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새로운 RAB 방식 적용에 상황 돌변
산업부, 사업 중단될 위기 아니다고 판단
지난달 29일 런던에 급파 英정부와 협상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전력(사진)이 영국의 무어사이드 원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고 31일 밝혔다.ⓒ한전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전력(사진)이 영국의 무어사이드 원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고 31일 밝혔다.ⓒ한전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영국에 원전을 수출하려던 정부 구상에 차질을 빚으면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 이은 두번째 원전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영국의 무어사이드 원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고 31일 밝혔다. 영국의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권을 보유한 곳은 도시바로, 다른 업체와도 협상을 갖기 위해 지난달 25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를 통보했다. 비상이걸린 산업부는 원전산업정책관을 29일 런던에 급파해 영국 정부와 협상을 벌였다.

영국은 약 150억 파운드(약 22조원)를 투입해 리버풀 북쪽 무어사이드 지역에 3기의 원전을 지을 계획이다. 완공시기는 2030년으로 발전용량은 약 3GW(기가와트), 사업자는 뉴젠이다. 한전은 앞서 작년 12월 국영 원전 기업 광허그룹을 제치고 사업의 우선협상권을 따냈었다. 그런데 한전과 도시바는 우선협상 기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도시바가 해지를 통보한 것. 우선협상 기간은 6월15일에서 1달간 한차례 연장됐음에도 결국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도시바는 타 업체와 협상기회를 갖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협상기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영국정부가 원전건설 사업에 새로운 RAB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하면서다. RAB는 영국 정부가 민간 사업자에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고 사업자의 재원 조달에 정부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모델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6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이 발표한 RAB 방식 적용에 앞서 cfd(발전차액정산 제도)를 적용해왔다. 새로운 RAB 모델이 적용되면서 한전은 도시바와 함께 수익성과 리스크를 분석하기 위한 공동타당성 연구를 추진하기로 하고 연구 착수회의도 개최하며 결과에 따라 사업 참여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도시바는 RAB 모델 검토로 협상이 길어지며 뉴젠의 운영비 지출이 늘어나자 한전과의 협상이 틀어질 것을 대비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해제했다.

영국은 약 150억 파운드(약 22조원)를 투입해 리버풀 북쪽 무어사이드 지역에 3기의 원전을 지을 계획이다.ⓒNUGEN
영국은 약 150억 파운드(약 22조원)를 투입해 리버풀 북쪽 무어사이드 지역에 3기의 원전을 지을 계획이다.ⓒNUGEN

그러나 완전히 한전과의 협상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도시바는 한전이 새로운 사업방식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임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한전을 최우선으로 해 협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해지는 압박용이라는 분석이다. 한전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될 것을 우려해 이를 차단할 목적으로 해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업 리스크가 커 도시바가 한전 이외에는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는 것과 뉴젠을 어떻게든 서둘러서 팔아야하기 때문에 산업부는 사업이 중단될 위기는 아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부는 “영국 정부가 한전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준해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위한 한국과의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며 “한전-도시바간 공동연구가 완료돼 수익성 및 리스크 경감방안이 확보되면 한전은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사업 참여를 위한 사내 심의절차 및 정부 예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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