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국 수사'를 두고 '과잉수사'라고 주장하여 홍 의원을 향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결국 홍 의원은 입장을 선회해 눈길을 끌었다.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17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하여 "(홍 의원이 어제 TV토론에서) 조국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답변이 나올 거라 예상을 못했다"며 "(조국수사가 과잉수사라고) 그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심장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토로했다.

하 의원은 "경쟁자를 공격하기 위해서 공정의 가치마저 버린 것이다. 명백히 공정의 가치를 버린 거다. 불공정을 용인하는 것이었다"며 "(홍 의원은) 정말 무릎 꿇고 사죄해야 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홍 의원의 조국 과잉수사 주장은) 실언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홍 의원과 결을 같이 했던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건 아니다. 조국 사건은 부인과 동생까지 모두 불법을 저지른 일 아니냐. 조국이 아무리 '내가 책임진다'고 외친들 정경심의 불법을 어떻게 봐준다는 말인가"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유 전 의원은 "이들 일가의 불법·특권·반칙·위선 때문에 온 국민이, 특히 청년들이 분노와 좌절에 빠졌다. 조국 부부가 범법자인데 '1가구1범죄만 처벌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은 대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된다"며 "홍 후보는 생각을 바로 잡으시길 기대한다. 법의 관용은 누가 봐도 딱하고 불쌍한 처지의 약자를 위한 것이지 조국 일가를 위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앞서 전날 홍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주자 TV토론에서 "조국수사는 과잉수사였다"며 "아무리 엄중하다 해도 그렇게 한가족 전체를 짓밟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제가 검사생활을 할 때만 해도 가족이 연루된 범죄는 대개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만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하거나 불입건하는 것이 제가 검사를 할 때 관례였다. 전 가족을 도륙하는 수사는 없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토론회에서는 홍 의원을 향해 "민주당 후보냐"고 한탄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그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무야홍'이 아닌 '조국수홍'이라는 조롱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이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비판 대열에 함께 하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그는 "조국 일가의 범죄는 더러 겹치지만 다 독립적인 사건들이다. 동생은 채용비리, 5촌 조카는 횡령 배임, 정경심은 사문서 위조 등 11개 혐의, 조국 본인은 직권남용의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걸 한 사람 들어가는 것으로 퉁치자? 지금이 조선시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근대사법의 주체는 가문이 아니라 개인"이라며 "(이는) 홍준표 후보가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사고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여권에서 무리한 수사라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왜 그럴까? 간단하다. 조국은 '우리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 편은 수사를 안 하거나 설렁설렁 하는 게 그들의 정의라서 그런다"고 부연했다.

심지어 그는 "검찰이 과도한 권력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과도한 검찰권이 조국 가족에게만 선택적으로 행사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외려 조국 가족은 권력의 비호와 엄호를 받고, 검찰은 수사방해와 탄압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더욱이 진 전 교수는 다른 게시물을 통해 홍 의원의 '조국 과잉수사' 발언의 이유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던진 발언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그 귀한 말씀은 수사가 한참 진행 중일 때 하셨어야지, 그럼 최소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 판 자체가 그 사건 때문에 열린 거나 다름없는데 (홍 의원은) 크게 잘못 판단하신 것 같다"며 "조국 사태 당시에 홍 의원의 '수사철학'은 이랬다. 윤석열 잘한다고 화이팅 외치시던 분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 의원은 자신의 발언으로 비판 여론이 가열되는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입장을 선회하고 나섰는데, 그는 토론회가 끝난 이후 밤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정권을 안정시키는 것도 검찰총장의 책무라고 하면서 조국 수사는 문재인 정권 안정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윤석열 후보가 자기 지인에게 고백했고 그게 책으로도 출간된 것으로도 기억한다"며 "여권 내 권력투쟁의 산물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 의원은 "그런 사건을 두고 우리 측이 흥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저의 오래된 생각"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국민들이 지금도 생각한다면 제 생각을 바꿀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즉, 홍 의원은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 사실상 꼬리를 내린 것인데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선후보 경쟁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한 홍 의원의 '고도의 표 전략' 차원에서 벌어진 헤프닝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