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국 “180석 거대여당의 오만”…용혜인 “거대정당의 횡포, 더 참지 않겠다”

(좌측부터) 여영국 정의당 대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 / 오훈, 권민구 기자
(좌측부터) 여영국 정의당 대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사진 / 오훈,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동안 범여권으로 분류되어온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이 4·7보궐선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판적 시선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어 이제는 정치권도 이념에 따른 진영논리보다 각 정당별 사정에 따라 갈라서는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진보 성향 유권자의 결집을 호소해온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4일 심상정 의원을 거론하며 정의당에 사실상 협조를 요청했지만 바로 다음 날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며 단호히 일축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일엔 지난 2012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새벽 노동자가 많이 타는 버스’라고 언급한 6411번 버스에 오르는 걸로 첫 일정을 시작했으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노 전 의원이 동작구에 출마했을 때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왔다. 정의당이 보궐선거 있을 때마다 저는 유·불리 안 따지고 진심을 다해 거의 매번 도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후보의 일방적 러브콜에 대해 같은 날 정의당은 이동영 수석대변인 브리핑에서 “당시 동작 보궐선거는 정당 간 정치적 합의를 통해 단일후보에 대해 당적으로 책임 있게 선거를 치렀던 건데 마치 개인적으로 도움 준 것처럼 말한 부분은 정치적 도의와 책임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 아무리 선거가 급하더라도 고인을 선거판에 소환하는 것을 멈춰주기 바란다”며 “박 후보는 6411번 버스에서 고 노 의원을 선거에 소환하기보다 민주당 정부 4년에 대한 자문과 자성의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섭섭한 마음에 지지를 못하는 게 아니라 20%의 기득권에 편입된 민주당의 과거에 80% 동료 시민들의 미래를 맡길 순 없다”고 냉담한 반응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류호정 의원도 “비례위성정당 창당과 임대차3법 통과 전 임대료를 올리는 위선은 노회찬 정신이 아니다. 노회찬의 적은 보수정당 따위가 아니라 부패한 기득권이었다”며 “진보적 개혁에 후퇴를 반복한다면 오늘 민주당은 노회찬을 그저 선거에 이용한 것이 될 것이다. 급한 마음에 가져다 쓴 그 정신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노회찬의 외면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민주당에 경고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도 지난 5일 정의당을 향해 “잘 알겠다. 우리가 어떻게든 잘 해볼테니”라고 SNS로 응수했던 정청래 의원이 줄곧 ‘선 긋기’하는 정의당 측 반응에 못내 서운했는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영국이 민주당 후보입니다’라며 정의당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던 과거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아 옛날이여!”란 글을 올렸고, 같은 날 오후엔 ‘정의당이 원하는 정치적 메시지는 차라리 국민의힘이 당선돼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느냐’고 비판한 성형외과 전문의 이주혁 씨의 글도 자신의 SNS에 공유하며 정의당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 대표는 주춤하기는커녕 도리어 7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번 선거는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있고 지금 전반적인 상황은 180석의 거대여당의 오만함이 불러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덕도 신공항으로 상징되는 기득권 이익동맹도 더 공고히 됐고 민주당은 개혁정당으로서의 이미지가 상실됐다”고 한층 강하게 여당을 직격하면서 향후 민주당과의 관계설정과 관련해서도 “민주주의 과제나 어떤 개혁의 과제 등에 대해선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함께 연대하고 힘을 같이 보탤 것”이라고 밝혀 과거와 달리 보수정당인 국민의힘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자세를 취했다.

이처럼 민주당에 비판적 반응을 보인 진보정당은 비단 정의당뿐만이 아닌데,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당선됐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6일 같은 당 신지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을 박 후보 캠프가 방해했다면서 “마지막 유세를 진행하기 위해 캠프에서 유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박영선 캠프 측에서 나타나 마포구청과 모두 이야기가 됐다며 박 후보 유세를 해야 하니까 기본소득당 유세 차량을 빼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용 의원은 “마포구 시의원인 정모씨는 마포구청 공원과장에게 전화로 민주당이 광장사용허가를 받았다고 했다. 정씨의 지시에 10분 만에 마포구청 공원과 팀장이 현장에 나타났는데 기본소득당 선거운동원이 그에게 법률사항을 다시 물으며 민주당이 공원신청한 바가 있냐고 물으니 ‘그런 적 없다’고 답변했다”며 “시의원 한 마디에 구청 직원까지 움직이는 게 상식적인 일이냐. 법률을 어겨서까지 마포구청이 특정 선거대책본부를 지지하는 행위를 한다면 이것은 명백한 선거중립 위반”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시 전체를 박영선 캠프가 전세낸 것이 아니다. 소수정당 청년 후보에 대한 무례, 청년 선거운동원들에 대한 거짓말과 협박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거대정당의 횡포, 더 이상 참지 않겠다. 추후 모든 방안을 강구해 법률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까지 민주당에 강력하게 경고했는데, 이렇듯 범진보 군소정당들마저 여당에 점점 등을 돌리면서 비록 여전히 원내 절대 다수라지만 민주당의 입지는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고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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