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오는 2023년까지 677개 직영우체국 → 우편취급국으로 전환 계획
우본공무원노조-별정우체국중앙회 즉각 반발 “연대투쟁할 것”
방종윤 국장 “우편서비스는 국민이 누려야할 보편 서비스…우체국 없는 세상 생각해보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우정사업본부. ⓒ뉴시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우정사업본부. ⓒ뉴시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지난 1월 우정사업본부는 향후 4년 동안 직영우체국의 절반 가까이인 677국을 위탁국인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본공무원노조의 반발과 코로나19 사태, 총선 등으로 2차례나 검토기간을 연장했고, 이달 말까지 전환 대상국을 선정할 예정이다.

우본공무원노조와 별정우체국중앙회 지난 21일 “국가가 운영하는 직영우체국과 민간이 운영하는 우편취급국은 그 위치가 다름에도 우정사업본부가 국민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 유지를 훼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연대투쟁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별정우체국 종사원들은 “우체국의 사회적 책무가 강구되고 직원의 인간적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우체국 기본 3인 관서 체제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청원 동의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이미 많은 우체국 이용객들의 서명이 적혀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부여장암우체국의 방종윤 국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1999년부터 부여장암우체국을 책임지고 있는 방 국장은 현재 별정우체국중앙회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 현재 별정우체국 등 지역의 3인관서는 어떤 상황인가

현재 우체국은 우편업무와 함께 금융업무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과 국업무를 총괄하는 국장까지 3명은 있어야 우체국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관공서이기 때문에 업무를 보다 더 철저히 해야 한다. 금융업무에 있어서는 특히 더 조심스러운데, 돈을 다루다 보니 내외부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검증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직원 하나가 연가나 병가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최소 3명은 있어야 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특별회계로 운영되는 우체국 특성상 예산이 여의치 않아 2인관서로 운영되는 곳도 꽤 된다. 부여에만 15개면 중 2인관서가 3곳이나 있다. 이곳들은 고객이 많지 않더라도 업무 내용 측면에서 필수로 해야 하는 행정 업무도 있어서 찾아가는 서비스 등의 업무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러니 2인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연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총괄국에서 인력을 지원해야만 가능한데, 총괄국 역시 인원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눈치를 보다가 끝내 연가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타 지역 2인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갑자기 주말에 입원하게 돼 총괄국에 연락했으나 주말에는 지원할 직원 섭외가 어렵다며 익일 오전 10시가 돼서야 지원자를 보냈다”, “연가 신청 시 최소 7~10일 전에 미리 보고해야 하고 관내 다른 2인국과 연가가 겹치면 동시에 지원하기 어려우니 서로 상의해서 양보할 것을 권유하더라”, “코로나로 어린이집이 휴원하는 바람에 아이를 돌보기 위해 연가를 신청했지만 갖은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5시간 거리에 계신 부모님이 손녀를 봐주러 왔다” 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곳은 3인관서에서 2인관서로 지원을 나가는 곳도 있다.

3인관서도 연가를 쓰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 년에 22일 정도의 연가가 주어지는데 대부분의 직원들이 연가를 사용하지 못한다. 절반 정도는 연가보상비로 손에 쥐어주고 나머지는 사용하라는 방침인데 그러지 못하는 직원이 많다. 연가저축제도를 통해 익년도로 이월시켜 한꺼번에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당해에 쓰지 못하는 연가를 다음 해라고 쓸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3인관서인 부여장암우체국은 금융서비스와 우편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 한 명씩 근무하고 있다. 뒤쪽에 국 업무를 총괄하는 방종윤 국장이 있다.?ⓒ시사포커스DB
3인관서인 부여장암우체국은 금융서비스와 우편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 한 명씩 근무하고 있다. 그 뒤로 국 업무를 총괄하는 방종윤 국장이 있다. ⓒ시사포커스DB

◆ 우정사업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구망합리화’는 무엇이 문제인가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안에 전국 우체국 171곳 정도를 일단 폐국하고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4개년 간 일반국 위주로 총 677곳을 단계별로 줄이는 계획을 세웠다. 다음 주 중에 각 기장 우정청 별로 대상국 심의를 해서 확정지을 것 같다.

