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칭찬’한 거냐 ‘지역갈등 유발’한 거냐 논쟁 격화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부선 스캔들과 관련해 ‘바지를 한 번 더 벗어볼까요’란 발언을 했다가 도마에 올랐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가 또다시 설화에 휩싸였다.

이에 호남 출신 대선주자인 같은 당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은 중대한 실언”이라고 비판했고 이 전 대표 캠프까지 “호남불가론이냐”라며 공격에 나서자 이 지사 캠프에서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이재명 후보는 호남불가론을 언급한 바 없고 도리어 언론인터뷰에서 이낙연 후보를 극찬하며 지역추의 초월의 새 시대가 열리길 기대했다”고 반박하면서 “네거티브 없는 희망의 경선을 쏘아올리기 위해 상대 후보를 칭찬하자 돌아오는 것은 허위사실 공격과 왜곡 프레임이다. 이낙연 캠프는 호남불가론 논평을 수정하라”고 맞받아쳤다.

또 이 지사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적 확장력을 가진 제가 민주당 후보로서 본선 경쟁력이 크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 이 후보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지역주의 조장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인터뷰 기사에도 그런 내용은 전혀 없다. 가짜뉴스로 원팀훼손, 지역주의 조장하는 캠프 관계자 제지를 요청드린다”고 이 전 대표 측에 역공을 폈는데, 다시 이낙연 캠프 상임부위원장인 신경민 전 의원이 25일 브리핑을 통해 “과연 선의로 이 후보를 칭찬한 것일까? 백제까진 그렇다 쳐도 확장성 부분까지 가면 ‘선의였다, 떡이었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이 지사에 일침을 가했다.

급기야 이 전 대표와 같은 호남 출신 여당 대선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지사) 본인이 지역적 확장성이란 말을 썼다. 거기에 바로 지역주의가 드러나는 것이고 이는 민주당의 노선이나 정책 태도와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 것”이라며 “당원 동지와 국민 여러분에 진정성 가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이 지사 압박에 동참했는데,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히려 호남 출신 대선후보들을 겨냥 “김대중 정신을 얘기하면서 다시 지역주의를 이용해선 안 된다. 이 지사 발언은 호남이 중심이 돼 통합을 이루면 새 역사가 될 것이란 취지”라고 반박에 나섰다.

여기에 이 지사 캠프 수석대변인인 박찬대 의원은 2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정세균 후보를 싸잡아 “두 후보 모두 정치적 기반을 호남에 두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호남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캠프에서 판단한 것 같다. 반사이익 얻으려고 했던 잘못된 의도에서 악마의 편집 또는 정치적 공격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주장했으며 이 지사 캠프 대변인인 박성준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이 지사는 이 전 대표가 전국적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 민주주의 역사란 의미라는 지난해 얘기를 다시 소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맥락이 무엇이든 그것이 지역주의를 소환하는 것이라면 언급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몰아붙였는데, 그러자 이 지사도 똑같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언론 인터뷰 녹음본에 자막을 첨부한 영상까지 올린 뒤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는지, 이낙연 후보님 측 주장이 흑색선전인지 아닌지 직접 듣고 판단하라”고 강공에 나섰다.

이처럼 양측 간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던 다른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박용진 의원은 26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때가 어느 때인데 고구려, 백제, 신라 시대 이야기를 해서 비유해야 하는지 전혀 공감 못하겠다. 미래에 대해 얘기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판에 캠프 구성원이 다 나서서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일에 매달린다”며 “이런 논쟁에 발을 담글 생각 전혀 없다”고 역설했고, 추미애 전 장관도 같은 날 월주 대종사 조문 직후 “구태스런 일이고 답변하고 싶지 않다. 집권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그런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는 것은 한심한 작태”라고 입장을 내놨다.

한편 이 지사의 ‘백제 발언’ 논란은 이제 야권까지 확산되는 모양새인데,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그토록 외치는 지역갈등 해소를 역이용해 보려고 하는 경선 전략의 일환”이라고 이 지사를 직격한 데 이어 백제 수도였던 충남 공주·부여가 지역구인 정진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역사 공부 좀 하라. 대선후보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지역감정을 조장한 적이 있었느냐”고 이 지사를 공격했고 26일엔 황보승희 수석대변인마저 논평을 통해 “국민을 편 갈라 목표 이루려는 문재인 정권과 다를 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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