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많은 대선주자 찾아다니면서 분위기 띄우는 역할”

(좌측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좌)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중),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좌)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중),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야권 선두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참여 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한 지난 29일 오히려 당내 1위인 홍준표 의원의 국민보고대회를 찾아간 데 이어 30일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행보를 보여줘 결국 자당 후보에 우선 힘을 실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22일에는 대선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23일엔 또 다른 당내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났던 이 대표는 돌연 지난 28일엔 홍 의원을 겨냥 “당 안에 계신 잠재후보군은 당 밖에 있는 범야권 후보군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우려 섞인 비판의 메시지는 자제할 것을 권한다”고 경고하면서 일견 당 밖 주자를 우선하는 듯 보였지만 정작 자당 의원들이 윤 전 총장의 기자회견장으로 몰려간 29일엔 홍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 자리에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이 대표는 30일 오전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서 윤 전 총장과 만난 직후엔 “우리는 공당으로서 특정 주자를 위해 일정을 조정하기는 어렵다. 경선버스는 무조건 정시 출발해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못을 박았는데, 그래선지 홍 의원도 ‘당 밖에 있는 후보에 비판 메시지를 자제하라’던 이 대표의 경고성 발언을 두 사람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30일 당내 초선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갈등은 없다”고 반박하면서 이 대표와의 결속을 보여줬다.

급기야 일각에선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식에 당내 인사들의 참석을 말렸다는 주장까지 나왔는데, 다만 이 대표는 이에 대해선 “의원들의 행동은 자유다. 사실무근”이라며 “제가 많은 대선주자를 찾아다니면서 최대한 분위기 띄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이날도 자당 소속인 황교안 전 대표의 ‘초일류 정상국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행보를 이어갔는데, 앞서 지난 25일 황 전 대표에 먼저 제안해 만찬회동을 갖고 “대선에서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며 러브콜을 보냈던 그는 이날 축사에선 아예 “검사로, 법무부장관으로 지내시며 선배 당대표로서 가지셨던 모든 경험을 문 정부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구해내는 일에 투입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황 전 대표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날 처음으로 공식 저서를 출간한 황 전 대표도 이 같은 응원에 힘입어 “냉철한 능력을 겸비한 제3의 일류 정치가 필요하고 그래서 저는 (책 제목이기도 한) 초일류 정상국가를 지향한다. 야당 내 국정 경험을 갖춘 유일한 인물인 저 황교안, 이제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의 회복을 이뤄내겠다”며 “이전의 황교안은 죽었다. 이 한 몸 정권교체를 위해 확실하게 불사르겠다”고 역설했다.

다만 황 대표는 재임 내내 강경 투쟁에 집중하고 지난 4·15 총선 과정에선 공천 갈등까지 불거진 끝에 역대급 참패를 기록해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났을 만큼 아직 ‘선거 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한 입장인데, 그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저를 의지했음에도 상처 받으신 많은 분들께 마음을 담아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총선 참패한 미완의 리더십이었으나 지금도 바보라고 할 정도로 저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우지 않았다. 저는 두 번 실수하지 않는다”고 거듭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황 대표 출판기념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까운 시일 내 다시 보기로 했다’는 윤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미묘한 반응을 내놨는데, “윤 전 총장이 조만간 사적 만남을 갖자는 제안을 했는데 그에 대해선 우리 당 권영세 의원이 대외협력위원장이라 그분과 소통통로를 우선 구축하고 추가로 논의할 부분이 있다면 권 의원과 상의해 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권 의원에게로 공을 넘겨 일단 당 밖 주자보다 당내 주자를 키우는 데 방점을 두려는 ‘자강론’ 아니냐는 해석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