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권력’도 수사 나선 尹…사법개혁 내세워 檢 압박하는 曺

조국 법무부장관(좌)과 윤석열 검찰총장(우) ⓒ포토포커스DB
조국 법무부장관(좌)과 윤석열 검찰총장(우) ⓒ포토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임명 강행된 조국 법무부장관과 함께 문재인 정권이 강조해온 ‘적폐청산’을 이끌 쌍두마차로 일찌감치 꼽혀왔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와 여당의 노골적인 검찰 압박 발언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맞서며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초 조 장관과 함께 검찰 장악을 위한 문 정권의 ‘선봉대’가 될 거라 보고 국회 인사청문보고서도 채택하지 않았었던 야당의 예상과 달리 이제는 윤 총장이 도리어 조 장관을 내세운 문 정권의 사법개혁을 외견상 방해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두 인물이 충돌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靑·檢 갈등, 정권 비호용으로 檢 전락시킬 ‘사법개혁’도 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그간 청와대의 압박에 소극적이나마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던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물러난 뒤 그 후임에 문 대통령이 ‘강골’인 윤 총장을 임명한 것은 레임덕이 오기 전에 어떻게든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되어 왔는데, 그런 연장선상에서 핵심 실세인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임명 역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수순이었던 것으로 관측되어왔다.

특히 기존 관행을 뒤엎는 ‘기수 파괴’까지 해가며 윤 총장을 임명한 점이나 사법고시 합격자도, 검찰 출신도 아닌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 것부터 검찰 조직을 철저하게 손보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는데, 실상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해온 조 장관과 달리 윤 총장은 자신을 좌천시켰던 이전 정권을 수사하는 데 적극 앞장섰다는 이력 외엔 현 정권과 별 다른 이해관계나 연결점이 없었다는 점에서 윤 총장이 자신보다 5살 아래인 조 장관을 법무부장관으로 맞아 불협화음을 내지 않을 거라 보는 건 지나친 기대였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실제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엔 윤 총장도 이미 이견을 표한 데다 현재 여당이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올려놓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안도 정작 대통령 친인척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 취지를 퇴색시킨 반면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만 포함시키고 공수처장 최종 임명권자도 대통령이어서 사실상 사법부를 포함해 검찰까지 정권 뜻대로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했던 만큼 소위 조 장관을 위시한 청와대의 사법개혁은 검찰과의 주요 갈등 요소로 꼽히고 있다.

비록 윤 총장이 지난 7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해선 “국가 전체적으로 부패 대응 역량의 총합이 커진다면 찬성한다”며 큰 틀에서 긍정적 입장을 표한 바 있지만 이마저도 공수처 설치 전인 지금 청와대와 여당에서 정권 실세인 조 장관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을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특수통 출신인 윤 총장으로선 수사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당의 공수처 역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현 정권이 추진 중인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은 이미 인사권까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쥐고 있는데도 계속 검찰의 힘을 빼는 데에만 집중할 뿐 표적 수사 가능성 등 정치 중립 논란을 차단하는 부분엔 소홀해 오히려 사법 장악 의도로 비쳐지고 있는데, 실제로 윤웅걸 전주지검장은 지난 10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장악하려 해선 안 된다.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는 한국에서 추진하는 공수처와 닮았는데 서구 선진국 제도를 제쳐놓고 검찰 기능을 훼손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윤 지검장은 국회에서 공수처 도입의 긍정적 사례로 제시한 홍콩의 염정공서와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에 대해서도 “탐오조사국은 정부 비판 인사 탄압 등 정치 중립성 문제가 발생한 바 있고 염정공서는 감시·미행 등 사찰 수준의 불법적 수사방법으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는데,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도 검사의 지휘 없이 수사하고 불기소사건을 종결하는 것은 중국의 공안이지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선 도리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확고하다고 꼬집었다.

