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통신선 복원으로 北 의지 확인할 수 있을 것”…北, 통신선 복원엔 ‘무응답’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좌)과 문재인 대통령(우). ⓒ뉴시스, 청와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좌)과 문재인 대통령(우). ⓒ뉴시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비록 조건부이긴 하지만 지난 24일부터 이틀 연속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정상화 의사를 적극 내비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김 부부장은 종전선언을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라고 호응한 데 이어 그 다음 날 담화에선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북남 수뇌 상봉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고 지난달 1일에도 “남북정상회담은 때 이른 경솔한 판단”이란 반응을 보였던 김 부부장이 갑자기 이렇게 급선회한 이유는 ‘불공평한 이중기준’과 적대시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점을 고리로 살펴볼 수 있는데, 우선 미사일 개발을 제재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당한 자위권 활동으로 인정받겠다는 의도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선결조건으로 소위 ‘이중 기준’이란 주장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만 해도 자신들이 먼저 개발에 나섰지만 정작 실제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실험엔 한국이 먼저 성공했다는 점에서 현재 경제난으로 무제한 군비 경쟁할 여건도 안 되는데 괜히 한국군 전력을 강화시켜줄 명분만 줄 수 있다는 위기감 역시 이번에 ‘적대시 정책 철회’를 남북대화 조건으로 내세우게 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또 한국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실험에 앞서 북한이 연이어 단행해온 미사일 도발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닌 순항미사일 발사나 비록 유엔 제재대상이지만 미국이 사정거리에 들어가진 않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그쳤다는 점은 향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는데, 미국이 대화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비핵화에 분명한 방점을 두고 있다 보니 우선 ‘이중 기준’ 철회를 내세운 남북대화를 발판으로 미사일 실험에 민감한 미국의 입장도 점차 완화시켜보겠다는 전략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북측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해온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내년 한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자칫 미북대화는커녕 남북대화 계기조차 마련되지 못한 채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실제로 리얼미터가 뉴시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22~23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실시한 차기 대선 결과 전망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응답자의 과반인 55.6%가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를 꼽은 것으로 나온 바 있다.

특히 현재 출마한 보수야권 대선후보들은 북측이 손을 내밀기엔 현 정권보다 더 완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보니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난까지 가중된 북한으로선 대북 지원 의지가 있는 문 정권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남북관계 개선 통로를 일단 마련해두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통일부에서도 지난 26일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에 대해 “남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문제를 건설적 논의를 통해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화답하면서 “우선적으로 남북 통신연락선이 신속하게 복원돼야 한다”고 북측에 통신연락선 재개를 촉구했는데, 청와대 역시 27일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통신선 복원에 북한이 응답하는 것을 통해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북측에 대화 재개를 위한 공을 다시 넘겼다.

하지만 북측은 여전히 통신연락선 복원과 관련해선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현존하는 불공평과 그로 인한 심각한 대립관계, 적대관계를 그대로 둔 채 서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그런 것이 누구에게는 간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고, 설사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란 김 부부장의 지난 24일 담화 내용에 비추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먼저 문 정부가 이중 기준 철회 등 선제적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무작정 응하진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 역시 국무부에서 일단 “남북 대화·협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23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가 “한국 정부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유인책을 제공하는 데 있어 미국이 더 빨리 움직이기 원하지만 미국의 접근법은 이와 다르다”고 온도차를 보인 점이나 27일 한미통합국방협의체 회의에서 싯다르트 모한다스 미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가 “최근 북한의 수차례 미사일 발사는 동맹의 어려움이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사회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발언한 점도 있어 남북관계 개선이 당장 미북대화로까지 연결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북한은 문 정부에 미국을 설득시킬 것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김 부부장이 남북정상회담 등을 거론한 담화 내용을 개인적 견해라고 덧붙인 점 역시 대화 가능성만 열어뒀을 뿐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대북제재 완화 등 미국 설득에 얼마나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따라 대선 전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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