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크로스 못 벗어나는 文과 하락하는 與…정부 반감 힘입어 반등하는 野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 압승 이후 수적 우세를 앞세워 쟁점법안조차 사실상 강행 처리해온 여당과 부동산 정책 등에 있어 강력한 규제와 시장 개입 정책을 펼쳐오던 정부가 그간 스스로 밀어붙였던 만큼이나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 ‘野 패싱’ 일방통행하다 ‘정책 불만’ 민심에 직격탄 맞은 당청

7월 임시국회에서 임대차 3법·부동산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속법안 등을 야당 반발에 아랑곳 않은 채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강행 처리한 데 이어 8월 국회가 열리면 공수처 출범 준비를 본격화하겠다고 엄포를 놓던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고, 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나날이 좁혀져 가는 상황에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해 7일 발표한 8월 1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은 총선 이후 최저치인 37%를 기록한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전주보다 5%P 오른 25%로 총선 후 최고치를 기록해 양당 간 희비가 엇갈렸는데, 총선 승리 이후 불과 두달여만에 10%P나 떨어진 여당으로선 가히 경각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 결과 역시 동 기관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전주 대비 1%P 오른 46%를 기록하며 데드크로스 상태가 지속됐고, 가장 큰 원인으로는 23번에 걸친 시도에도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33%)이 5주째 1위로 꼽혔는데, 정책 부작용도 예상치 못한 채 사후약방문 격으로 추가 정책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과거 정책 기조와도 상반되는 정책을 내놓는 등 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점이 정부 불신 여론이 커져가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갤럽 뿐 아니라 하루 먼저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는데, TBS의 의뢰로 지난 3~5일 전국 유권자 1510명에게 조사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는 긍정평가가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상승하면서 4주째 데드크로스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정당 지지율에선 민주당과 통합당 간 격차가 불과 0.8%P로까지 좁혀졌고, 8·4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엔 아예 통합당이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안에서 앞지르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이 요동친 서울의 경우 통합당 지지율이 37.1%를 기록하며 민주당(34.9%)을 앞질렀고, 연령 면에선 부동산 사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30대에서 10.1%P, 현 정부여당에 대체로 지지를 보내왔던 40대마저 6.2%P 빠지면서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내렸는데 이 같은 민심 이반의 이유를 보여주듯 규제와 공급이란 두 가지 카드를 모두 들고 나온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집값 뿐 아니라 이젠 서울 아파트 전세값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과거 정책처럼 풍선효과가 재발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을 꼬집어 통합당에서도 7일 배준영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서울 아파트 전세값이 58주 연속 상승하며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서울 뿐 아니라 경기, 인천 역시 전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는데 정부 대책이 무슨 소용 있냐는 시장과 수요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23번째 부동산 대책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우려가 점점 사실이 되고 있다”고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 ⓒ한국갤럽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 ⓒ한국갤럽

그래선지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성인 1024명에게 실시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 등 정책 공정성’을 묻는 질문(95%신뢰수준±3.1%P)에 ‘공정하다’는 응답은 36.4%에 그친 반면 ‘공정하지 않다’는 응답은 57.1%나 나왔으며 급기야 재보선부터 차기 대선에 이르기까지 향후 선거 전망도 줄줄이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는데, 한국갤럽이 지난달 21~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재보궐선거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정부지원을 위한 여당 다수당선(37%)보다 정부견제를 위한 야당 다수당선(49%) 쪽이 더 높게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재보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를 좌우할 서울과 부산 지역 유권자들은 야당 다수 당선에 한층 힘을 실어줬는데, 서울지역 응답자의 55%와 부산·울산·경남의 52%가 이 같은 입장을 내놨고 여당 후보가 다수당선 돼야 한다는 응답은 두 지역 모두 40%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심지어 차기 대선과 관련해서도 미디어오늘 의뢰로 리서치뷰가 지난달 28~31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진행한 가상 대선 대결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41%)보다 1%P 높은 42%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 與, ‘의석수’ 내세우면서도 ‘남 탓’하다 때 늦은 자성론?

