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한국당과 ‘반사이익’ 민주당 대치 속 군소야당도 제각각…정상화 요원

(좌측으로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좌측으로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의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계속되는 ‘5·18 논란’ 여파로 2월 국회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18일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머리를 맞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존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기 때문인데 이제 3월까진 불과 열흘 남짓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국회 공전 사태가 자칫 내달에도 이어지는 것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與, ‘5·18 망언 문제’ 거듭 제기…한국당, ‘손혜원 국조’ 맞불

아직도 정치권 최대 화두 중 하나가 5·18 파문일 정도로 그 후폭풍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열린 국회 정상화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최근 한국당 의원 3명의 5·18 망언 문제는 한국당도 함께 분명하게 처리하고 가는 게 국회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라며 “이 문제도 오늘 같이 말씀드리고 합의 도출을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나경원 원내대표는 “손혜원 의원 국정조사하고 여당이 주장하는 이해충돌조사위를 설치하자는 수준에서 국회 정상화하겠다”고 맞불을 놓아 국회 정상화는 무산됐다.

그럼에도 홍 원내대표는 이날 결론을 못낸 국회 정상화 협상 직후 “한국당이 결단 내려 국회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겠다”며 5·18 망언 관련 의원들의 징계 문제를 재차 당부했는데, 나 원내대표 역시 회담 직후 “최소한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회를 정상화해줬으면 좋겠다. 이해충돌조사위를 우리가 받아들였음에도 손 의원 국정조사를 넣어서 하자는 것은 실질적으로 손 의원에 대해 조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거듭 ‘손혜원 의혹’으로 응수했다.

이런 분위기는 같은 날 먼저 열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도 비슷했는데, 민주당은 5·18 망언 관련 3인방인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에 대한 징계안부터 상정해 다루자고 주장했으나 한국당은 역시 손 의원 등 앞서 회부됐던 다른 징계안들도 함께 다루자고 맞받아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실제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그동안 쌓인 윤리특위 징계안을 모두 회부해 심사해줄 것을 촉구한다. 손혜원 의원 징계안, 성범죄 재판거래 서영교 의원, 성추행 김정우 의원, 국민모독 이수혁 의원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여러 차례 말했는데도 역사 왜곡 세력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는데, 그 정점에 청와대가 있다”고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나 원내대표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데에는 5·18 망언 파문이 일어난 이후인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당에서 추천했던 3명의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3명 중 권태오 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사 기자의 임명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기 때문인데, 여당 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그간 김태우·신재민 폭로와 손혜원·서영교 사건 등으로 궁지에 몰렸던 국면을 뒤집어보고자 5·18 파문을 적극 이용해보려 한다는 의심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여야 ‘5·18 2라운드’ 된 한국당 조사위원 추천 공방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회를 겨냥해 5.18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회를 겨냥해 5.18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물론 청와대는 한국당이 추천한 인물 중 권태오 후보의 경우 군 출신 인사다 보니 군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한 핵심세력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제대로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며 이동욱 후보는 지난 1996년 4월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이란 기사에서 “광주사태와 관련해선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으로 쏠려 있는데 피해자 편을 들면 정의롭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은 결과”라고 주장한 바 있어 이들이 5·18진상규명특별법 7조에 규정된 조사위원 자격요건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고 임명 거부 이유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방미일정 중이던 11일(현지시간) 즉각 “청와대 판단은 사실상 정치적 판단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한 데 이어 16일 오후 귀국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도 기자들에게 “저희 당은 골고루 가장 필요한 분야에 대표되는 분들을 제대로 추천한 것이고 변경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민주당이나 다른 당 추천 위원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재추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심지어 나 원내대표는 ‘5·18 망언’ 3인방 중 자당 윤리위에서 제명 징계를 내린 이종명 의원에 대해서도 “당헌당규에 따른 절차대로 이행하겠다”면서도 국회 차원의 의원직 제명과 관련해선 “당의 제명 절차와는 다른 문제다.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한국당에서 청와대가 거부한 2명의 5·18 조사위원을 재추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여야 4당이 전부 나서서 한 목소리로 성토했는데, 민주당은 17일 이해식 대변인 논평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에 정면 도전하는 오만”이라고 비판했으며 바른미래당도 이종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막가파식 행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이 대변인은 나 원내대표를 겨냥 “나 원내대표는 5·18 훼손 공청회 다음날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말해 도리어 파문에 기름을 끼얹고 수습의 ‘골든타임’을 속절없이 놓쳐버렸다. 지도부로서 책임이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며 “진실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을 물색해 재추천하든지 아니면 추천권 자체를 깨끗하게 반납함으로써 국민 앞에 예의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평화당에서도 정동영 대표가 18일 최고위에서 한국당을 향해 “두 사람 대신 다른 위원을 섭외하든 추천권을 포기하든 하라”며 ‘추천 데드라인’을 이달 말로 못 박고 압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망언 3인방 중 김순례 의원은 17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 토론회에 나와 “발언의 본질은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것”이라고 맞서는 등 진화는커녕 논란에 더 불을 붙인 모양새인데, 급기야 같은 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저희 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저지른 상식 이하의 망언으로 인해 5·18정신을 훼손하고 광주시민들에게 깊은 충격과 상처를 드렸다”며 자당 기류와 온도차 있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 한국당이 촉발시킨 ‘5·18 논란’, 수혜자는 결국 민주당 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18일 발표한 2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18일 발표한 2월 2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 ⓒ리얼미터

