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지층의 과잉 대표성 논란…선거 참패에도 목소리 높여

광화문 집회 중인 태극기부대(좌)와  서울 서초동에서의 조국 수호 촛불집회(우) 사진 / 유우상 기자, ⓒ뉴시스
광화문 집회 중인 태극기부대(좌)와 서울 서초동에서의 조국 수호 촛불집회(우) 사진 / 유우상 기자,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7보궐선거 참패 이후 강성 친문, 더 나아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옹호세력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 내 상황이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 패배 이후부터 21대 총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태극기부대 등 강성 지지층과의 관계설정을 놓고 딜레마를 겪어온 국민의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듯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지층 중에서도 목소리 큰 소수가 과잉대표 될 수 있다는 문제는 여야 모두 안고 있을 정도로 국민의힘은 태극기부대를 끌어안을지 거리를 둘 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조국수호대’ 세력과의 관계를 놓고 갑론을박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격분한 지지층이 중심인 태극기부대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심지어 6·13지방선거 패배 이후에도 이들의 입지가 축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강해져 당시 당권 도전에 나선 김진태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선언에는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군중이 모였고, 이후 2월 14일과 18일에 열린 합동연설회에선 태극기부대로 비쳐지는 과격 당원들이 아예 장내를 장악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에는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비록 태극기부대의 적극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2·27전당대회에서 결국 3위에 그치기는 했지만 당원투표의 경우 당시 2위를 한 오세훈 후보(2만1963표)에 1008표 적은 2만955표를 얻었고, 전대 직전인 2월 8일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세금을 축내고”라고 주장해 ‘5·18 폄훼 논란’에 휩싸였던 김순례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지도부에 입성함에 따라 강성 지지층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특히 당시 전당대회 출마자 중 ‘친박’인 김 후보와 ‘비박’인 오 후보 외에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했던 황교안 후보도 나와 ‘비박’ 표심은 결집할 수 있는 반면 ‘친박’ 표심은 분산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태극기부대의 영향력을 의식한 듯 황 대표는 그 이후 외연 확장성이 떨어지는 태극기부대의 목소리에 화답하면서 강경투쟁 기조로 당을 운영해갔다.

결국 지지층 확대는 못한 채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 위주로 흘러가자 21대 총선 역시 영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참패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었고 그 이후에야 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전환한 뒤 호남을 찾는 등 강성 지지층과는 마지못해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분명하게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보선을 앞둔 민주당의 상황 역시 중도층을 의식하기보다 당내 주류인 ‘친문’ 뜻에 부합하는 지지층 결집을 통한 ‘세 대결’로 끌어가다가 패배를 면치 못했는데 선거 패배 이후에도 강성 지지층과 거리를 두기보다는 여전히 이들을 옹호하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선거 연패 시절의 국민의힘과 같은 전철을 밟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조국 사태’ 관련 논쟁인데, 지난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서울 서초동d[tj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열고 조 전 법무부장관을 옹호했던 소위 ‘조국수호대’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은 조국 사태 등에 자성하는 입장을 내놓은 초선의원 등을 비판하며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김남국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민주당은 조국 수호를 외쳤던 게 아니었고 사실 손해를 볼까봐 눈치를 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국민들이 조국 수호를 외쳤고, 그 꺼져나가던 검찰개혁 불씨를 살렸던 것이 평범한 국민들이었다”고 주장했으며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윤호중 의원도 전날 원내대표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조 전 장관 문제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국가의 범죄수사업무를 총괄해서 책임지는 검찰총장이 개입한 부적절한 사건이었다”면서 이번 선거 패배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심지어 김용민 의원은 ‘지금도 당에서 조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SNS에 올린 같은 당 김해영 전 의원을 겨냥 “검찰개혁 때문에 선거에 진 것이란 얘기도 들리나 지지자들과 국민은 검찰개혁 때문에 지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정청래 의원 역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전투표는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5% 이겼고 총합은 박 후보가 8.46% 졌다. 사전투표는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투표한다는 것을 가정해 보면 더 적극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표심”이라고 적극 지지층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미 친문 강성 지지층이 열린민주당으로 갈라져 나간 듯 보이지만 이 역시 태극기부대가 대한애국당 등으로 갈라져 나간 듯 보였음에도 그간 강성 보수 유권자에만 영합해 휘둘렸던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상황에 비추어보면 민주당 역시 스스로 조국수호대와 거리를 두려는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상 과거 자유한국당 등과 동일한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를 우려한 듯 당내 일부 의원들은 비판을 무릅쓰고 강성 지지층에 맞서려는 뜻도 보여주고 있는데, “패배 이유를 청와대와 조 전 장관 탓으로 돌리는 왜곡과 오류로 점철된 쓰레기 성명서를 내며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면서 초선의원들을 성토하는 내용의 ‘권리당원 성명서’란 글까지 당원 게시판에 올라오자 조응천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렵게 입을 뗀 초선의원들을 주눅들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폭력적으로 쇄신을 막는 행위를 좌시하지 말고 소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다수 당원과 뜻 있는 젊은 의원들을 보호하라”고 도종환 비대위원장에 촉구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12일엔 당내 중진이자 보선 선거관리위원장도 맡았던 이상민 의원 역시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일부 당심으로 대표되는 의견이 너무 과대 대표돼 있어서 소위 강성 의원들의 의사, 일부 의원의 의견이 지나치게 과대 대표돼 거기에 휘둘렸다는 점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고 이 부분은 즉각 수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던 만큼 이들의 고언이 당내 강성 지지층과 그들을 대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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