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넷플릭스와 제휴 ‘경쟁사 앞서겠다’ 전략
SK텔레콤, 검토하지만 자사 ‘옥수수’ 때문에 고민 역력
단기적 영향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 보면 방송 제작 어려움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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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 공력을 가속화화면서 이동통신사들도 제휴를 추진하거나 검토에 나서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콘텐츠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의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외에도 넷플릭스와 제휴로 인해 이통사들이 키우고 있는 자사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산업이 붕괴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LG유플러스 넷플리스와 제휴 ‘윈윈’ 전략

17일 방송통신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제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올 하반기에 U+tv에 넷플릭스 콘텐츠 도입을 위해 넷플릭스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제휴를 맺게 되면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은 별도의 전용 셋톱박스 설치 없이도 LG유플러스 TV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에 새로 가입하는 고객에게 넷플릭스 6월말까지 3개월 이용권을 제공하는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이는 하반기에 있을 콘텐츠 제휴를 맺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이를 토대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확보해 SK브로드밴드와 KT 등 경쟁사를 넘겠다는 계산이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협업에 나서는 이유는 LG유플러스는 가입자 확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6년 1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국내 유료가입자 수는 20~30만명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를 흡수할 경우 LG유플러스는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을 보면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IPTV) 사업이 경쟁사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하반기 점유율은 10.89%로 상반기보다 0.47% 포인트 성장했다. 1위 업체인 KT가 20.21%로 0.29%, SK브로드밴드가 13.65%로 0.27%, CJ헬로가 13.10%로 0.1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점유율 상승이 2~3배 높다. 하반기 가입자 수 증가는 KT(27만명)에 이어 LG유플러스가(24만명)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세를 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에 앞서 지난해 8월 IPTV 업계 최초로 ‘유튜브 키즈’를 U+tv 아이들나라 메뉴에 기본 탑재했다. 그리고 올해 안에 넷플리스 콘텐츠를 확보에 나선다면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나 KT에 한발 앞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IPTV의 경우 넷플리스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영역이다 보니 LG유플러스가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는 전략이다.

넷플릭스와 제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올 하반기에 U+tv에 넷플릭스 콘텐츠 도입을 위해 넷플릭스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넷플릭스와 제휴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올 하반기에 U+tv에 넷플릭스 콘텐츠 도입을 위해 넷플릭스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고민하는 SK텔레콤, 옥수수 키워야 하는데…

LG유플러스의 전략에 IPTV 2위 업체인 SK브로드밴드도 넷플릭스와 제휴에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SK텔레콤 1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유영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넷플릭스와 제휴추진 가능성은 고객입장에서는 새로운 경험이니 오픈해 검토할 수 있다”며 “MNO(이통사)로서도 트래픽 증가는 무선 네트워크 가치 높일 수 있어 매우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넷플릭스와도 적절한 망사용료 및 수익분배 이슈가 선제적으로 논의돼야 하며, 국내 콘텐츠 생태계 영향도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의 고민은 넷플릭스와 제휴에 나설 경우 SK브로드밴드가 자체적으로 키우고 있는 옥수수와 시너지가 관건이다. 실제 SK브로드밴드는 옥수수를 ‘한국형 넷플릭스’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즉,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서 넷플릭스와 진검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실제 옥수수는 지난해 말 기준 700만 월 방문자와 총 1300만 유무료가입자를 확보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옥수수가 공개한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게 SK브로드밴드의 설명이다. 그런데 강력한 콘텐츠로 무장한 넷플릭스와 제휴할 경우 넷플릭스만 과실을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무임승차 논란 망이용료가 관건

실제 넷플릭스는 영국 진출 5년 만에 VoD 점유율 59%로 시장을 장악했다. 프랑스에서도 3년여 만에 30%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석권했다. 국내 유료방송 주문형비디오(VoD) 매출은 2014년 5730억원, 2015년 6510억원, 2016년 7090억원으로 급성장 중이다. 넷플릭스가 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방송 통신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월 9500~1만4500원만 내면 넷플릭스 콘텐츠를 사실상 무한정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전 세계 콘텐츠 확보를 위해 8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한국시장 장악을 위해 한국 상주팀까지 최근 구성했다

문제는 넷플릭스와 이통사들이 제휴를 맺을 경우 망사용료가 관건이다. 동영상 플랫폼 특성상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만큼 망사용료 협상은 선결과제일 수밖에 없다. 유튜브처럼 넷플리스도 망사용료에 무임승차할 경우 안방 TV시장을 넷플릭스에 내줄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통신서비스품질(QoS)를 위해 투자를 통해 자체 캐시서버를 구축하는 대신 별도의 망사용료는 내지 않고 있다. 때문에 망이용료에 수백억씩 부담하고 있는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적정 수준의 망이용료가 선제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망이용료 문제는 페이스북의 망사용료 협상 결과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망이용료 대신 수익배분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제휴를 맺을 경우 자기에게 유리한 9:1 수익배분을 고수해왔다.

옥수수를 ‘한국형 넷플릭스’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K브로드밴드ⓒ옥수수 홈페이지
옥수수를 ‘한국형 넷플릭스’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K브로드밴드ⓒ옥수수 홈페이지

◆넷플릭스와 제휴 장기적으로 방송시장 훼손 우려

넷플리스의 국내 시장 공습은 단기적으로 영향은 미미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선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의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의 시각이 팽배하다. 이에 넷플릭스와 제휴는 국내 컨텐츠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투자 감소와 그에 따른 저가 컨텐츠 양산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방송협회 역시 17일 성명서를 내고 우려를 표했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넷플릭스의 컨텐츠가 이동통신 부가서비스로 사용된다면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IPTV에 연결이 되면 영향은 있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보면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큰 경쟁력으로 다가오지 않겠지만 20~30대 등 젊은층의 증가로 중장기적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해외 자본과 맞물릴 경우 컨텐츠 시장이 공동화 된다”면서 “넷플릭스와 대형 외주 제작사와 협업으로 향후 실시간 방송까지 컨텐츠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방송사 제작 시장에 어려움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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