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측 관리자, 아름다운 옷 착용에 필기시험...점수 공개까지
이낙연 "청소노동자 복장 강요에 필기시험까지...기가 막힌다"
"갑질에 분노...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도록 힘 보태겠다..."
숨진 이모씨의 남편 "청소노동자도 사람으로 봐달라" 읍소

지난달에 부임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에게 공지한 내용과 필기시험의 일부분이 공개됐다. 사진 /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제공
지난달에 부임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관리팀장이 청소노동자들에게 공지한 내용과 필기시험의 일부분이 공개됐다. 사진 /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제공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여권의 대선주자로 나선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동시간 단축,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있다"며 9일 한탄했다.

이 전 대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대학교에서 돌아가신 청소노동자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께도 깊은 위로를 보낸다"고 전하면서 "청소노동자가 떠나신 뒤에 밝혀지는 관리자의 갑질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소노동자들께 회의 참석과 복장을 강요하고 필기시험까지 보게 했다는 사실에는 기가 막힌다"면서 "특히 놀랍고 가슴 아픈 것은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청소노동자도 학교 기숙사에 딸린 좁은 휴게실에서 돌아가셨다"면서 "아직도 많은 청소노동자들이 지하실, 임시 천막, 계단 밑, 심지어 화장실 같은 곳에서 식사 하시거나 쉬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람을 물건보다도 낮게 처우하는 일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비일비재하다"며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원인과 잘못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며, 재발방지책을 세울 것을 서울대학교에 요구한다"고 촉구하며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도록, 저도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모씨(59)의 남편 A씨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관리자의 갑질 실태를 토로하면서 "청소노동자도 사람으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숨진 이모씨의 남편 A씨는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관리자가 지난 6월에 새로오면서 그때부터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필기시험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면서 "사람을 인격으로 보면서 관리를 한다면 (시험으로) 등급을 매길 수 없었을 것"이며 "(사람이 아닌) 기계로 보면 그들이 상처를 받는다고 전혀 생각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관리자가) '사람을 장악하기 위한 일들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희는 우리 말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 않았나 싶다"면서 아내의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갑질을 폭로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에 안전관리팀장이 새로오면서 '청소 노동자 회의'와 '필기시험'을 매주 보기 시작했는데, 그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정장이나 아름다운 옷'을 입으라고 지시하고 '시험점수 공개'를 통해 그들에게 모욕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시험 문제로는 건물준공 연도나 건물 내 학생 수, 영문과 한자로 건물명 쓰기 등 직무와 무관해 보이는 다소 황당한 문제들이 출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씨는 "서울대 측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우수 사원들을 칭찬하기 위해 그랬다던데 그런 분위기에서 우수 사원을 격려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인사권을 가진 이들에게 잘못 보이면 일하기 조금 어려운 건물로 배치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크지만, 과도한 평가와 경쟁을 앞세운 직장 내 문화도 문제라면서 노동과 근로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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