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못지않게 야권 대선후보로 주목 받아온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그의 사의 표명을 사실상 대권 도전으로 바라보는 여권에선 긴장한 듯 벌써부터 수위 높은 견제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최 원장의 사의 표명 전날부터 그를 향한 대선 경쟁후보들의 공세는 시작됐는데, 민주당 대선후보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은 최 원장에 대해 즉각 직무정지를 하고 최 원장이 감사원법 제10조의 정치운동 금지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주기 바라고 국회는 최 원장의 정치 중립 위반에 대해 특별직무감찰을 요구해주기 바란다”며 “최 원장의 대선 출마도 결국 감사원의 감사가 정치행위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28일에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은 비위나 불법이 있을 때 사표 내도 완전히 사표 수리가 되지 않는다. 중립 위반 해소 이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여당 대선후보인 양승조 충남지사도 지난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원장을 겨냥 “더 이상 공직농단·정치투기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제2의 윤석열 정치검찰과 최재형 정치감사가 재발하지 않는 강력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윤석열-최재형 방지법을 공약한 데 이어 28일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여당 지지율 떨어지고 그런 것에서 반사적으로 부각되니까 출마한다는 건데 언감생심”이라면서 거듭 “사정기관 책임자로 있었던 사람은 재직기간에 따라 출마를 제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28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최 원장을 겨냥 “감사원장 이런 자리들은 정치와 거리가 먼 자리들 아니냐. 그런데 현직에 있다가 정치로 직행하는 것을 국민들께서 어떻게 바라볼까”라고 견제구를 날렸으며 또 다른 여당 대선후보인 이광재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탱크만 동원하지 않았지 반세기 전 군사 쿠데타와 다를 바 없다.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는 기회주의자”라며 “현 정부에 대한 저항이 대권으로 가는 열쇠라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공직은 대선 출마를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다. 눈앞에 있는 지지율과 주변 사람들의 유혹은 신기루에 불과하다”고 최 원장을 직격했다.

비단 대선주자들 뿐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부터 소속의원들까지 적극 나서서 한 목소리로 최 원장을 성토했는데, 송영길 대표는 28일 예산정책협의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사표 내고 대선, 그것도 야당 후보로 나가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감사원법 취지에 맞지 않다. 월성 1호기 감사 등이 소신에 따른 행위라기보다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지적한 데 이어 최 원장의 경력까지 꼬집어 “전두환 정부에서 사시에 합격해 판사가 된 분인데 군사독재에 저항하던 민주화 인사에 대해 판사로서 단 한 번의 양심적 판결이나 발언을 했는지 찾아볼 수 없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 같은 당 강병원 최고위원은 “대선 출마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부정적 의사를 표하지 않은 걸 비춰볼 때 사실상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것이다.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땅에 내팽개친 최 원장은 자신의 행태가 헌법에 대한 모욕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으며 백혜련 최고위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자리를 지켜주길 바랐는데 그런 결정을 내린 것에 너무 유감스럽다. 법조인의 한계를 뛰어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최 원장을 혹평했다.

이밖에도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배신의 계절인가? 독립운동하다가 노선 안 맞는다고 곧바로 친일파가 되면 되겠나”라며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욕망의 산물일 뿐이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겠지만 국민 눈에는 그물에 걸리는 잡어들이고, 꼴불견이 될 것”이라고 최 원장에 독설을 쏟아냈고,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아예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난 최 판사를 감사원장에 임명해선 안 된다고 청와대에 반대의견을 전한 바 있다. 윤석열보다 최재형 케이스가 더 심각한 공직윤리 위배행위”라고 역설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내놨는데, 이 같은 공세는 오히려 야인이 된 최 원장의 몸값만 띄워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원장이 감사원장에서 물러나자마자 그를 겨냥한 공세는 단지 ‘말 폭탄’에 그치지 않고 있는데, 앞서 윤 전 총장도 고발한 적 있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란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육지키기공대위에 따르면 감사원은 2008년부터 2015년 사이에 감사원 퇴직자 10명의 필기시험을 면제하는 등 재채용 형식의 특별채용을 했다”며 직권남용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최 원장을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표적 감사를 진행한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해 정계 입문 전부터 쏟아지는 거센 압박을 그가 과연 이겨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