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강점인 소프트웨어와 통신 인프라 구축부터 시작

북한의 주요 경제개발구 및 국제협력가능 지역ⓒ통일부/통일교육원, 유진투자증권
북한의 주요 경제개발구 및 국제협력가능 지역ⓒ통일부/통일교육원, 유진투자증권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남북 경협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그동안 주목받았던 인프라 외에 북한 ICT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북한과 함께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에서 북한을 글로벌 진출의 파트너로 삼아 러시아, 중국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남북 상호 발전을 위한 남북 ICT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 ICT 산업 수준은 한국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기술, 특히 로직, 알고리즘, 블록체인 등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바일 통신은 2개의 이동통신 업체가 운영돼 약 4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현재도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가전제품 제조 능력은 뒤떨어져 있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설사 제조하더라도 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사용에 제약이 뒤따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남북 ICT 협력사업은 북한이 강점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와 통신 인프라 구축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북측은 수학과 로직, 자연어처리, 블록체인 등에서 남측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정부와 기업들은 북한의 우수한 IT 인재들을 남북 경제협력 시 중요한 변수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민 의원도 ‘제1회 남북 ICT 및 문화협력사업 추진 세미나’에서 “북한과의 ICT 교류협력은 남북 경제협력의 핵심이 될 수 있어 경제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북한이 4월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경제특구 중 하나인 첨단기술산업(ICT) 특구 건설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여기에는 북한이 추진 중인 초고속 통신망 등 통신 인프라 구축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ICT 특구는 평양 은정첨단기술개발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통신망 구축을 요청한 바 있다.

북한에서 ICT산업을 전담하는 부서는 체신성과 전자공업성이다. 체신성은 전기통신, 우편통신, 방송통신 업무를 수행하는데 산하기구로는 조선체신회사, 평양국제통신 센터, 전신전화국, TV방속지도국, 정보통신 연구소 등과 각 지역 우편국과 체신소를 두고 있다. 정보기술을 담당하는 전자공업성은 전자제품 개발 회사와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평양 직접 회로공장과 과학원 산하 프로그램 종합연구실과 컴퓨터과학연구소 등이 있다.

한편, KT는 남북 ICT교류에 대비하고자 지난달 초 ‘남북협력사업개발’ TF를 신설했다. 2004년 KT-삼천리총회사(조선컴퓨터센터)와 추진했던 남북 소프트웨어 공동 연구개발을 재개할 방침이다. 또한 북한 IT인력 위탁교육 및 IT인력 활용 등 IT 교류사업을 남북한 당국과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2005년 12월 KT 개성지사를 열며 남북간 민간 통신망(700회선)을 연결한 바 있는 KT는 10년 동안 개성공단에 직원을 상주시켜 입주기업들의 통신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개성공단에는 남북간 광케이블 등 통신 인프라와 함께 북한 당국으로부터 50년간 임차한 1만㎡ 규모의 통신국사 부지를 확보하고 있어 언제라도 사업 재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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