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놓고 통합파에서도 ‘균열’…통합 반대파, ‘비례대표’ 출당도 제동

▲ 안철수 대표를 위시한 국민의당 통합파와 박지원 전 대표 등을 비롯한 통합 반대파가 각자 서로 갈라서며 분당 수순에 돌입한 모양새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 뿐 아니라 반대파 측의 합의이혼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면서 이도 저도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박차를 가하던 국민의당에서 때 아닌 ‘햇볕정책’이 문제가 되며 통합 행보에 돌연 파열음이 일어난 모양새다.
 
물론 정체성이 상이한 양당이 통합해 가는 과정이니 만큼 일부 이견이 불거지는 정도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었지만 바른정당 역시 결코 양보는 없다는 듯 보수 색채를 한층 분명히 하면서 이 문제가 통합 논의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렇듯 통합파에서 예상치 못한 불협화음이 나오는 가운데 통합 반대파 사정도 그다지 순탄치 못한 분위기인데, 양당 통합에 맞서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분당’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비례대표 의원들을 출당시키는 데 대해 안철수 대표가 제동을 걸면서 이도 저도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통합파든 통합 반대파든 좀처럼 풀리지 않는 현 국면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대북정책 이견, 양당 통합 걸림돌 되나
 
지난 4일 국민의당 통합파 의원과 바른정당 의원들 간 정책 연구모임이자 양당 통합 강령을 논의하는 자리가 된 국민통합포럼에서 햇볕정책의 강령 반영 여부를 놓고 예상 밖의 설전이 벌어져 생각만큼 통합도 쉽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당시 바른정당 정책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소 최홍재 부소장이 “햇볕정책이나 상호주의 등의 대북정책에 대한 개념을 (신당 강령에) 굳이 적시할 필요가 있는지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햇볕정책을 선한 의도로 추진했다고 생각하지만 김정은, 김정일에 배신당했다. 이미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굳이 생각하면 과(過)”라고까지 평하자 국민의당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호남 출신인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비례대표)은 “DJ를 호남정신이라고 얘기한다. 햇볕정책을 건드리면 수도권도 전멸한다”며 “정강정책에서 이게 빠지게 되면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고 경고했고, 비호남 출신인 같은 당 신용현 의원조차 “햇볕정책은 기존의 대북정책 패러다임을 바꾼 면도 있고 북한을 한 동포로, 나라로 인정하며 인권적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라며 “(강령 포함이) 안 된다고 할 건 아닌 것 같다”고 바른정당 측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수도권이 지역구인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현재 (국민의당) 강령엔 햇볕정책은 없다”고 바른정당 측 주장을 두둔하고 나서다 이동섭 의원이 다시 “정강정책을 보면 7·4남북공동성명, 6·15남북공동선언 등이 들어가 있다”고 반박하는 등 통합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북정책에 대한 시각차가 분명히 엇갈렸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통합 반대파 측에선 모처럼 호기를 만난 듯 통합진영 내 균열을 즉각 파고들었는데,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바른정당은 개성공단 폐쇄, 한일 위안부 합의, 건국절 논란에 이르기까지 수구냉전적 시각이 자유한국당과 쌍란”이라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햇볕정책의 공과를 논할 자격이나 있는 분들이었는지 국민들께서 냉정히 평가하시리라 믿는다”고 바른정당에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의 경우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보수야합 세력이 햇볕정책 포기를 공론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안철수 대표와 통합찬성파가 유승민 대표의 냉전적 안보관에 맞추려고 햇볕정책을 포기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이라고 국민의당 통합파를 맹렬히 비판했다.
 
특히 최 의원은 ‘강령에 햇볕정책은 없다’고 역설한 이언주 의원의 주장을 꼬집어 “햇볕정책이란 단어가 없다는 이유로 (국민의당) 강령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햇볕정책 개념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발언”이라며 “너무나 궁색하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차라리 보수로 가야 하는데 햇볕정책을 안고 갈 수가 없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솔직한 것 아닌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더는 ‘좌시 않는’ 바른정당, 국민의당 향해 압박 강화
 
