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유력주자 된 이재명, 레임덕 온 文과 차별화 노려…대선 경쟁서 밀린 이낙연, 친문에 호소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집권여당 대선후보들이 문 정부에 대해 서로 상반된 행보를 보여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5일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집단면역 달성을 위한 경기도 정책이 있느냐’는 도정 질의에 “지금 4차 대유행이 우려되고 있어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중앙정부에 건의해서라도 추가 백신 확보를 위해 노력해보겠다”며 “새롭게 다른 나라들이 개발해 접종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들을 경기도에서라도 독자적으로 도입해 접종할 수 있는지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연일 확진자 수가 600~700명대를 오가면서 거리두기 단계 격상 여부를 검토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작 백신 확보와 접종 속도가 늦다는 비판이 문 정부에 쏟아지자 여당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 지사가 지방정부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다만 “집단면역은 백신 확보와 예방 접종인데 안타깝게도 독자적인 확보가 쉽지 않아 정부가 정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시·군과 협력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범정부 백신도입TF와 질병관리청 등 관련 정부기관에서 총력을 기울여도 해외에서 개발한 백신을 도입하는 데 애를 먹는 상황에서 경기도 지자체장일 뿐인 이 지사가 독자적 백신 확보를 거론한 것은 일단 실현 여부를 떠나 현재 문 정부가 방역과 관련해서도 비판 받는 상황이다 보니 차기 대선후보로서 정부와 차별화된 인상을 주기 위해 던진 ‘여론용 제스처’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지사는 지난 13~15일 한국갤럽이 전국 유권자 1005명을 상대로 실시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4%를 얻어 비록 박빙이기는 하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은 2위를 기록했는데, 2주 전 조사 때보다 윤 전 총장은 1%P 올라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인 반면 이 지사는 지지율 변동이 없었고 중도층 지지율에선 윤 전 총장(30%)이 이 지사(20%)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선지 이처럼 윤 전 총장과 치열한 대선 경쟁을 벌이고 있어 조금이라도 더 상승할 여지를 찾아야 하는 이 지사로선 더불어민주당의 4·7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이제 친문 표심만 의식하기보다 중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 모으려는 차원에서 중도층도 관심 있는 이슈인 방역과 관련해 정부와 별개의 독자 행보를 보이려는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이 지사의 행보는 자신의 대권가도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현재 백신 확보 문제로 질타 받고 있는 문 정부엔 한층 부담을 안겨주는 행보인데, 이미 야권 대선잠룡인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의 한 마디는 문 정권의 백신정책 무능과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기도란 광역단체가 중앙정부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백신을 도입할 수 있다면 대체 문 정부는 그동안 뭘 했으며 이 정부는 왜 존재하나”라며 “만약 이 지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를 그냥 해본 것이라면 ‘아니면 말고’식의 아무말 대잔치는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어느 경우든 문 정권의 임기 말 레임덕”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5일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 발언에 대해 “이런 게 레임덕의 전조가 아니라 최종형태다. ‘지금까지 문빠들 눈치 보느라 못했는데 국가가 방역에 있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고 백신 도입에 있어서 투명하니 못하니 나 이재명이 문재인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이런 의지 표명”이라고 문 정권을 직격한 데 이어 추가로 올린 글에선 “예언해보자면 이 지사가 갖고 오려고 추진한다는 것은 중국 백신일 듯하다. 정부는 러시아 백신에 매달릴 테고 둘이 서로 언론플레이할 것”이라고 이 지사까지 비꼬았다.

이렇듯 이 지사의 ‘독자적 백신 도입’ 발언이 문 정부의 무능과 레임덕 징후로까지 비쳐지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사실상 경기도를 겨냥 “백신의 공급과 예방접종은 중앙부처에서 전국적·통합적으로 실시하는 사무로 지자체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제동을 걸기에 이르렀다.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이낙연계 의원 2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배신할 수 없다.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 그 짓(차별화)은 못한다”며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을 지키고 가겠다. 문 정부에서 절반 이상 2인자(국무총리)를 했는데 내가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은 사기”라고 문 대통령을 적극 옹위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야권에선 이 지사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날선 비판을 쏟아냈는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민주당은 태극기부대 비판할 자격이 없다. 이 대표의 발언을 보면서 느낀 것은 민주당은 절대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이 될 수 없고, 말 그대로 애국보수의 대척점에 있는 ‘애국진보’ 정도가 이념적 지향”이라며 “‘죽어도 文 지킬 것’이라고 하는 상황 속에 ‘죽어도 朴 지킬 것’이라는 태극기부대를 누가 비판할 수 있나”라고 이 전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이 전 대표가 문 대통령에 대해 이 지사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나오듯 차기 대선 지지율이 2주 전보다 더 떨어져 5%에 그쳤을 정도로 더 이상 유의미한 대권 경쟁이 어려워졌기 때문인데, 친문 지지층보다 중도층의 향배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을 증명한 4·7보궐선거 이후 이 지사가 친문 표심과는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을 오히려 역이용해 여전히 여당 내 주류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친문의 지지를 자신으로 결집시켜 여당 대권후보 자리를 노려보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정권 재창출이 문 대통령을 지키는 길”이라며 “포지티브한 측면에서 정책을 보강하고 수정하고 재검토할 수 있다. 포지티브한 차별화는 하겠다”고 발언한 점에 비추어 대권 도전 의사를 접고 문 대통령 보좌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보다는 끝까지 문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자신에게 정권 재창출의 기회를 달라는 의미로 비쳐지고 있는데, 보선 참패 이후 치러진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윤호중 의원이 당선되며 친문의 건재함을 과시한 상황 속에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최후에 여당 대선후보로 낙점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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