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사태로 ‘진흙탕’…한국당도 인적청산 예고에 ‘분당론’까지 고조

지난 24일 검찰에 출두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좌)의 모습과 26일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대위원장(우)의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지난 24일 검찰에 출두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좌)의 모습과 26일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대위원장(우)의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야를 막론하고 최근 정치권에서 이재명 사태와 한국당의 인적청산 문제 등으로 인해 사실상 제각각 내분 상황에 직면한 모양새인데 각종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처럼 집권여당과 제1야당 모두 집안단속조차 안 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궁지 몰린 이재명, 문재인 아들 ‘문준용’ 의혹 언급에 與 당혹

김부선 스캔들에 이어 친형 강제입원 혐의와 부인의 ‘혜경궁 김씨’ 트위터 의혹으로 다시 구설에 오른 이재명 경기지사가 검찰 출석 직전인 24일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은 이간계>란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는데, 혜경궁 김씨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아내를 고발한 측에선 ‘아내가 트위터 계정주이고, 그 트위터로 (문준용 씨) 특혜취업 의혹 글을 썼으며 그 글이 죄가 된다’고 주장하기에 변호인 측에선 ‘아내가 계정주가 아니며 특혜의혹 글을 쓰지 않았고 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법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혜경궁 김씨가 트위터로 올렸던 문준용 씨 채용특혜 의혹이 허위인지 여부를 먼저 밝혀야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먼저 이 의혹을 제기했던 구 국민의당 측은 이미 조작제보였음을 인정한 데 이어 사법 처리된 이유미 전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2030희망위원회 부위원장까지 이달 초 문준용 씨에게 사과해 사실상 끝난 사안임에도 이 시점에서 이 지사가 해당 의혹의 진위를 밝히자고 하자 우선 친문계를 중심으로 여당 내부는 크게 들끓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을 맹비난하던 ‘혜경궁 김씨’가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 씨였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크게 격앙됐던 친문계에선 급기야 이런 입장까지 나오자 이젠 직접 거취를 압박하기 위한 집단행동에 들어갔는데, 지난 24일 이 지사가 검찰 조사를 받는 동안 수십명 규모의 민주당 권리당원, 대의원들은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이 지사의 탈당과 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진표 의원이 일찍이 이 논란과 관련해 이 지사에 거취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던 데 이어 지난 17일엔 표창원 의원도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가 김혜경 씨라면 이재명 지사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며 거짓말로 많은 사람을 기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고, 같은 당 안민석 의원까지 21일 CBS라디오에 나와 “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 내가 이 지사라면 ‘만약 혜경궁 김씨가 내 아내라면 정치적 책임을 지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이 지사를 한층 거세게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19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침묵으로 일관 중인 당 지도부를 겨냥 “당내 분란과 갈등과 앞으로 당이 계속 이렇게 방관자적 자세를 취할 때 그야말로 우리 당을 이루고 있는 개혁진보 정치세력의 저편에 있는 정치세력에게 오히려 입장의 여러 가지 차이를 나누는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며 “분열된 상태의 쪼개지는 길이 이것이었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5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중구난방-더불어민주당의 미래를 생각하는 당원토론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문준용씨 특혜채용 의혹을 이 지사가 언급한 데 대해 “그 내용은 잘 모른다”며 여전히 말을 아낀 데 이어 “자꾸 (질문하면) 기자간담회도 안 해야겠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 李 탈당론 재부상에다 野 공세까지…이재명의 배수진, 자승자박 될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그간 침묵하던 의원들까지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은 물론 야권에서도 저마다 반응을 내놓는 등 사태는 점차 일파만파 확산되는 분위기인데,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25일 JTBC 썰전에 출연해 “이 지사가 일부러 ‘친문 대 비문’ 구조의 프레임을 쓰는 것 같다. 억울하더라도 자진 탈당하는 게 맞다”며 탈당을 촉구했고, 심지어 지도부 내 홍영표 원내대표마저 26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지사의 문준용 의혹 언급에 대해 “새누리당이 울궈먹은 소재 아니냐. 아무 문제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일단 이 지사는 문제가 된 ‘문준용 씨 언급’ SNS 글에 대해 24일 “그건 제가 쓴 게 아니다. 제가 알기로는 변호인이 의견서 자체에 ‘(문준용 씨 특혜 의혹이)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만 법률상으로는 따져볼 수밖에 없지 않냐’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한 데 이어 26일에는 김용 경기도 대변인을 통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확대해석을 정말 경계한다. 변호인 의견서 의견서가 유출돼 일부인 문준용 씨 특혜 취업 의혹만 보도됐는데 왜 문씨 사건을 끌어 들이냐는 항의를 받아 저희가 즉각 다음날 (SNS로) 의견을 냈던 것”이라며 재차 수습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대변인은 민주당 내에서 점점 이 지사의 출당, 탈당 얘기까지 나오는 데 대해서도 “최근 이 지사가 SNS에서 ‘죽으나 사나 민주당원이고 문 정부 성공이 대한민국에 유익하기 때문에 절대 탈당하는 일도 그리고 정부에 누가 되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내용이 이 지사의 입장”이라며 설령 기소된다 해도 탈당하는 일은 없을 거라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여당 내부가 분열되는 이번 사태를 절호의 기회로 보고 벌써부터 총공세에 돌입했는데, 자유한국당에선 26일 김용태 사무총장이 비대위 회의에서 “정권 중반에 ‘역린’이란 말, 특히 역린을 건드렸다는 말이 나오면 그 정권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그것도 역린을 건드린 게 내부라면 그 정권은 이미 몰락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가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을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니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물귀신 행태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임을 나는 진작 알고 있었는데 문 대통령은 아마 이번에 알았을 것”이라며 “내분으로 문 정권도 박근혜 정권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는 신호”라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비단 한국당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에서도 서로 질세라 이번 논란에 뛰어들었는데 먼저 바른미래당에선 하태경 최고위원이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가 대통령 아들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반문 야당선언”이라고 역설한 데 이어 26일엔 “이해찬 대표 요즘 한가하다. 자당 도지사가 대통령 정면 공격하는데 해묵은 극우 타령만 하고 있다”며 “대통령 도와 국정안정화 이룰 마음이 없다는 것”이라고 이 대표로까지 공격범위를 넓혔다.