▲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가치를 훼손하는 통합은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으며 통합 과정 중 대북정책 등의 정체성을 놓고 내홍에 휩싸인 국민의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통합 반대파의 이 같은 공세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에선 국민의당 통합파 측 입장을 감안해 타협하기는커녕 도리어 보수 색채를 한층 강화하며 맞불을 놓고 있는데, 유승민 대표는 같은 날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간담회’에서 “어떤 경우라도 바른정당이 시작할 때 국민에게 약속한 그 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그런 통합이 돼야 한다”며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또 유 대표는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UAE 원전게이트와 관련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데 “한국당은 찬성했고 국민의당도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하는 등 국민의당을 향해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압박을 계속 가한 데 이어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에겐 바른정당을 폄훼한 데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등 직접 대응에 나서고 있어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이 통합에 역효과를 내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바른정당 일각에선 이번 논란에 대한 진화에 나서고 있기도 한데, 오신환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각 정당엔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를 서로 존중하며 자유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지향한다는 게 정강정책에 들어가 있다. 햇볕정책 갖고 논쟁을 벌이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하루 뒤엔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 의원 개개인별로도 햇볕정책에 편차가 있지만 바른정당 강령에는 햇볕정책 결과물인 6·15, 10·4선언을 존중한다고 돼 있다”며 “그런 점에서 바른정당은 대북 문제에 있어서 국민의당과 공통분모가 있는 것”이라고 ‘대북정책 이견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하 최고위원은 온갖 논란을 뚫고 통합을 강행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선 “안 대표의 여러 가지 면을 보면 저희들과 큰 차이가 없다. 요즘 바른정당에서 인기가 캡”이라며 “최근 모습을 보면 이제 자기 색깔을 제대로 찾고 있고,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 과거에는 박지원 의원이 안 대표의 상왕이다 그랬는데 지금은 거침없이 들이받는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통합 반대파, ‘비례대표 문제’로 분당도 쉽지 않아
 
이 같은 하 최고위원의 호평처럼 사실상 국민의당이 내홍 속에서도 통합이 강행되고 있는 데에는 안 대표의 강한 의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데, 안 대표와 계속 대립각을 세워오던 통합 반대파도 더 이상 통합 중단이 어렵게 되자 별 수 없이 ‘분당’ 채비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통합 반대파가 전당원투표부터 온갖 방해를 놓아왔던 만큼 안 대표 측에서도 순순히 ‘합의이혼’ 도장은 찍어주지 않으려는 분위기인데, 이 때문에 분당조차도 생각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합반대파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가 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김경진·김광수·김종회·박주선·박주현·박준영·박지원·유성엽·윤영일·이상돈·이용주·장정숙·장병완·정동영·정인화·조배숙·천정배·최경환 등 18명의 의원이 신당 창당에 동의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용주 의원은 아직 유보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에 모자라는 것은 물론 이 중 이상돈, 박주현, 장정숙 의원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 출신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당 의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례대표 의원(13명) 중 통합 반대를 공식 표명한 이들은 아직 3명뿐이지만 지난 4일 박지원 의원이 “합의 이혼을 안 해주면 거기(통합신당)에 놓고 우리 활동을 하면 된다. 그런 분이 4명 정도”라고 주장했던 만큼 향후 추가로 더 나올 수도 있는데,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신당을 출범시키려면 1석이 아쉬운 통합 반대파로선 비례대표 제명이나 출당을 시켜 줄 것을 바라는 데 반해 별 이득이 없는 통합파 측에선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 통합 반대파이자 비례대표 출신인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을 출당 혹은 제명시켜 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통합파 측에선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있어 신당 창당에 나선 통합 반대파에도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이상돈 홈페이지

실제로 통합 반대파인 이상돈 의원은 바이버를 통해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 경남도 비례 도의원이 국민의당 선거운동을 도왔다가 당원권이 정지된 일이 있었다. 안 대표는 그 도의원이 제명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저에게 부탁했다”고 상기시키며 자신도 제명해 줄 것을 촉구했지만 안 대표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례대표는 당을 보고 전국적으로 국민이 표를 주셔서 당선된 것”이라며 “출당시킬 권리가 당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즉각 거부했다.
 
그렇다고 통합 반대파 측은 의원 3분의 3 이상 찬성을 통한 ‘셀프 제명’을 단행하려고 해도 윤리심판원 의결이 전제돼야 한다는 당규가 발목을 잡고 있어 이조차도 어려운 상황인데, 당장 이날부터 김경진 의원을 신당창당기획단장으로 내세워 분당 수순으로 돌입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분당도 쉽지 않아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다만 그나마 양측이 합의 이혼에 나설 만한 접점이 있다면 ‘전당대회 개최 협조’ 정도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당초 전당대회 개최권한을 가진 의장과 부의장 모두 통합 반대파 측이 장악하고 있어 순탄한 개최가 어려워진 통합파에선 전자투표 방식을 통해 국면을 우회 돌파하려고 했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에선 온라인투표가 정당법에서 인정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의장인 이상돈 의원을 비롯한 통합 반대파 측 비례대표 의원들이 전당대회 개최에 응하는 대신 자신들을 출당·제명해 줄 것을 통합파에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양당 통합에 반대하려고 전대 개최를 저지하려는 건데 독자 신당에 합류하기 위해 전대 개최에 협조한다는 건 ‘목전전도’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아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 국민의당 의원들의 선택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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