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가상 양자대결에선 여전히 尹 앞서나 대선후보 선호도 보면 ‘이탈’ 감지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에서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 / 이강산 기자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 사무실에서 반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 / 이강산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당 밖 주자였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전히 이를 개의치 않는다는 듯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만난 이후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각자 상황에 대한 판단과 그분들 선택을 존중한다”고만 평했을 뿐 자신의 입당 결정이 늦어진다는 지적에도 “저는 분명히 어떤 정치적 손해가 있더라도 제가 정한 방향을 일관되게 걸어갈 거라고 말씀드린다”며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진보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만난 데 이어 지난 12일 진보진영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났고 제헌절인 오는 17일엔 여권 강세지역인 광주를 찾아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5·18 유족도 만날 예정인데, 보수정당인 국민의힘과는 더 멀어지는 ‘좌클릭’ 행보에 한층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본인이 주장했던 것처럼 대선에서의 일대일 구도를 상정했을 때 최대한 외연 확장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최 교수나 진 교수와의 면담, 반 전 총장과의 회동 등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윤 전 총장도 이기기 위한 전략 변수를 구사하는 것이고 그 맥락에서 다 이해 가는 행보”라면서도 “밖에서 있는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쓸 수 있느냐가 대선 행보에 중요한데 저는 사실 방법이 많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가 갈수록 심해지면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된다”며 사실상 입당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 경선과 관련 “당 내부에서 몇 사람 더 나올지 모르지만 외부에서 탈 사람은 끝난 것 같다. 최 전 원장까지 탔으니 다 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 “버스 탈 노력을 안 할 것으로 본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버스에 타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회의적 시선을 내비쳤다.

실제로 윤 전 총장 측에선 지난달 이동훈 당시 대변인을 통해 “내년 대선에서 보수와 중도, 이탈한 진보세력까지 아울러 승리해야 집권 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 총장 생각으론 압도적 정권교체란 표현을 쓰고 싶다”며 보수야권의 후보로 자리매김하기보다도 외연 확장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 아직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에선 선두를 유지 중인 만큼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 전 원장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중도층 포섭에 공들이는 행보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행보를 해도 현재 하락하는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건데, 그간 진 전 교수와 최 교수를 만나는 행보를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유권자 2036명에게 실시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전 총장은 진보층(-1.2%P, 9%→7.8%)은 물론 중도층(-4.5%P, 35.3%→30.8%)에서도 지지율이 빠진 반면 여당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2.5%P, 22.3%→24.8%)와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6.2%P, 8.9%→15.1%)는 중도층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자칫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결국 전부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동 기관이 함께 실시한 양자 가상대결의 경우 윤 전 총장의 중도층 지지율이 아직 여당 후보보다 우세한 것(윤석열 42.9% vs 이재명 36.4%, 윤석열 44.4% vs 이낙연 35.0%)으로 나오고 있어 섣불리 예단할 건 아니란 평도 있는 만큼 그의 ‘마이웨이’가 외연 확장이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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