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검찰총장 아니고 야권 유력 대선후보…차분한 입장 가져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 중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했다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 중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언성을 높이며 강한 어조로 정면돌파 의지를 표명하자 이제는 그를 비판하던 여권 뿐 아니라 야권 일각에서도 이 같은 언행에 대해 쓴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윤 전 총장을 압박하고 있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적폐수사 지휘하면서 문재인 정치공작의 선봉장을 자처하던 분이 고발사주 사건에 아직 직접 연루됐다는 혐의도 없는데 갑자기 중대 발표할 듯이 언론 앞에 나타나 메이저 언론도 아닌 허접한 인터넷 언론이 정치 공작한다고 언론과 국민 앞에 호통치는 것은 든든한 검찰조직을 믿고 큰소리 치던 검찰총장할 때 버릇 그대로”라며 “네거티브 대응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오늘은 실언이 아니라 옛날 버릇이 나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윤 전 총장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9일에도 페이스북에 추가로 글을 올려 “어제 국민 상대로 호통이나 치는 모습은 보기 참 안타까웠다. 호통개그로 성공한 사람은 박명수씨 뿐”이라고 윤 전 총장의 행태를 비꼬았는데, 이 뿐 아니라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지난 8일 밤 TBS교통방송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나와 “격앙된 입장에서 기자회견한 것 같은데 정치인의 어법과 전략이 필요하다. 추미애 장관과의 추윤갈등에서 (윤 전 총장이) 당당하게 검찰총장으로서 맞서 싸워 이겼는데 그건 현직 검찰총장 때 얘기”라며 “지금은 검찰총장이 아니고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를 달리고 있는 정치인이지 않나. 차분한 입장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같은 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하태경 의원도 9일 윤 전 총장의 전날 발언 중 ‘앞으로 정치공작을 하려면 인터넷매체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 통해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는 부분을 꼬집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메이저와 마이너로 갈라치기 하는 윤석열 언론관은 민주당의 언론통제법 만큼 위험하다”며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가 부당하다고 해서 왜 마이너 언론에 제보했냐는 식의 문제제기는 매우 부적절하다. 윤 후보는 자신의 발언으로 상처 받은 언론들에 사과하고 이번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와 당당하게 인터뷰해서 정면돌파하라”고 윤 전 총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장성민 전 의원도 이날 SNS에 올린 ‘정권교체의 호재에서 악재가 된 윤석열리스크’란 제목의 글에서 “인터넷언론이 대세인 상황에서 이를 마이너로 본 그의 사고는 시대변화의 반동”이라고 한 목소리로 윤 전 총장의 언론관을 비판한 데 이어 기자회견 당시 그의 태도까지 겨냥 “민주적 설득이 아니라 윽박지르는 모습으로 정권교체의 산통을 깨고 있다. 일국의 지도자에 요구되는 품격이 없었고 냉정한 이성, 자제력도 없고 감정 관리도 할 줄 모르는 막가파 정신만 보였다. 영락없이 건달정치인”이라고 혹평했다.

비단 야권 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대선주자인 추미애 전 장관이 9일 강원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서 국민과 언론의 질문에 겸손하게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어제 회견에선 국민을 겁박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고발 사주 의혹의 진원지가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문건의 출처를 밝혀라, 제보자를 들춰 내겠다 하는 것은 본인이 성실히 설명할 답변 대신 프레임 전환하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박용진 의원 역시 같은 날 국회에서 “윤석열이 무섭냐고 물으면 무섭다. 그런 언론 의식 가진 분이 대통령 돼서 KBS, MBC만 들어와 인터뷰하자 할까 겁난다”고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또 민주당에서도 송영길 대표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저렇게 후보 시절부터 윽박지르면 과연 권력의 자리에 갔을 때 어떨지 국민이 걱정된다. 언론 앞에서 설명하는 자세가 아니라 ‘증거 내놔라’, ‘법적 조치 하겠다’는 등 자신들이 언론중재법 비판하던 때와는 반대되는 모습 아닌가”라고 지적했으며 윤호중 원내대표도 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 “‘내가 그렇게 무섭냐’ 등 국민 앞에 화가 잔뜩 난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지도자의 언어와 태도가 아닌, 무소불위 특수부 검사로 살아온 권력자의 언행”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 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해명하는 것을 윽박지르는 것이라고 왜곡하면 아무 얘기도 하지 말라는 건가”라면서도 다만 윤 전 총장 발언 중 ‘메이저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하라’는 부분에 대해선 “그 부분은 저희도 후보께 말씀드려서 저희가 유감이라고 표시할 수 있겠다”고 비판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8일 전국 유권자 1011명에게 실시해 9일 발표한 9월 2주차 차기대선주자 적합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17%로까지 떨어지며 2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는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13%로 치솟으며 오차범위 내 격차로 좁혀오고 여권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주와 동일한 25%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고발 사주 의혹으로 인해 대권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초조함에 전날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