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보수의 노무현 될 것”…尹 “나라가 진영논리에 너무 찢어져 있어”

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좌)과 청계천 다리에 있는 고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아와 헌화하고 참배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우). 사진 / ⓒ뉴시스, 윤석열 캠프
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좌)과 청계천 다리에 있는 고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아와 헌화하고 참배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우). 사진 / ⓒ뉴시스, 윤석열 캠프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청계천 다리에 있는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참배하고 홍준표 의원은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해 이 같은 행보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한국교회총연합을 찾아 “우리나라가 진영 논리에 의해 너무 찢어져 있다”고 발언하더니 같은 날 오후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의 10주기를 추모하고자 청계천 다리에 있는 전 열사 동상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 자리엔 같은 당 대선경쟁자이자 과거 전태일 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은 바 있는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도 함께 했는데, 다만 이 자리에서도 전 열사 참배에 대한 의미보다는 범여권 인사에 대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된 질문이 주로 쏟아져 급기야 “민주당이 단독으로라도 법사위 열어 현안 긴급 질의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먼저 수사 후 현안질의 국정조사라도 했으면 한다”며 “제 무관함이 밝혀지면 공작으로 공격했던 정치인들은 국민이 보는 앞에서 물러났으면 한다”고 윤 전 총장이 배수진을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록 전 열사 동상 참배가 퇴색되어버린 바 없지 않지만 그가 친노동 색채를 띠는 이 같은 행보에 나선 것은 그간 강조해온 ‘국민통합’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있겠지만 최근 대선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후위주자인 홍 의원이 민주당 강세인 호남지역에서도 자신보다 선전하며 맹추격해오자 외연 확장을 위해 내놓은 맞불 성격의 움직임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유권자 1012명에 조사한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여야 대선주자 적합도의 경우 홍 의원이 10%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공동 3위를 기록하면서 2위인 윤 전 총장(19%)을 뒤쫓았고 홍 의원은 3%P 상승한 반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1%P 하락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보수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마저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윤 전 총장이 50%나 기록하고 보수층에서도 37%(홍 의원은 21%)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윤 전 총장 22%, 홍 의원 19%로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는 점에서 보수층이나 자당 지지층에서의 우위만으로 홍 의원의 추격을 막기 어렵다 판단해 중도층부터 진보까지도 아우르는 외연 확장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의원도 만만치 않게 맞불을 놓고 있는데,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국민의힘 경남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상대해야 할 당 후보는 악재만 남아있고 저는 기회만 남아있다.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거나 토론하기 전에 골든 크로스로 갈 수 있다”고 지지율 역전을 자신한 데 이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묘역도 참배하며 ‘보수의 노무현’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지난 2017년 3월 당시만 해도 노 전 대통령을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표현했을 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며 수사가 계속됐다면 60억원이 넘는 범죄 수익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던 홍 의원이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심지어 이날 참배 직후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소탈하신 분”이라고 전과 달리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홍 의원은 확대해석을 경계한 듯 이날 묘역을 찾은 이유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 묘소를 전부 참배하고 있는데 경남에 가는 길에 참배하게 됐다. 경남지사 재직시에도 참배했고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는데, 방명록에는 ‘2002년 노무현 후보처럼’이라고 썼다는 점에서 현재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는 국회의원들이 거의 없어도 노 전 대통령처럼 당선의 기적을 이뤄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그는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선출되던 당시와 자신이 처한 상황이 거의 비슷하다면서 “노 전 대통령 주변에 국회의원들이 거의 없었고 조경태 의원이 유일하다시피 했는데 현재 조 의원은 캠프에 와 있다. 최근에 MZ세대(젊은 유권자들) 지지도 몰리고 있는데 그것도 노 전 대통령 후보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고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진보에는 노무현이 있었다면 보수에는 홍준표가 있다. 60대 이상과 TK만 평정되면 경선은 끝난다”고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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