언과 공수처의 수사진행 과정이다. 송 대표 발언과 실제 수사 진행 과정을 보고서도 송 대표가 영장을 사주하고 정치공작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발뺌할 수 있느냐”며 “더 이상 공수처는 공정한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 입맛대로 움직이는 공작처일 뿐이다. 여당 대표 지령대로 딱 맞춰 수사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공수처와 싸잡아 비판했다.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와 정의당에서도 국민의힘과 다소 결은 다르지만 손 검사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공수처의 행보에 비판을 쏟아냈는데,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체포영장 기각에 곧바로 구속영장 청구는 무리수라는 게 법조계를 비롯한 다수의 지적과 비판이었다. 의혹 규명은커녕 공수처에 대한 시민 불신만 커졌다”고 꼬집었으며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같은 날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조인으로서 찬성할 만한, 적절한 진행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공수처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 뿐 아니라 당사자인 손 검사 측도 공수처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다음 날인 27일 입장문을 통해 역공에 나섰는데, 공수처가 23일 손 검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청구에 따른 구인영장이 25일 오전에 발부됐는데도 상부 지침에 따라 영장 청구 및 구인영장 발부 사실을 당일 오후에야 뒤늦게 손 검사 변호인에게 통보했던 점을 꼬집어 “26일 오전 9시20분 전후 공수처 모 검사가 손 검사에 대한 구인장을 집행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바로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팀의 방침이라 나도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피의자 방어권을 고의로 침해했다는 논란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8조 ‘임의수사의 원칙’에 따르면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대상자의 권익 침해의 정도가 보다 낮은 수사의 방법과 절차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만큼 이런 규칙과 달리 단 한 차례의 소환조사도 없이 손 검사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 야권 압박보다는 도리어 이를 수사하려던 공수처의 존립 기반까지 흔드는 결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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