여당 당론으로 정해졌음에도 정치 중립 우려로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포토포커스DB
여당 당론으로 정해졌음에도 정치 중립 우려로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포토포커스DB

그러면서 그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여당 소속 의원 중 이례적으로 공수처 설치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역대 정권은 검찰 하나만 갖고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는데 공수처란 권력기관이 하나 더 생기면 이제 양손에 검찰과 공수처를 들고 전횡을 일삼을 위험성이 있다”며 정치 중립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현 사법개혁 방향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물론 금 의원은 새 기관을 만드는 것보다는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식으로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면에서 윤 지검장과는 온도차가 있지만 사법개혁이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엔 한 목소리를 낸다는 면에서 차라리 미국처럼 검사장을 국민이 선출하든지 영국에서 기원해 미국도 실시 중인 대배심제도처럼 국민인 배심원단이 검사 교체부터 기소도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사법기관 길들이기’란 의심을 풀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曺·與, ‘개혁 반대’ 프레임으로 檢 수사 압박 나서나

하지만 ‘정치 중립’ 문제를 지적하는 이 같은 목소리엔 아랑곳 않은 채 조 장관은 기존 사법개혁안대로 검찰 통제에만 방점을 두려는 모습을 보여줘 현재 조 장관 관련 수사 중인 검찰을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데, 조 장관은 9일 취임사에서부터 “검찰은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고 검찰만은 많은 권한을 통제장치 없이 보유하고 있다”며 ‘통제’를 5차례나 언급한 데 이어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을 실질화하겠다”고 역설했다.

급기야 조 장관이 취임한 지 하루 만인 10일 법무부에선 고위 간부들이 전화로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대검찰청 고위 간부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어났는데, 조 장관은 “(제안을) 몰랐고 보도를 보고 알았다. 예민한 시기인 만큼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며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수사 압박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은 한층 늘어가고 있다.

이를 확인시켜주듯 조 장관은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특수통 출신인 ‘윤석열 사단’을 겨냥한 듯 “특수수사권 대폭 축소 방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특수부 축소를 예고한 데 이어 11일엔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법무·검찰 관련 지적사항을 신속히 검토하고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하면서 검찰 직접수사 축소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뿐 아니라 지난 10일엔 검찰 경력이 없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외부 인사인 황희석 인권국장을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으로 앉힌 데 이어 11일엔 검찰개혁추진단과 정책기획단 협의 하에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 발족을 지시하면서 검찰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의중도 드러냈는데, 검찰 내부를 단속하는 대검 감찰본부장 임명절차도 신속히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인사권 행사로 검찰을 감독하겠다’던 그의 공언이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발언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여기에 여당까지 지원사격에 나서려는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총장 스스로가 조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말했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현재 조 장관 가족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윤 총장을 압박한 데 이어 10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이숙이입니다’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여당의 수석대변인이 근거 없이 얘기하지 않는다”고 재차 주장하면서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윤 총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 굴하지 않는 윤석열 “난 검찰주의자 아닌 헌법주의자” 

이미 홍 수석대변인은 조 장관 가족 의혹과 관련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검찰을 겨냥 “압수수색이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고 경고하기도 했었는데,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되자마자 윤 총장이 시작한 첫 수사가 정작 현 정권 실세를 겨누었다는 데서 나온 당혹스럽단 반응이기도 했지만 정작 문 대통령으로부터 지난달 25일 임명장을 받으면서 “정부든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선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는 대통령의 당부까지 들었던 윤 총장으로선 이런 태도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재 검찰 수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윤 총장은 조 장관 수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난 9일 법무부 일각에서 자신을 배제한 특수수사팀을 대검에 제안해 온 데 대해 “수사는 그대로 간다”며 즉각 거부하면서도 이날 대검 간부들과의 초안 자리에서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되면 부패한 것과 같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해 자신을 겨냥한 여권의 ‘조직이기주의’ 프레임에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난 6일에도 부장검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검찰주의자가 아닌 헌법주의자”라고 천명한 게 무색할 만큼 윤 총장에 대한 여당의 비판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는데, 지난 10일엔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장관 후보자 가족을 겨눈 성역 없는 칼날은 자신들에게도 예외 없이 엄정히 겨눠야 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조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를 언급하는 등 그 수위도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물론 검찰을 향한 여당의 이 같은 공세에 반대로 야권에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해 검찰 수사라인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직권남용죄로 바로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는 등 윤 총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이처럼 정권과 검찰이 대치하는 듯 비쳐지는 난처한 상황이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윤 총장이 얼마나 빠르게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인지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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