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 달리 독주 양상을 보이면서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함께 할 것인지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모두 서울시장 보선과는 관계없는 윤 전 총장을 거론하면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는데, 안 대표는 앞서 23일 단일화 패배 회견 직후에도 윤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야권 지지자들의 정권 교체 열망을 담은 거대한 댐 역할을 하는 분”이라며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야권의 인재들, 시민단체들을 모아 범야권 대통합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오 전 시장도 앞서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단일화가 되면 바로 윤석열·김동연·홍정욱·금태섭 등 중도우파 인사들을 삼고초려해 개혁우파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는데, 다만 야권 단일후보가 된 이후인 24일 의원총회 직후엔 윤 전 총장의 지원 가능성과 관련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는다. 그 분이 본인 정치 행보를 시작 안 했는데 첫 행보를 이번 선거 도와주는 형식으로 하실 가능성은 적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윤 전 총장의 영향력을 의식한 듯 “본인이 판단해 야권 후보의 승리를 원한다면 도와줄 가능성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단일화된 야권 후보가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기대하는 것”이라며 내심 기대감을 감추진 않았는데,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외부일정에 나선 적은 지난 19일 자신이 정치를 해도 될지 조언을 듣고자 101세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면담을 가진 게 전부인 만큼 벌써부터 현실정치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세력과 문 대통령 지지세력 양측 모두에게 비판 받아온 입장이다 보니 보수나 진보란 이념적 색채보다는 제3지대 정당을 통해 중도확장을 노릴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은데, 일례로 2만2천여 명 규모의 윤 전 총장 지지모임인 이른바 ‘윤사모(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는 오는 27일 인천에서 ‘다함께 자유당’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겠다고 24일 밝히기도 했다.

비록 이 정당 소속으로 활동하겠다는 윤 전 총장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 보니 그의 정치행로와 당장 연계할 수는 없는데, 그래선지 국민의힘 오 후보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8일에 나는 집에 가겠다’, ‘윤 전 총장한테 연락하고 그럴 생각 없다’고 한 것은 ‘네가 연락해ㅏ’ 이것이다. 윤 전 총장이 제일 먼저 김 위원장을 찾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의힘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구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견제구는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지난 23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에 대해 “심상치 않다”면서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언론이 윤 전 총장 행태에 비판적 시각은 배제해 왔다. 언론이 윤 전 총장을 신비주의로 키워준 덕분”이란 입장을 내놨으며 조국 전 장관도 24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전 총장의 장모가 아산신도시 땅 투기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총 132억여 원의 토지보상금을 받아 102억 원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윤 전 총장 본인 판단과는 별개로 여야 양당에선 이미 그가 어느 쪽에 속하는 인물인지 예단하고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인데, 다만 이번 보선을 앞두고 제3지대 후보로서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어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섰던 안 대표가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거대정당의 당세에 밀렸던 현실을 반면교사 삼아 윤 전 총장도 적잖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예상한 듯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2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바로 입당할 가능성에 대해 “윤 총장도 미련한 사람이 아닌데 느닷없이 지금 국민의힘으로 들어오겠나. 그런 일은 안 할 것”이라며 “정권 교체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어차피 단일대오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 후에 자연스럽게 대선 국면으로 가면 국민의힘도 통합전당대회를 해야 하니까 통합에 이를 것”이라고 단계적 통합론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