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캠프에 국민의힘 인사 참여…‘친윤’ vs ‘반윤’ 신경전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에 있는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사진 / 이강산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에 있는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사진 / 이강산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김종인계부터 친박계에 이르기까지 9명의 인사를 추가 영입하며 대선 캠프 재정비에 나섰는데, 국민의힘 인사가 대부분인 만큼 입당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캠프 상근 정무특보에는 이학재 전 국민의힘 의원, 상근정무보좌역엔 함경우 전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을 영입했으며 캠프 대변인도 이두아 전 한나라당 의원,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병민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 맡고 캠프 상황실 총괄부실장엔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 캠프 기획실장엔 박민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되는 등 상근 대외협력특보를 맡은 김경진 전 의원만 구 국민의당 출신일 뿐 나머지는 대체로 국민의힘 측 인사들이 포진됐다.

심지어 함 전 조직부총장, 윤 전 대변인과 함께 김종인계로 꼽히는 김병민 캠프 대변인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윤 캠프 합류에 대한) 사전동의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위원장이 극구 반대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실상 김 전 위원장이 동의했음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김 전 위원장이야 현재 국민의힘과 거리를 둔 ‘제3지대’ 쪽 자세를 취한다는 점에서 김종인계 인사들의 합류를 당장 국민의힘과의 연계로 보는 건 확대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이 전 의원이나 박 전 의원 등 과거 친박계로 분류됐던 인사들까지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깊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친윤석열계 의원들로 꼽히는 이들은 ‘충청대망론’에 힘을 싣는 정진석 의원부터 윤 전 총장과 동갑내기 죽마고우 사이인 권성동 의원 등 대체로 비박 친이계에 가까운 인사들인데, 윤 전 총장에 입당 압박을 가하면서도 동시에 견제구를 던지던 이준석 대표의 행보에 반발해 쓴소리를 쏟아낸 권 의원이나 장제원 의원 등은 모두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박영준 전 차관 주도로 만들어진 전국 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이기도 하다.

특히 윤 전 총장 캠프를 이끄는 핵심 인물 중 정무 담당인 채성령 전 청와대 행정관도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에서 활동했던데다 윤 전 총장 캠프운영 전반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승완 전 청와대 총무2비서관 역시 이명박 정권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총무기획관실을 거쳤다는 점에서 윤 전 캠프 주축이 친이계로 비쳐지고 있음에도 일부 구 친박계 인사들의 합류는 이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에도 친박계인 박대출 의원과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이 합류한 것처럼 더 이상 과거 출신 계파보다는 각자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또 앞서 언급한 이들 외에도 지난 6월 29일 윤 전 총장 출정식엔 국민의힘에서 김선교·김성원·박성중·백종헌·서일준·안병길·안병길·엄태영·유상범·윤두현·윤주경(윤봉길 의사 장손녀)·윤창현·윤희숙·이달곤·이만희·이용·이종배·정점식·정찬민·지성호·최형두·태영호·한무경·홍석준 의원 등이 참석했었다.

문제는 정작 국민의힘 소속이면서도 자당 후보가 아니라 아직 입당하지도 않은 당 밖 대선후보를 위해 캠프에 합류했다는 점인데, 이 점을 꼬집어 당 지도부는 물론 윤 전 총장과 경쟁 중인 여러 국민의힘 대선후보까지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아 자칫 내홍으로 비화될 모양새다.

이미 국민의힘 대선후보 중 한 명인 홍준표 의원은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과 SNS를 통한 설전을 한 차례 벌인 바 있는 데다 친홍준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최고위원까지 26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전 총장 캠프 구성을 꼬집어 “당내 주자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나 시비 논란이 없도록 국민이 납득하는 방향으로 조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미경 최고위원 역시 “조급해선 안 되고 당의 방침에 따르라”고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자당 인사들을 한 목소리로 압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중 한 명인 하태경 의원까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은 당직 자진사퇴로 결자해지하기 바란다. 아무리 입당 교섭 중이라지만 윤 전 총장은 오늘 현재 무소속”이라며 “당사자들은 어차피 입당할 것이니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정당정치의 원칙이란 것이 있다. 윤 전 총장을 위해서라도 입당이 확정된 연후에 합류하는 게 옳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친윤석열계 중진들로부터 비판받았던 이준석 대표까지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계파로 언급된 분들은 계파적 행동을 자제해서 다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백해무익한 행동”이라고 역설했는데, 특정인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 캠프 합류 인사 발표 직후 “오늘 선임된 분들이 언제부터 캠프 일했는지 업계에선 이미 다 알려져 있었으니 각자 양심의 가책은 느꼈으면 한다”는 글을 올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당내 인사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이날 최고위에서도 의견이 통일됐다기보단 김재원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이 ‘우군’이라 주장하면서 “세부적으로 방법론이나 일정에 차이가 있더라도 너무 얼굴 붉히지 말고 동지임을 인정하고 돕자”는 입장을 내놓는 등 윤 전 총장 캠프에 국민의힘 인사들이 합류한 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당내에서도 ‘친윤’ 대 ‘반윤’으로 갈리는 양상이 보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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