우편취급국은 우편업무만 전담하는 민간 사업자다. 현재 동 단위에 설치된 곳이 많고 전국에 770개가 있는데 우편량이 어느 정도 있어야 기본적인 인건비가 나오는 구조다. 면 단위는 수익이 나기 어려워서 우편취급국이 들어오기도 어렵지만, 어찌어찌 들어오더라도 금융서비스는 자동화기기(ATM)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된다. 면 단위에는 고령의 고객이 많은데, 이분들은 ATM 사용이 어려워 직원들이 일일이 안내해줘야 한다. 그마저도 ATM에서는 공과금 납부, 예금 입출금 정도 밖에 못 한다. 통장 재발행이라는 기본적인 업무도 다른 곳의 우체국으로 가야 되는 것이다.

아직도 농어촌에는 금융·우편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런 곳에 우체국을 폐국하고 민간 우편취급국을 유치한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대안인데, 전국 770개 우편취급국 중 면 단위에 있는 30여곳은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 물론 기존 우체국이 있으니까 우편취급국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래서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2명이서 근무하는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원이 적으니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 같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이 될 수 없고 수익은 더 떨어질 것이다. 결국 이렇게 된다면 당장 불편을 겪는 건 국민들이다.

 

◆ 그렇다면 우정사업본부는 왜 우편취급국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가

우체국의 서비스를 크게 예금, 보험, 우편 이렇게 나눌 수 있는데, 우편업무만 딱 떼고 보니 적자를 면치 못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세 가지 사업을 전부 합치면 전체적으로는 흑자 기조를 유지 하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우정사업본부의 얘기가 전부 틀린 소리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편요금이 낮기 때문에 우편사업 수지가 적자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현재 380원만 내면 편지 한 통이 울릉도든 지리산이든 모두 배달이 된다.

우편서비스는 국민이 누려야할 보편 서비스 중 하나인데 우정사업본부는 우편 쪽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만약 없앤다면 경영수지를 따져 인구가 적은 곳을 없애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러나 법적인 부분 때문에 일반우체국을 먼저 없애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5년 전에도 대학 구내에 있는 대학우체국을 전부 없애고 우편취급국으로 전환시켰다. 그동안 우체국이 있음으로써 대학생들 입장은 물론 우체국 입장에서도 좋았다. 특히나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본다면 없애지 않는 게 좋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자가 나는 곳이 많다는 이유로 잘 운영되고 있는 곳까지 다 없앴다. 선별적으로 없애자는 내부 의견을 모두 무시한 채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국에 있는 우체국의 차례다.

이번에도 기준이 의아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가장 첫 번째로 없애려는 곳이 임대료를 내고 있는 우체국인데, 임대해 들어간 우체국일지라도 고객이 많아서 매출이 높은 우체국은 그대로 두는 게 수지면에서 타당하지 않은가. 반대로 임대료를 내지 않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곳을 없애는 게 차라리 이득인데 현금유동성 면에서 당장 수익화 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우체국이나 국민들을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계획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땅도 팔고 인건비도 줄여서 해결이 되겠지만 나중에 더 큰 폭탄이 돼서 돌아올 것이다.

지난 3월 3일 이용객들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지난 3월 3일 이용객들이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 마지막으로 국민들이나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국민들은 우체국 직원들 고생한다고 많이 격려해주기 때문에 보람이 있다. 봉급 받으면서 당연히 해야 할 일 하는데 고마워해주시니 그게 더 감사하다. 다만 국민들에게는 우체국이 마치 공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은 공기 마실 때에는 공기의 소중함을 몰랐지만 중국으로부터 황사, 미세먼지 등이 발생하면서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했던 것처럼, 우체국도 지금까지는 그냥 공기처럼 옆에 있어줘서 인식을 잘 못해줬을 텐데 우체국이 없는 세상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보시고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100년 넘는 역사 동안 우체국은 국민들 곁에서 스스로 수익을 내면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정부는 우체국이 다른 행정기관이나 국가사업처럼 아직도 수십년은 더 필요한 사업이라고 인식을 해주시고, 일반회계에서도 어느 정도 비용을 쓰는 시스템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체국이 별 다른 저항 없이 정부의 말을 잘 들어왔던 기관이라 크게 주목도, 관심도 안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여태 수익을 내면서 효자노릇을 하다가 갑자기 돈 달라고 하는 상황이 되니 ‘스스로 살림살이 잘 해라’라고 지적하는 형국이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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