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숱한 구박에도 흔들림 없이 '정권교체'만 생각한 안철수
야권 보선 승리 이끈 '1등 공신'은 '안철수의 인내심'...범야권 핵심축으로 급부상
안철수 "이제 시작...범야권 통합으로 정권교체 이뤄 대한민국 번영 이루자"

안철수 대표가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안철수 대표가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며 "이제 시작이다"고 8일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오세훈을 지지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저를 포함해 야권의 책임 있는 분들이 정권 교체를 위해 혁신하고 단합하고 함께 힘을 합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장악한 권력으로 공정과 정의를 파괴하고 민주주의와 법치 그리고 민생을 파탄냈다"면서 "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의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혁신, 통합, 미래, 번영"을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고 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는데 뜻을 같이 하는 범야권이 모두 합쳐야 비로소 정권교체를 바라볼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대선에서는 야권이 도덕적일 뿐 아니라 유능하고 미래지향적인 세력임을 증명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민심의 위대함을 보여주시고 야권에 기회를 주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거듭 인사했다.

안 대표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것에 대한 '1등 공신'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모진 구박으로 수차례 수모를 겪기도 했으나 모든 것을 수용하며 오직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야권의 승리를 이끌기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안 대표는 보궐선거 준비 과정에서 야권 단일화가 깨질 위기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을 희생하며 야권 단일화를 성사시켰고, 이로 인해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대승을 거머쥐게 만들었다.

더욱이 그는 단일화 과정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운동 기간에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국민의힘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안 대표의 지지층인 중도층과 청년층의 표심을 오 후보에게 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었다.

이번 보궐선거에 안 대표가 돋보였던 점은 김 위원장의 구박과 막말로 인해 상처와 악감정이 생길 상황임이 충분했는데도 참아내고 인내했다는 점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안 대표가) 앞으로 대선 행보에 있어서도 '또 한 번 해보겠다'는 뉘앙스를 비췄다"며 "(저는) 그게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안 대표는) 정권 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격을 가했다.

이어 그는 지난달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저런 사람이 하나 나타나면 아주 속된 말로 파리가 많이 모이게 돼 있다"면서 "그 파리를 잘 골라서, 치울 건 치우고 받을 건 받고, 그거를 어떻게 능숙하게 잘하느냐에 따라서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날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에서 탈락하고 난 후 소감 발표에서 '결코 멈추지 않겠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던 발언에 대해 "꿈이야 꿈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하며 "그 사람에 대해 지도자로서의 훌륭한 자질이 있다고 확신을 가졌다면 내가 안철수 후보 단일화 하는데 찬성도 했을지도 모른다"며 비난을 가하기도 해 '야권 대선판의 파리 중 하나'로 연상케 만들며 안 대표를 흠집냈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달 15일에 안 대표를 겨냥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으며, 단일화 과정에서 '3자 구도 필승론'을 거론하며 야권 단일화에 방해를 펼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를 주장하는 안 대표를 향해 단일화 과정 중에 독한 말을 내뱉었었다. 지난 1월 2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너무나 시장 후보가 되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며 "계속 몸이 달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국민의힘) 후보가 만들어져야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놨었다. 또한 안 대표가 '개방형 통합 경선'을 제안했을때도 "뚱딴지 같은 소리"라고 비판을 가했고, '단일화 협상을 서두르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단일화 후보는 일주일이면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며 지연술을 펼쳤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등의 막말을 하며 사사건건 안 대표를 궁지로 몰며 훼방꾼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를 보다 못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25일 김 위원장을 향해 "아름다운 단일화 흥행을 해 준 안철수 대표를 끝까지 비방하면 서울시장 선거에도 좋지 않다"며 "어른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 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과 다르게 안 대표를 환대하며 야권 승리로 이끈 노고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전날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하나"라면서 "통합의 약속을 지키고, 가장 큰 힘이 돼 준 안 대표와 국민의당 가족들께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전여옥 전 의원도 지난달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단일화의 최고 공로자는 김종인도 오세훈도 아니다"며 "철수씨가 승자"라고 말하면서 "고맙고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전 전 의원은 "우리나라와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보선, 철수씨가 '단일화'의 가장 큰 공로자이다. 이번에 애 많이 쓰셨다"면서 "철수씨의 진정성을 믿는다. 우리 모두 차곡차곡 기억을 쌓아 정치인 안철수씨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챙길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 힘 당대표에 도전해 달라. 정당정치를 본격적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정치인 안철수의 진정한 도전, 기억하고 챙기고 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깜짝 등장을 하기도 했는데, 그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 대표의 등장에 모두 기립 박수로 큰 환영을 받았으며, 주호영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안 대표가 제일 먼저 결심해 행동으로 옮긴 덕분에 판세가 전환됐다"며 "(안 대표가) 가장 큰 공이 있다"고 치켜 세우기도 했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선거 유세 기간까지 안 대표를 견제하며 신경전을 펼쳐 오다가 전날 당사에서 개표방송에 함께하러 찾아 온 안 대표를 보고 흠칫 놀란 느낌이었으나, 그는 안 대표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서로 웃으며 짧게 대화하는 모습을 엿보였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손을 마주 잡으며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으며 안 대표는 "감사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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