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버디(Buddy)’, 국내 금융업계 최초 고객 서비스에 왓슨 기반의 챗봇 도입
시장 세분화 분석 넘어 초 맞춤형 서비스 도입
성패는 누가 먼저 화약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느냐에 달려 있어

사진ⓒI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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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You will not meet anyone more innovative than Ted.(정 부회장보다 더 혁신적인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IBM의 지니 로메티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 모인 6500여명의 관객들에게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이하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을 소개했다.

정 부회장은 IBM이 전세계적으로 진행하는 행사 중 가장 큰 컨퍼런스인 ‘IBM THINK 2019’ 중 ‘회장 기조연설’ 프로그램에 초청 받았다. ‘회장 기조연설’은 지니 회장이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최신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인물과 1대1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총 5일간 진행되는 IBM THINK 행사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그 무대에 정 부회장이 한국 기업인 최초로 섰다. 이 날 초대된 기업들은 현대카드를 비롯해 AT&T, 레드햇 등 총 5곳이었다.

정 부회장이 한국 최초로 ‘회장 기조연설’ 무대에 선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기업문화 등 기업 전반을 디지털화 시켜왔던 현대카드가 이제 AI와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실체적인 디지털화를 만들어 가며 이를 글로벌 IT 기업인 IBM에서도 주목했다는 점이다. 또 지니 회장이 직접 소개한 것처럼 글로벌 기업에서도 정 부회장의 혁신적 경영을 인정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과 지니 회장의 대담은 약 15분간 진행됐다. 두 CEO는 특유의 유머와 비즈니스에 대한 인사이트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 현대카드 ‘버디(Buddy)’, 국내 금융업계 최초 고객 서비스에 왓슨 기반의 챗봇 도입

대담은 지니 회장이 정 부회장을 음악광이라고 소개하며 음악 이야기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해 묻는 등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됐다. 정 부회장은 최근 래퍼 드레이크(Drake)의 음악을 가장 즐겨 듣고 있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약 30만명의 팔로워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15년 전 처음으로 금융업에 몸담았을 때를 떠올리며 “그때는 브랜딩과 마케팅, 디자인에 집중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브랜딩과 마케팅만으로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4년 전부터 디지털로의 대규모 전환을 시작했다. 이제 음악이나 디자인이 아닌 AI와 블록체인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해 디지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현대카드가 AI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신용카드의 혜택은 카드 상품을 개발한 담당자들조차도 기억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들은 더욱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한편 상담직원들의 이직률과 교육비용은 매우 높아지고 있다.

현대카드가 AI 서비스 왓슨(Watson)을 도입해 챗봇 ‘버디(Buddy)’를 만든 이유”라고 밝혔다. 그리고 “버디는 이제 상담센터를 지원하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됐으며, 상담원들의 이직률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데에도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버디’는 지난 2017년 현대카드가 IBM과 함께 개발한 챗봇 서비스로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왓슨 기반의 챗봇을 고객 서비스에 도입한 사례다. ‘버디’는 고객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학습해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이를 통해 상담직원들은 보다 정교한 고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버디’는 두 개의 캐릭터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며 “‘피오나(Fiona)’가 재미있는 캐릭터를 지녔다면, ‘헨리(Henry)’는 조금 더 차분한 캐릭터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사실 나는 ‘헨리’가 따분하게 느껴져 유머러스한 ‘피오나’와 대화하는 걸 즐긴다”는 농담으로 6500여명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 시장 세분화 분석 넘어 초 맞춤형 서비스 도입

지니 회장은 AI 다음에는 어떠한 것들을 구상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정 부회장은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대카드가 준비하고 있는 ‘초 맞춤형(Super Customization) 서비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초 맞춤형 서비스’는 맞춤화된 채널을 통해 맞춤화된 시간에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현대카드는 소매 금융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고도화된 데이터 레이크와 알고리즘을 구축해 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시장 세분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오늘날의 사업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만 좀비 영화를 좋아할 거라 생각하거나 나이든 사람들은 힙합 음악을 싫어할 거란 추측을 위한 세분화가 아닌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사탕이 좋으면 그냥 좋은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각각의 고객들에 대한 우편주소, 쇼핑처, 외식처, 직장주소 등 10개 이상의 주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화요일이나 일요일 아침에 즐기는 여가 생활 및 구매활동까지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
사진ⓒ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고객 한명 한명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비즈니스가 초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블록체인 도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의 보안성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블록체인의 유연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동기화한다. 우리는 새로운 시스템에 하이퍼렛저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해 IBM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퍼렛저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으로 분산 원장·스마트 계약·그래픽 인터페이스와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 등 비즈니스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현대커머셜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공급 체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제조회사에서 유통망을 거쳐 고객에게 이어지는 금융 거래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성패는 누가 먼저 화약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느냐에 달려 있어

끝으로 지니 회장은 현대카드가 그 동안 진행해 온 대규모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얻은 교훈을 공유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정 부회장은 AI는 계속 변하고 매해 진화하고 있다고 말하며 회사 내부 직원과 외부 파트너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진화의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기술을 17세기 총포 화약류가 발명됐던 시대에 빗대어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디지털 혁신은 도래했고,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무기의 패러다임이 창에서 화약으로 넘어간 17세기와 유사하다. 성패는 누가 먼저 화약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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