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환영 속 개편 등 요구
현대차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 계획”

엘리엇의 세부적 계획 공유 요청에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엘리엇의 세부적 계획 공유 요청에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삼성을 공격했던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을 향해 구조조정 등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공격에 나설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엘리엇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을 10억달러(약 1조500억원) 이상 매입했다”면서 “회사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주식 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로 등재된 후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으로써 기업 및 보유 주식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따라서 엘리엇의 이같은 성명 발표 이후 행보에 현대차그룹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엘리엇은 2015년 6~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고, 2016년 10월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30조원 특별배당 등을 요구하며 삼성을 공격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을 향해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입김을 넣어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어 가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예전 삼성과 달리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의 사업 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부분 합병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지속 가능한 기업 구조를 향해 첫 발을 내디딘 점은 환영한다”며 “순환출자 구조 개편안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추가적인 계획도 요청했다. 엘리엇은 “경영진은 그룹 내 계열사의 구조 개선과 자본 관리 최적화, 주주 환원을 어떻게 달성할지 세부적 계획을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협력하고 개편안에 대한 제안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대응 여부에 따라 엘리엇이 직접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개입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엘리엇의 이같은 입장은 주주에겐 나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현대모비스는 공시에서 “분할합병 이후에도 지난 2월 발표한 잉여현금흐름(FCF) 20∼40% 수준의 배당정책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잇따라 주주 친화정책을 펴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 역시 주주 친화 정책을 펼 것이란 분석이다.

엘리엇은 현대차 3사의 주식을 모두 합쳐 1.4% 정도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현대모비스 주주(보통주) 구성을 보면 기아차 16.88%, 정몽구 현대차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자기주식 2.72%, 기타주주 67.11% 등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리엇 성명 발표 이후 이날 개장 이후 14시 기준 현재 현대차(3.62%), 기아차(2.36%), 현대모비스(4.11%) 등 현대차 3사를 비롯한 현대차그룹주가 동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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