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공군 “한미 미사일 대응 능력에 영향 초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당비서로 추대됐다 / ⓒ뉴시스-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당비서로 추대됐다 / ⓒ뉴시스-노동신문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북한이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지는 자신들의 무기 개발에 대해 문제 삼지 말라며 이중기준 해소를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뒤 시험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오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9월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처음으로 도입한 암풀화(앰풀화)된 미사일 연료계통과 발동기의 안정성을 확증했다. 시험 결과 목적했던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가 자위적 방위력을 강화하는데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고 강조했는데,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날아가는 미사일로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만 보유 중인 최첨단 무기인데다 주한미군의 사드 등 현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사실상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앞서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지시한 적도 있어 이번 시험 발사가 북한 주장대로 성공적이라면 이를 막을 방도가 없는 우리 군에 큰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적의 극초음속 비행체에 대한 방어책을 연구 중인 공군에서도 “북한은 중국의 둥펑 미사일과 같이 신형단거리미사일을 개량해 탄두를 극초음속 비행체형으로 제작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미 미사일대응 능력에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고 당장 우려를 표하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국제사회에선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한 목소리로 규탄했는데, 미국의소리 방송이 29일 밝힌 바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의장국인 아일랜드의 제럴딘 브린 네이슨 대사는 “유엔 회원국 모두가 유럽연합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엄격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영국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결정을 비난한다”고 입장을 내놨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순방에 나설 독일 역시 외교부 성명을 통해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따른 의무를 또다시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종전선언이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내비친 뒤 이뤄진 미사일 발사였다는 점이나 순항미사일에서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로 그 수위를 점점 높여가는 점에 비추어 대화에 나서겠다는 신호을 주는 한편 이를 이용해 궁극적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 자체를 무력화시켜보겠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이를 간파했는지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매콜 의원은 28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의 관련 논평 요청에 “김정은 정권의 최근 술책은 속내가 뻔히 들여다 보인다”며 무력 과시를 통해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로 봤고,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아예 “북한이 도발적인 핵 및 미사일 시험을 계속한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는 계속 유지될 뿐만 아니라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남북관계 정상화에 당초 기대를 걸었던 청와대에선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행동엔 여러 가지 중의적 의미들이 다 있어 지금 예단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라며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전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유감만 표명했을 뿐 ‘도발’이라고 규정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한 발언조차 일언반구 나오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지 않은 점이나 최고인민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잠행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현재 한미가 적극 제안하고 있는 대화의 장에 나서고자 나름의 수위조절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은데, 일단 미국 국무부도 28일(현지시간) 절라나 포터 미 국무부 부대변인의 전화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북한의 발사를 규탄한다”면서도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한 외교적 접근에 전념한다. 북한이 대화에 참여하길 촉구한다”고 대화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와 별개로 한미 군 당국은 지난 27~28일 서울에서 제20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 회의를 열고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한 확장억제수단 운용 연습을 재개했는데, 억지력을 선보이는 한편 대화도 제시하는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은 미국 뿐 아니라 북한도 펼치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실제 대화에 나서기 전 협상력 제고를 위한 당사국 간 신경전으로 보는 면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또 중국과 러시아 역시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을 주문하고 있어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만으로 대화 분위기 자체가 깨지진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한데, 심지어 킨 모이 미국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공동 주최 연례 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손을 내밀고 있고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 미국은 비핵화 진전과 상관없이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 접근 및 모니터링 관련 국제 기준에 따라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까지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8일 밤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나와 “박지원 국정원장이 김여정 부부장과 핫라인으로 좀 통하는 것 같다”며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도 힘을 실었는데, “김여정 부부장이 자기 입으로 얘기 꺼내서 웬만하면 될 것이다. 준비 잘하면 아마 11월이나 늦어도 12월 중에 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하기도 했는데, 대화 가능성만 언급한 뒤 정작 미사일 시험발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이 과연 연내 정상회담에도 나설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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