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부 존 커비 “바이든 대북정책, 단계적 접근 통해 외교적 공간 모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과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우) 사진 /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과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우)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30일 단계적 접근법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정책을 제시하면서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하노이 ‘노딜’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미북 간 협상이 재개될지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단계적 접근을 통해 외교적 공간을 모색, 북한의 비핵화 달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일단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에 대북정책을 설명하기 위한 공식 접촉을 제안한 데 대해 북측도 ‘잘 받았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미북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살펴보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반으로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과 단계적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트럼프 정부의 ‘탑다운 일괄타결’식이나 오마바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 방식과 모두 차이가 있는 새로운 정책으로 비쳐지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당시 첫 미북정상회담이었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는 그대로 계승한다는 점은 문재인 정부가 바라던 방향과 맞아떨어지고 있는데, 그래선지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 연설 당시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 단절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초기부터 우리 정부와 대화하면서 대북정책을 빠른 시간 안에 정립했다”며 “미 정부의 대북정책이 우리 정부의 방향과 거의 부합한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이번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길로 더 빠르게 나오게 할 수 있는 길에 대해 더 긴밀하게 협의하려고 한다”고 천명했던 만큼 지난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북측이 미국에 제안했던 ‘영변핵시설 폐기-대북제재 교환’ 단계부터 바이든 정부의 단계적 접근이 시작될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포괄적인 차원에서 시작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초 북한이 지난 3월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한 데 대해 북한 정권이 거의 달라진 게 없다고 평가하면서 외교적 문은 열어두되 도발엔 단호히 대응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강조했던 모습과 달리 지난달 29일 미국의소리·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에서 북한이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수 있다고 관측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는 이젠 적극적으로 북측에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10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코로나19 위협을 벗어나기 전까지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백신 지원이 초기 외교적 관여의 윤활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대북 코로나19 백신 지원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비록 코벡스와의 협력도 거부해온 북한이 과연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인데다 이 당국자도 “현재로선 백신 지원 계획이 정해지진 않았다”고 밝힌 만큼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이 먼저 북측에 대화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는 신호로는 읽혀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3천톤급 신형 잠수함 등을 비롯해 대화 판을 깰 변수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데, 지난달 26일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기존 잠수함 개량 작업을 하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는데다 미측은 이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를 위한 잠수함으로 보고 있어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측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만큼 만족할 만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 등 한미일 정보기관 고위 인사들은 12일 오전 도쿄에서 북한 정세와 관련해 한미일 3국 정보기관장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날 오후엔 헤인스 국장이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방한한 뒤 문 대통령 예방, 서훈 국가안보실장 면담 등 일정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어떤 야기가 오갈 것인지도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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