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 원장에 국회 출석 요구…尹 캠프는 朴·조성은 등 공수처 고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피의자로 적시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연루 여부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고발 사주 의혹이 이제는 방향을 바꿔 박지원 국정원장에게로 화살이 향하는 모양새다.

해당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버스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은 씨가 제보 이후인 지난달 11일 박 원장과 식사 회동을 했고 고발 사주 의혹이 이달 2일 보도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박지원 게이트’ 아니냐는 야권의 반격이 대대적으로 시작됐다.

조씨는 박 원장과 만난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동석자 없는 개인적 만남이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박 원장이 배후로 비쳐지는 데 대해선 12일 SBS 8시 뉴스에 나와 “날짜와 기간 때문에 제게 어떤 프레임 씌우기 공격을 하시는데 사실 9월2일이란 날짜는 박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거나 제가 배려 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라고 항변해 파장을 한층 키웠다.

이는 뉴스버스가 조씨의 의도와 다른 시점에 보도했을 뿐 당초 조씨가 박 원장과 폭로 시점을 논의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기에 야권에선 즉각 박 원장과의 사전공모설을 제기했는데, 이에 조씨는 13일 CBS라디오와 MBC라디오에 잇달아 출연해 “박 원장과 관계없다는 부분은 이미 많이 밝혔다. 저도 모르는 미래의 날짜를 박 원장이 어떤 수로 알 수 있고, 내용 자체도 인지 못했는데”라며 문제가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얼떨결에 나온 표현”이라고 해명했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같은 날 “이상한 말꼬리 잡기”라고 적극 반박했다.

하지만 야권의 공세는 한층 거세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원장이 8월11일 서울의 모 호텔에서 제보자와 만났다는데 공교롭게도 8월 10일, 12일 (조씨) 휴대전화에서 캡처된 메시지들이 언론에 공개됐고 이는 야권의 대선후보와 야권 인사 공격에 사용됐다. 국정원장이 제보자를 만난 시점 바로 앞뒤에 이런 내용의 캡처가 이뤄진 정황은 박 원장이 모종의 코칭을 한 것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조씨가 아닌 국정원장의 입장으로 해명하라. 해명이 불충분하면 야당은 대선이란 중차대한 일정에 앞서 국정원장 사퇴나 경질을 요구할 것”이라고 아예 박 원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더구나 조씨가 박 원장을 지난 2월 국정원장 공관에서 이미 만났던 적이 있는데다 박 원장을 호텔 식당에서 만난 지 10여일 뒤인 지난달 22일엔 ‘윤석열 X신 수준’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내리기도 했고 이보다 앞선 지난해 5월에도 박 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보여 왔다는 점에서 이제는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씨와 박 원장 간 관계로 점점 관심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전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조씨와 박 원장의 커넥션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원장은 조씨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을 알 정도로 친밀하다. 진실규명을 위해 이 사건의 키맨인 박 원장의 직접적 답변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에도 국회 정보위를 소집해 박 원장을 국회로 출석토록 협조하라고 압박했고, 한 발 더 나아가 조희연 교육감의 부정채용 의혹엔 20일만에 압수수색한 반면 고발 사주 의혹엔 고발장 접수 3일 만에 야당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공수처까지 겨냥 “김진욱 공수처장의 국회 출석을 공식 요구한다”고도 촉구했다.

무엇보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그간 가장 타격을 입었던 윤 전 총장 측은 13일 “피고발인들이 허위 폭로를 통해 윤 전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하도록 공모하고 지난 2일 뉴스버스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박 원장과 조씨, 당시 동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등 3명을 국정원법·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고, 윤 전 총장도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저에 대한 정치공작을 함께 상의하고 논의했단 얘기 아니냐. 동석자가 있었다고 하고, 그걸 확인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여러 방법을 사용하면 동석자 신원이 특정되지 않겠냐고 해서 고발장에 동석자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씨는 박 원장과의 만남 당시 동석자가 없었다고 주장했던 만큼 또다른 진실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윤 전 총장 캠프에선 장제원 캠프 상황실장이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박지원 게이트라는 꼬리가 문재인 정권의 대선 개입 게이트라는 몸통을 보여주기 시작해 공정한 대선을 위해 정권 편향 인사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며 박 원장과 박범계 법무부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장관, 김오수 검찰총장, 김 공수처장, 김창룡 경찰청장, 정연주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사퇴해야 할 인사로 꼽고 선거 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했다.

반면 당정은 한 목소리로 박 원장 배후설을 부인했는데, 김부겸 국무총리는 13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가 알기론 국정원장이 그런 일에 관여할 그런 상황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여당인 민주당은 송영길 대표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원장이 국정원장에 취임한 게 지난해 7월인데 미래에서 오는 터미네이터도 아니고 무슨 고발 사주 사건을 공작한다는 건가. 메시지에 반박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구태정치”라고 도리어 야권을 향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임기 말로 접어든 청와대는 정치중립 논란에 휘말릴까 이번 논란과 거리를 두려는 듯 이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원장과 관련해서 어떤 것도 보고 받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하며 ‘문 대통령의 진상파악 지시는 없었느냐’는 질문에도 “현재 여러 의혹이 있고 그게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인데 그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는데, 일단 공수처는 야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한지 사흘 만인 이날 다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에 다시 나선 것으로 전해져 이번 고발 사주 의혹 공방 끝에 과연 누가 웃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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