비록 이번 5·18 논란을 먼저 일으킨 주체는 한국당이었던데다 다른 야당들도 모두 한국당을 비판했다고 해도 결국 최종 수혜자는 민주당 뿐이었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데, 당장 정당 지지도만 봐도 어느 기관에서든 공통적으로 민주당의 반등과 한국당의 하락으로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1~15일 전국 성인 2513명에 2월 2주차 정당 지지도를 집계한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은 의외로 TK(대구·경북)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결집하며 5주 만에 40%선(40.3%)을 회복한 반면 한국당은 25.2%로 전주 대비 3.7%P 떨어졌고, 동 조사기관이 CBS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504명에게 15일 조사(95%신뢰수준±4.4%P, 상기 동 기관 참조)한 역사부정죄 처벌법 제정에 대해서도 불필요하다는 의견(33%)보다 필요하다는 의견(56.6%)이 다수로 나타났다.

또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조사한 정당 지지율(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마저 민주당이 직전 조사 당시(1월 5주차)에 비해 1%P 상승하며 40%를 기록한 데 반해 한국당은 2%P 하락하며 10%대(19%)로 내려앉아 5·18 논란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재차 확인됐다.

그렇지만 한국당이 이에 개의치 않고 논란을 더 부채질하는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더 이상 수세에 몰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전당대회에서 ‘태극기부대’ 등 강성보수 성향 지지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당 상황 역시 의식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거꾸로 정부여당에서도 5·18로 파행에 이르고 있는 정국을 수습하기보다 이런 상황을 최대한 역이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1~15일 전국 성인 2513명에 조사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여당 지지도와는 달리 지난주 대비 0.6%P 떨어지며 49.8%를 기록한 것(95%신뢰수준±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으로 발표된 18일 문 대통령까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대상으로 오직 색깔론과 지역주의로 편을 가르고 혐오를 불러일으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에 대해 국민들께서 단호하게 거부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하면서 ‘5·18 파문’ 국면을 이어가려는 자세를 취했다.

이 같은 거대양당의 ‘외나무다리 대치’ 속에 이를 중재할 군소야당조차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앞으로도 국회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5·18 망언 의원 징계와 관련해 바른미래당에선 김관영 원내대표가 18일 “5·18 망언 의원 징계조치 뿐 아니라 그동안 많은 문제를 일으킨 서영교, 손혜원 의원에 대해서도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반해 민주평화당의 정동영 대표는 같은 날 YTN라디오에 나와 “손 의원 문제도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하나 5·18 문제를 물타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시각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을 추진하려는 차원에서 누구보다 국회 정상화가 절실한 이들 군소야당 사이에도 저마다 다른 목소리가 감지되는 현실에 비추어 지난 17일 종료된 1월 임시국회에 이어 2월 임시국회는 아예 논의조차 못한 채 다음 달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회의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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