당초 민주당은 부동산 법안 처리에 있어서도 지난달 29일 김태년 원내대표가 “2014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한 부동산3법이 아파트 주택시장 폭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도 “분양가 상한 폐지, 재건축 환수 이익 등 부동산 부양 패키지와 관련해선 박근혜 정부 때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부동산 공화국을 만든 책임에서 통합당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 불안은 통합당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폈는데, 이미 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돈데다 현 정부에서 여러 번에 걸쳐 내놓은 정책의 역효과로 집값이 더 치솟으면서 이런 논리는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더구나 민주당 법안 처리 과정에서 주요 국회 상임위원장도 독식한 채 본회의 일정을 고려해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일사천리 처리해온데다 통합당은 사실상 민주당을 막을 방도 없이 무력화된 상태다 보니 여당이 ‘야당 탓’을 해봐도 여론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채 책임회피나 변명만 한다는 인상만 강하게 남겼는데, 실제로 범여권으로 꼽히는 열린민주당에서조차 지난 2014년 부동산 3법 탓을 하는 민주당을 향해 지난달 30일 주진형 최고위원이 “왜 요즘 부동산 가격 폭등 주범인 듯 말하는지 모르겠다. 벌써 6년 전 얘기”라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도리어 여당의 이 같은 태도에 반감을 품은 여론이 늘어나면서 통합당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반사효과’까지 입게 됐는데, 이런 기류를 의식했는지 성일종 통합당 비대위원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자당 지지율 상승과 관련 “우선 이 정권에 대한 실망이 가장 클 것이고 두 번째로는 정책 실패”라고 진단하면서 “우리가 좀 더 겸손하게 국민들께 다가가면서 안정감 있는 정책을 국민들께 제시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물론 통합당이 오로지 반정부여론으로 인한 반사효과만 본 것은 아니고, 지난 20대 국회 때와 같은 막말 논란에 휩싸이거나 강경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모습과는 선을 그은 채 최대한 원내투쟁에 방점을 찍었던 당의 전략도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지난달 30일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한 윤희숙 의원의 본회의 발언 역시 이 같은 상승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습. ⓒ청와대
지난 7월 27일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모습. ⓒ청와대

다만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진행한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민주당이 여당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53%로 나오긴 했으나 통합당이 야당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69%로 집계됐다는 점에 비추어 통합당 의원들도 지나친 자신감보다는 겸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여당도 마찬가지로 여론 변화에 놀라 이제는 앞다투어 자세를 낮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6일 “부동산 관련 입법이 통과될 때 야당 협조가 담기지 못했다. 야당과 물밑에서 꾸준히 협상을 지속했지만 불가피하게 협조를 구할 수 없는 부분이 발생한 것에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으며 김 원내대표도 7일 최고위 회의에서 통합당을 향해 “소비·투자·지역경제 활성화·경제 혁신 입법 등을 속도감 있게 논의했으면 하니 경제회복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달라. 경제 회복을 위한 국회 비상경제특위를 구성하자”고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후보도 차기 대선 전망이 야권 단일후보 쪽에 힘 실린 일부 여론조사 결과 때문인지 6일 전주MBC주관 TV토론회에서 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부동산 등 문제에 적절히 대응을 못해 국민 걱정을 키웠고 서울·부산시장의 잘못이 잇따라 도덕성의 상처가 생겼다. 겸손·신중·유능함을 통해 신뢰를 축적하는 게 지지율 회복방법”이라고 자당에 쓴 소리를 쏟아냈으며 김부겸 후보도 “여당으로서 자세 전환이랄까, 이 부분이 부족한데 사과하고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보겠다고 솔직하게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청와대, 비서실 수석 일괄 사임…‘악재 털고’ 쇄신 분위기 조성?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내놓은 새로운 분위기 쇄신용 카드인지 청와대에서도 ‘똘똘한 한 채’ 논란에 휩싸였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강남 부동산을 내놨다가 도마에 오르자 아내에게로 책임을 돌렸던 김조원 민정수석 등 주요 참모진이 7일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진다는 뜻이라며 전격 사의를 표명했는데, 이미 지난달 말 점쳐졌던 참모진 교체 카드가 오히려 예상보다 늦게 나왔다는 지적도 있지만 부동산 문제로 구설에 올랐던 비서실 참모들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점에서 들끓는 여론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통합당에선 황보승희 의원이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집값 잡겠다고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만들더니 부동산 불패만 입증하고 떠나네. 결국 집이 최고”라고 혹평한 데 이어 같은 당 김은혜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대충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보여주기식 꼬리자르기”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좀처럼 국면전환용 인사 카드를 쓰지 않아왔던 문 대통령이 과연 이번엔 인사쇄신도 ‘위기 돌파 수단’으로 삼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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