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위원장, '재벌 보폭 맞추겠다…삼성엔 빠른 변화 촉구'
참여연대 “재벌개혁 자발적 노력?…역사상, 국정농단·갑질·편법 뿐”

10일 오전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10대그룹 전문경영인 정책간담회 후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재벌개혁을 위한 수단이 아니며, 기업들의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10대그룹 전문경영인 정책간담회 후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재벌개혁을 위한 수단이 아니며, 기업들의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에 대해 공정위 측과 재계가 만나 3~5년에 걸쳐 개별 상황을 고려해 맞춰갈 예정이라며, 재벌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이날 참여연대·민변은 공정위가 중립자가 아니라며 공정위가 개혁 추진 기관으로서 직접 규제할 것을 주장했다.

10일 오전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10대그룹 전문경영인 정책간담회 후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은 재벌개혁을 위한 수단이 아닌 기업들의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공정위원장 임기 3년과 현정부 임기 5년동안 지속적이고 예측가능한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김상조 공정위원장, '재벌 자발적 노력 촉구'…삼성엔 빠른 변화 강조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일괄적인 공정거래법 개정보다 각 기업의 형편과 맞춰가는 형태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하나의 사례로 롯데의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총수가 변경된 사례를 들었다. 롯데의 경우 총수 친족분류 인원이 160여명에 달하는 데 동일인이 변경되면서 일본거주인원이 많아 개인정보 취합 상 어려움이 발생했다. 김위원장은 "이들의 자료제출이 늦어진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관해서도 각 오너일가가 비상장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점은 강조하면서도 해결책으로 각 경영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오너 일가는 주력회사 지분만 보유하고 비상장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야 한다”며 “법률로 제한하기보다 사회 발전을 위해 오너 일가의 자가적인 노력이 수반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일감몰아주기는 하청기업 등 중소기업과의 공정경쟁과 혁신을 막고, 계열사 몸집불리기를 통한 편법승계 등의 목적으로 이용돼 왔다.

반면 김 위원장은 삼성에 대해서는 빠른 변화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발언에 공감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는 사안을 두고 여당을 중심으로 한 법안발의와 금감원, 금융위의 지적에도 수년째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며 “늦어질수록 한국사회에 필요한 기회비용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과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의 재벌개혁을 3~5년간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 출범 후 1년안에 바짝 조이면 반발이 생길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도를 설명했다.

참여연대·민변, “재벌개혁 자발적 노력?…역사상, 국정농단·갑질·편법 뿐”

@ 참여연대
@ 참여연대

참여연대와 민변 등 주요 시민단체 들은 이날 회동에 대해 논평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요점은 재벌들과 세 번째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재벌 경영진의 ‘자발적인 노력’만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난 게 아니냔 지적이다.

민변은 11일 “심화되고 있는 경제력 집중 문제 및 재벌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각종 불공정행위가 만연한 상황에서 자발적인 노력에 맡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불가능하다”며 “우리 역사상 재벌의 ‘자발적 노력’으로 개혁이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총수일가 재벌 그룹을 좌지우지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재벌개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왜곡된 재벌 위주의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권에 뇌물을 줬고, 한진그룹 조양호 일가의 부각되고 있는 ‘갑질’횡포를 부렸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아들이 일반인에게 법적 판단을 두려워않고 폭력을 저지를 수 있던 배경이됐다. 공정위가 최근 출자구조 재편 방안을 발표한 현대차그룹을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의 긍정적 사례로 평가했지만, 사실 법의 허점만 이용한 개선일 뿐이고 최근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해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지주회사 관련 제재는 받지 않으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또한, "우리 경제가 재벌그룹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다보니,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정점에서 재벌그룹은 사업리스크를 고스란이 하청업체들에 전가한다"며 "현대중공업 등은 하도급 대금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워 일자리의 질과 임금 상황이 열악해졌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공정위는 ‘재벌 개혁의 속도와 강도를 맞추고 3~5년의 시간동안 일관되게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말보다, ’기계적 중립자‘가 아니라 ’재벌개혁의 추진 기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김 위원장과 그룹사 경영진들과의 만남은 작년 6월, 11월에 이어 문재인정부 출범 1주년이 되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가 되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책간담회에는 삼성 윤부근 부회장, 현대차 정진행 사장, SK 김준 위원장, LG 하현회 부회장, 롯데 황각규 부회장, GS 정택근 부회장, 한화 금춘수 부회장, 현대중공업 권오갑 부회장, 신세계 권혁구 사장, 두산 이상훈 사장, 대한상의 김준동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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