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고가 의류일수록 보관·세탁 유의해야
전문 세탁업체에 맡기는 것이 제품 가치 보존 지름길

손윤식 씨의 전문 세탁업체에서 세탁한 셔츠들. 오염 및 이염된 상태(왼쪽)에서 깨끗하게 세탁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손윤식 씨 제공
손윤식 씨의 전문 세탁업체에서 세탁한 셔츠들. 오염 및 이염된 상태(왼쪽)에서 깨끗하게 세탁이 된 것을 볼 수 있다. ⓒ손윤식 제공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 A씨는 즐겨 입던 스웨터에 얼룩이 생겨 세탁업자에게 제품을 맡겼으나, 오히려 얼룩이 확대되고 주변이 탈색된 스웨터를 받았다. 심의 결과 세탁업자의 오점제거 미숙으로 인한 섬유 손상이 원인이었다.

이 같은 의류 및 장신구 세탁물 사고로 인한 국내 연간 손실액은 8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탁물 사고는 제품의 제작·운송·보관·세탁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판매업자, 세탁업자, 소비자 모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를 일반 제품처럼 세탁하다가 문제가 생기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명품 등 고가 브랜드는 제품을 만들 때 천연염료·안료를 사용하는데 중저가에서 사용하는 합성염료·안료에 비해 고착성이 떨어져 사고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가품일수록 소비자들이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의류 및 장신구 사고처리 전문가 손윤식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문세탁·복원의 세계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Q(기자). 언제부터 세탁일을 했나?

A(손윤식 씨). 1974년에 세탁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보다 전문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 세탁선진국이라고 일컫는 미국과 유럽을 수차례 방문해 세탁공부를 하고 왔다. 한국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기술을 연마하고 특히 세탁으로 인한 사고물을 복원시키는 방법에 대한 것만 20여년 동안 연구했다. 지금은 부산에서 케어크리닝이라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Q. 그곳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가?

A. 의류·피혁·모피·장신구 등이 사고로 인해 훼손됐을 때 이를 복원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주로 취급한다. 일반 세탁업체에서 처리하기 힘든 브랜드들이다.

주된 사고의 내용은 ▲세탁과정에서 발생한 이염의 제거 및 처리 ▲수축 또는 신장된 의류의 회복 ▲모피 피혁의 경화상태가 발생했을 때의 연화 처리 ▲탈염이 됐을 때 색상 복원 ▲광택이 소실되고 품질이 저하됐을 때의 회복 등이며 그 외 여러 가지 사고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있다.

특히 오래되고 고착돼 어디에서도 제거할 수 없는 오점들을 제거하는 탁월한 제거기술이 장점이다(웃음).

 

Q. 주 고객층은 어디인가?

A. 주 거래처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품 브랜드들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우리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고,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했던 명품점에 A/S를 맡기면 해당 명품관이 우리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다. 하루 20~30여 건을 처리하고 있으며 한 제품당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주로 5천만원 이상의 고가 제품이 주를 이루고 C브랜드의 1억9천만원 상당의 코트나 3억원 상당의 재킷도 처리한 적이 있다. 핸드백은 최고 1억3천만원, 구두도 수천만원 짜리가 있다. 1800만원짜리 운동화도 들어온 적이 있는데 검정 가죽이 비를 맞아 흰색 부분으로 이염된 상태였다. 이 경우에는 세탁 비용만 50만원 정도 나온 기억이 있다.

 

손윤식 씨가 깨끗하게 세탁한 세탁물을 들고 있다. ⓒ손윤식 제공
손윤식 씨가 깨끗하게 세탁한 세탁물을 들고 있다. ⓒ손윤식 제공

Q. 기억에 남는 일을 알려 달라.

A. 모 수입업체가 베트남에서 오리털 패딩 3천벌을 수입했는데 제작할 때 열봉제 처리를 하지 않아 봉제선 부분이 표면 표출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 상태라면 납품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봉제선 땀구멍을 고착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정상적으로 납품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해당 제품의 판매가가 벌당 38만원이니 약 11억원에 해당하는 제품을 살린 것이다.

또 다른 업체는 베지터블 양가죽 500여장을 독일에 수출하기 위해 운송하는 과정에서 곰팡이가 발생해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곰팡이 제거 작업을 하게 됐는데 5일 남짓 남은 업체의 수출기일을 맞추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밤잠을 새워가며 작업했다. 다행히 기한은 넘기지 않았고 업체는 무사히 수출할 수 있었다.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달라.

A. 의류 및 장신구의 착용 또는 사용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부착됐을 때 즉시, 적기에 처리·복원되지 않으면 그 부분은 탈·변색돼 품질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원인이 된다. 그걸 가장 조심해야 하며 최대한 빨리 전문 세탁업체를 찾아야 한다. 그 시기를 놓치면 고착화되고 염색화되기 때문에 더욱 제거가 어려워지고 복원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특히 개인이 티슈나 물걸레, 세제 등을 사용해 처리하다가 망가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지 말고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제품의 가치를 보존하는 지름길이다. 간혹 일반업체에서 드라이클리닝 하면 안 되는 제품을 드라이클리닝 하다가 잘못돼서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주변의 전문업체를 잘 알아보고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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