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건방지다’ 金 발언에 국민의힘, ‘스토커·태상왕’ 등 날선 반응…安 “정확한 표현 아닐 듯”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우). 사진 / 오훈, 권민구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우). 사진 / 오훈,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야권 승리’란 발언에 대해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나. 유권자들은 국민의힘 오세훈을 찍었고 안철수는 국민의힘 승리를 축하해야 했다”는 반응을 내놨다가 구설에 올랐다.

국민의힘을 떠난 지 하루 뒤인 지난 9일 김 전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는 지금 국민의힘과 합당해서 대선 후보 되겠다는 욕심이 딱 보이는 것 아니냐. 서울시장 출마하면서 대선은 포기한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지금 야권이란 것은 없다. 몇몇 사람이 자기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야권을 부르짖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야권대통합론에 대해서도 “지난해 총선 때 보수대통합만 하면 승리한다더니 결과가 뭐였나. 국민의힘은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 자생력을 갖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세 사람 뿐이지 무슨 실체가 있나. 국민의당과 합당하면 당협위원장 나눠 먹어야 하고 당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지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적 반응을 내놨다.

그러자 국민의당은 물론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김 전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는데,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도 끝났는데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에 서른 살도 넘게 어린 아들 같은 정치인에게 마치 스토킹처럼 집요하게 분노 표출을, 설마 하시겠나. 좁은 지면에 담지 못한 말씀의 의미가 따로 있으셨겠지, 믿는다”며 “안 대표의 야권 승리란 말에 동의한다. 지난해 4·15총선 선대위원장이었던 김 전 위원장도 대패 책임을 털어낼 수 있게 됐다”고 에둘러 비꼬았다.

그러면서 홍준표계로 꼽혀온 배 의원은 “홍 대표, 안 대표 등 우리의 식구들이 건전한 경쟁의 링으로 함께 오를 수 있도록 당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마찬가지로 과거 홍준표계로 분류됐던 홍문표 의원도 12일 ‘김 전 위원장에 전하는 고언’이란 입장문을 통해 “사사건건 앞으로도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면 이 당이 누구 당이냐. 문재인 정부의 독선 오만과 김 전 위원장이 무엇이 다르냐”며 “문 정부 폭정에 맞서 한 사람이라도 손을 잡고 큰 힘을 내야 할 때인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자질이 없다, 깜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다 하고 사느냐”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재임 시절엔 당 흔들지 말라고 하더니 자신은 나가자마자 당을 흔들어대고 있다. 심술인가, 태상왕이라도 된 건가”라며 “기고만장이다. 뜬금없이 안 대표를 향해 토사구팽식 막말로 야권 통합에 침까지 뱉고 있으니 자아도취에 빠져 주체를 못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우리를 도와준 상대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못할망정 ‘건방지다’란 막말을 돌려주는 것, 그게 더 건방진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장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안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합쳐질 수 없다. 아무 관계도 없는데 안 대표가 마음대로 남의 이름을 가져다 얘기한 것’이라고 지적한 데에도 “자신은 윤 전 총장 이름을 얘기한 적 없나.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다면서 왜 남의 이름을 가져다 얘기하나”라며 “비아냥을 넘은 욕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도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전 위원장을 겨냥 “역할 다 끝냈으면 더 이상 언론도, 사람도 만나지 말고 가족들과 조용히 쉬면서 여생 보내고 더 이상 나서지 말라”며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예뻐서가 아니라 이 정권의 오만과 위선, 무능에 분노해서 표를 준 거지 당신이 특별히 잘해서 이긴 것은 아니니 절대 착각하지 말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특히 김 전 위원장이 직격한 국민의당에선 한층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 나왔는데, 구혁모 최고위원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을 꼬집어 “대한민국 대통령은 나 김종인이 간택해야 한다는 희한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본인이 어떤 분을 만나 보면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 바로 평가할 수 있는데, 4차산업혁명 시대와는 동떨어지게 고대 역사의 점성가처럼 별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이런 행보가 일각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거울삼아 권력에 욕심을 부리며 본인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언감생심 풍문이 돌고 있다. 제발 정치에 미련 없이 깨끗하게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심지어 구 최고위원은 김 전 위원장이 안 대표를 ‘건방지다’거나 국민의당을 비례대표 3석 뿐인 정당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야권은 오로지 국민의힘만 있다는 오만불손함과, 정당을 단순히 국회의원 수로만 평가하고 이를 폄훼하는 행태는 구태정치인의 표본이며 국민에게 매우 건방진 행동이다. 야권 승리를 위해 지지해준 국민에 당장 사죄하기 바란다”면서 “김 전 위원장은 사실 애초에 국회의원 시절 뇌물수수로 징역형을 받아 의원직이 박탈된 범죄자 신분이었으니 쌓았던 공도 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다. 김 전 위원장은 야권 승리에 걸림돌”이라고 원색적 발언으로 응수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에 직격 당한 안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위원장이 이번에 많이 노력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의 ‘건방지다’란 발언에 대해서도 “정확한 표현은 그게 아니었던 듯하다”고 맞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야권의 혁신과 대통합,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느냐”라거나 “‘야권의 승리’는 야권이 잘해서라기보다 여당의 실정과 LH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에 힘입은 바 컸다. 교만에 빠지는 순간, 야권의 혁신동력은 약해지고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김 전 위원장에 반박했다.

김 전 위원장의 회의적 시각과는 별개로 실제 야권 대통합 진행 상황은 보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지부진한 모양새인데,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같은 날 비상대책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과 관련해 “국민의당의 의견이 우리 족에 전달되면 우리 쪽 의견을 모아 정리하려고 한다”고 국민의당에 공을 넘겼으며 안 대표는 반대로 ‘주 권한대행이 이번 주 14일쯤까지 통일된 의견을 달라고 했는데 가능한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그 말은 수요일까지 국민의힘도 통일된 의견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냐”고 반문하는 등 서로 먼저 통일된 입장을 가져오라며 기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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