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목소리 반영한 지배구조 개편안 재추진
기존 개편안 ‘소통리스크’ 확인 정 부회장 결단
지배구조 개편 없이 순환출자 고리 해소 카드 주목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 및 주주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연기된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이 주주 목소리가 개편안 마련에 나설지 주목된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 및 주주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연기된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이 주주 목소리가 개편안 마련에 나설지 주목된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지난 주 미국 출장에서 뉴욕을 방문한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연기 결정을 내린 것에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 부족임을 시인한 것으로 밝히면서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이 시장 및 주주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1년여 전부터 자문사로 선임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일PwC 회계법인 등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해 왔다는 점에서 시장과의 소통 없이 추진했던 문제점이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향후 현대차 지배구조 시나리오 가운데 시장에서 언급된 순환출자만 해소하는 카드가 주목받고 있다.

◆김앤장·삼일 의존 결과?…‘소통리스크’ 인정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주 뉴욕을 방문하며 기관 투자자와 만남을 통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19일 귀국한 이후 전격적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연기를 결정했다. 외국인 기관 투자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앞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주주들과의 소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망은 ‘구조개편안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 자료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정 부회장은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 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며 “현대차그룹은 더욱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토록 하고, 주주 분들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의 언급을 볼 때 기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연기는 시장 및 주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소통리스크’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3월28일 내놓은 개편안은 계열사간 분할·합병을 통해 지배회사(존속 현대모비스)를 두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구조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일PwC 회계법인 등이 밑그림을 그리며 주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철통 보안을 유지했고, 시장 목소리를 듣는 부서는 이번 개편안에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그동안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시장과 동떨어진 개편안이 나온 이후 엘리엇의 공격 대상이 됐고, 결국 세계 1.2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의 반대 표명과 잇단 국내 의결권 자문회사들의 반대에 백기를 들었다.

‘백기사’ 역할로 주목받았던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장담할 수 없었던 점도 개편안 연기로 선회한 것이란 분석이다. 주총을 감행해 만에 하나 부결이 될 경우 큰 타격을 입는 것보다 시장 및 주주 목소리를 반영한 보안된 개편안으로 재추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제기됐던 시장 및 주주들이 선호하는 개편안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각각 사업부문·투자부문으로 분할하고, 3사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이다. 이럴 경우 투자자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엘리엇 역시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요구한 바 있다. 즉,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이후 이 합병회사를 지주회사(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라는 제안이다. 그런데 지주사 전환은 현대차그룹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주사 전환 시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 전략이 어려워진다. 자회사가 공동 출자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게 불가능한 현행 공정거래법에 걸리기 때문이다. 또 지주사 전환 시 현대차투자증권·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 금융사를 자회사로 보유하게 돼 금산 분리를 규정한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카드가 뭔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가운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여부 주목된다.[사진 / 시사포커스 DB]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카드가 뭔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가운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여부가 주목된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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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만?…현대엔지니어링 주목

향후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카드가 뭔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가운데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 없이 순환출자만 해소하는 카드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한곳만 끊어버리면 순환출자 문제는 사라진다. 시장에선 기아차→모비스 출자 고리를 끊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3조9000억원이라는 인수대금 마련 여부다. 결국 대주주가 나서야 하는데 정몽구 정의선 부자가 이 자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따라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16.4%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1일 현대엔지니어링 비상장주식은 주당 97만원에 거래됐다. 이를 기준으로 대주주 부자가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1조 2000억원 가치가 있다. 일각에선 현대엔지어링과 현대건설 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한 다음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식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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