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북한이 16일 남북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 저마다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선 배준영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를 구실로 쏟아내던 군사적 위협이 현실이 됐다. 전략 없이 평화란 환상에 끌려다니다 우리 스스로 안보 불안을 자초하게 됐다”며 “현 정부의 대북유화정책이 실패로 귀결됐다”고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배 대변인은 “이제는 협박과 엄포를 넘어 더 큰 무력도발과 행여나 있을 우리 국민의 직접적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라며 “정부는 북한이 우리를 한 동포가 아닌, 적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북한의 엄포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행된 만큼 군 당국과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통합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통합당에선 당초 내일로 예정됐던 외교·안보특위도 이날 긴급 가동하겠다고 밝혔는데,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통합당 중진의원 긴급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진의원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대북 유화정책은 실패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북한에 대해서는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이야기와 함께 통합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씀 주셨다”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한 가운데 박진 의원을 중심으로 외교·안보특위를 즉시 가동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정의당에선 같은 날 김종철 선임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며칠 전부터 있었던 위협적 발표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라며 “북한의 이러한 무모한 행동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정부보다는 북한 비판에 집중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심각한 사태로 판단한다. 화가 난다고 밥상을 모두 엎어버리는 행동을 누가 이해할 것인가”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만 더 높아질 것”이라고 거듭 북한의 폭파 조치를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북한 당국의 이성적 판단과 행동을 촉구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정의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한민국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민의당에선 북한 비판과 정부 비판이 모두 뒤섞인 반응이 나왔는데, 안혜진 대변인이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상식과 규범을 벗어나는 북한의 개성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규탄한다. 이런 행동은 남한과의 관계파탄은 물론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유감스러운 행위”라며 “향후 더 고립무원에 빠지게 되는 자가당착적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하지만 안 대변인은 우리 정부를 향해서도 “정부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순진한 대화와 유약한 타협의 모습만 고수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체 언제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38선 이북의 비정상적인 국가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폭거에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가”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당청도 북한의 폭파 단행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오후 5시에 이해찬 대표 주재로 외교통일위원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청와대 역시 같은 시각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는데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여당 의원 중에선 외통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이 이날 오후 외통위 전체 회의 직후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그런 것 같다”면서도 “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