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등 朴 탄핵 반대파 지지 받는 김기현…권성동에 힘 싣는 탄핵 찬성파

(좌측부터)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인 김태흠, 김기현, 권성동, 유의동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인 김태흠, 김기현, 권성동, 유의동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기현·권성동·김태흠·유의동 등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이 다시 친박과 비박 대결 구도로 치러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총선, 지방선거, 대선에 이르기까지 더불어민주당에 4연패했던 국민의힘이 4·7보궐선거 승리 이후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다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한동안 거론되지 않던 사안이 친박 의원의 문제제기로 수면 위로 떠올라 이번 원내대표 경선 역시 과거 당 내홍의 원인이 됐던 친박과 비박 간 충돌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 중 유일하게 영남을 지역구로 둔 김기현 의원(4선·울산 남구을)은 구 친박계의 맏형이던 서청원 전 의원이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과거 바른정당을 나와 국민의힘으로 복당한 권성동 의원(4선·강원 강릉)은 비박계 인사들 중심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4선 중진이 유력후보로 점쳐지는 가운데 나머지 3선 후보들의 경우에도 충남 보령시서천군의 김태흠 의원이 과거 친박계로 꼽혔다면 경기 평택을의 유의동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으로 복당한 비박계로 분류되고 있어 사실상 친박 대 비박의 대리전으로 비쳐지고 있다.

비록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이후 당내 계파 개념이 사라지고 국민의힘 의석 과반이 초선 의원들일 정도로 과거처럼 내홍이 일어날 만큼 당내 계파색이 뚜렷이 보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불과 지난 20일에도 당내 최다선 중 한 명인 서병수 의원이 대정부질문 도중 “저를 포함한 많은 국민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해 해묵은 탄핵 논쟁을 촉발시켰던 바 있어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 역시 어느 쪽이 승기를 잡을 것인지 여부에 따라 향후 당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당시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는 등 국민의힘이 선거 승리 이후 박 전 대통령을 의식한 듯한 행보를 이어가자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19~23일 전국 유권자 2532명에게 실시한 4월 3주차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95%신뢰수준±1.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보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0.5%P 하락하고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도 더 좁혀져 버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리얼미터 측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탄핵 부당성 발언을 둘러싼 당내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물론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의원마다 평가가 엇갈린 반면 전직 대통령 사면을 반대하는 원내대표 후보는 없다는 점에서 사면론과 탄핵 찬반은 별개 사안이긴 하지만 자칫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계기로 아예 탄핵 자체를 부정하려는 친박 측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는 30일 열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어느 쪽 후보가 당선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당내 분위기는 탄핵 부정론에 날선 비판이 쏟아지는 모양새인데, 하태경 의원이 이끌고 있는 국민의힘 청년문제 연구소인 ‘요즘것들연구소’는 지난 23일 “탄핵 부정은 법치 부정이고 우리 당의 길이 아니다”란 성명을 내놨으며 성일종 비대위원도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래로 가면서 과거를 자꾸 들춰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탄핵은 탄핵이고 이미 국가의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다 났던 사항”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여기에 현재 당을 이끌고 있는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역시 지난 21일 서 의원의 탄핵 부정 발언과 관련 “당 전체 의견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을 뿐 아니라 23일엔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사면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공언하면서 진화에 나선 바 있어 친박보다는 비박의 목소리가 주류로 비쳐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영남 출신 당권주자로 전당대회 출마 준비 중인 주 권한대행이 보선 이후 불거진 ‘영남당’ 논란을 의식한 듯 현재 원내대표 후보로는 비영남권 중진인 권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일각에선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 여부가 차기 당 대표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