같은 날 평화당에서도 박지원 의원이 KBS1TV ‘사사건건’에 나와 이 지사의 ‘문준용씨’ 거론에 대해 “준용씨 끌어들인 것은 핍박 받는 대통령 후보 되겠다(는 것)”이라며 “이 지사는 ‘친문계로부터 핍박받아 나갔다’고 하면서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할 능력을 가졌다. 이 지사와 민주당 친문계의 피나는 혈투가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 與 내분이 남 일 아닌 한국당…김병준 “분당론, 용납하지 않겠다” 경고

친박 잔류파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친박 잔류파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야권까지 이번 내분을 극대화시켜 ‘판 뒤집기’에 나서보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양상인데, 이 와중에 집권여당 뿐 아니라 제1야당인 한국당에서도 내분 조짐이 일고 있어 국면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앞서 한국당의 홍문종 의원은 지난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그동안 소위 복당파하고만 소통한다는 평가가 많다. 김 위원장의 인적쇄신 대상이 대부분 잔류파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당을 분열할 수 있는 단초들을 제공하게 되면 참 당이 어려워지지 않을까”라고 분당 관련해 운을 띄운 바 있다.

여기서 보듯 핵심은 결국 인적쇄신인데, 이 문제에 대해 홍 의원과 같은 친박계 잔류파인 정우택 의원도 26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비대위에서) 굳이 당협위원장 교체에 이렇게 열을 올리는 이유가 만에 하나 전당대회를 유리하게 치르기 위한 꼼수라고 한다면 당은 다시 한 번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며 “그런 꼼수가 노골화된다면 당은 심한 갈등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아마 집단탈당 얘기도 나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현 지도부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복당파 측에 일침을 가했다.

특히 이들 친박 잔류파로선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쥐지 못하면 사실상 다음 총선 공천 과정에서 축출되는 게 불가피한 만큼 이번 인적청산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선지 정 의원은 친박계에선 서청원, 최경환 의원이 각각 징계를 받았기에 형평성 차원에서 복당파 등에서도 책임 지는 사람이 나와야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각에선 다시 복당파가 차기 전대에서도 당권을 거머쥐게 될 경우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친박계가 신당을 꾸릴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과 충돌하다 해촉됐던 전원책 변호사까지 지난 21일 KBS1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에 나와 한국당의 분당 가능성에 대해 “순리 따른다면 분파작용은 없겠지만 앞으로 좀 지켜봐야 될 것”이라면서도 “만약 한국당이 지리멸렬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면 여기 계시는 분들이 또 하나 중심세력을 이루려고 하실 것”이라고 별도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 때문인지 김 비대위원장은 26일 비대위 회의에서 “원내대표 선거, 전당대회가 다가오니까 계파 대결 구도를 살려서 덕을 보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분당론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참으로 유감”이라며 “그런 시도들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고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 비대위와 비대위원장을 시험하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경고가 먹혀들지는 여전히 미지수인데, 향후 인적 쇄신 결과에 불복해 대규모 반발 기류가 당에서 일어날 경우 민주당의 혼란과 더불어 제1야당까지 혼돈 상태로 치달으면서 정국이 다시 정체 속으로 빠져드는 건 아닌지 많은 이들의 우려 섞인 시선이 벌써부터 국회로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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