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말 현재 서울 지하철 1-8호선 상가 공실률 33%
개별입찰 전환 이후 329개소 공고 냈지만 계약 성사 20건뿐

서울지하철 6·7호선에는 텅 빈 점포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서울 지하철 6·7호선 상가 입찰이 계속 유찰되면서 공실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투찰률을 높이기 위해 그룹별 임대차 계약이 아닌 개별상가 임대차 계약으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9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은 총 1714개소의 상가공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실제로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70%가 채 되지 않는다. 현재 공실인 상가는 560곳으로 공실률은 32.7%에 달한다.

공실률이 7.7%인 5호선을 제외하면 나머지 7개 구간의 공실률은 모두 두 자리이다. 특히 6호선의 공실률은 65.8%로 매우 높고, 상가가 가장 많은 7호선의 공실률도 52.5%나 된다.

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해당 상가들에 대한 입찰공고를 내고 있지만 총 7차례의 유찰을 맛보고 있다.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해 6·7호선 복합문화상업공간에 일부 상가를 추가해 3곳으로 나눠 개별 입찰을 시도했으나 불발됐고, 공간을 5그룹으로 더 나눠 5·6번째 입찰에 나섰다. 임대차 대상 상가도 396개에서 351개로, 기초금액도 5년 919억원에서 813억원으로 낮췄지만 또 유찰됐다.

지난 5월 7번째 입찰공고에서는 임대차 대상 상가를 331개로 줄이고 기초금액도 5년 694억원으로 낮춰 입찰공고를 냈지만 C그룹 1개 업체 참가에 그쳤다. 경쟁입찰 방식이기 때문에 최소 2개 업체가 참가해야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두 번 유찰이 되면 해당 업체랑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되자 최종 불발됐다.

이에 공사는 지난달부터 그룹별 입찰이 아닌 개별입찰로 전환하고 입찰을 받고 있다. 공사는 “계약 건이 커지면 금액도 커지기 때문에 입찰을 많이 하지 않는다”며 “유찰을 막고 빨리 입점될 수 있도록 그룹을 쪼개서 입찰공고를 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사는 지난 6월부터 총 329개소(중복 포함)에 대해 개별입찰을 진행했고 총 100여건의 입찰을 받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계약이 성사된 곳은 20곳에 불과하다.

수익에 비해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지하철 상가에 입점하려는 업체가 적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중대형상가의 월평균 임대료는 1㎡당 5만4700원이다. 50㎡ 면적인 점포의 경우 매달 274만원 정도를 내는 셈이다. 반면 지하철 상가의 경우 1㎡당 월평균 10만7910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어 약 두 배가량 비쌌다.

이에 대해 공사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감정평가액을 낮출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작년 11월에 감정평가를 받았고 1년 동안 유효하기 때문에 올해 11월이 되기 전에는 금액에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지하철 상가의 대부분은 의류 및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곳이다. ⓒ픽사베이

지하철 상가의 특성상 영위할 수 있는 업종에 제한이 있는 것도 입점을 꺼리는 주요인이다. 서울특별시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에 따르면 폭발 위험이 있는 가스·화약류를 취급하거나, 화재 위험이 있는 화기를 취급하는 업종은 입점이 제한된다. 그밖에 소음, 진동, 먼지, 악취를 발생하는 업종 또한 입점이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지하철 상가는 일부 업종에 크게 편중돼있다. 의류 및 액세서리 관련 업종이 전체의 37%에 해당하고, 편의점이 16%, 커피 및 제과업체가 1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류업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5월말까지 4개월 동안 의복/의류업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6%나 감소했다. 액수로는 2199억원이 줄어들었다. 편의점과 커피 관련업종의 매출도 소폭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지하철의 불 꺼진 공실에 신규 상점이 대거 들어서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공사는 지난 2013년 ‘지하철 6·7호선 유휴공간 개발 계획’을 통해 상업공간의 70%를 중소상인에게 제공,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계약기간을 기본 5년에서 추가로 5년 더 연장 가능한 조건으로 GS리테일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GS리테일은 중소상인들을 모집해 지하철 6·7호선 406개(6호선 174개소, 7호선 232개소) 상가를 재임대했으나 계약기간동안 발생한 영업 손실을 이유로 기본 계약종료일인 지난해 10월 24일, 재계약 포기의사를 밝히고 퇴점을 결정하면서 406개 상가들의 영업을 중지시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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