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개혁연대 이어 구당초까지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 거세져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국민의당·바른정당 정책연대협의체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출범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 문제로 계속 진통을 겪는 가운데 양당 지도부는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 몇몇 난관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거세져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평화개혁연대’ 외에 초선의원들이 결성한 구당초(당을 구하기 위한 초선모임)까지 출범하는 등 통합파에 맞서는 목소리는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국민의당보다는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간 통합 추진 의사를 내비쳐온 양당 지도부의 앞길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 安·劉, 양당 통합 속도조절?…선거 전 내홍 발발 우려한 듯
 
당 대표 당선 이후 격렬한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 가능성을 기회가 될 때마다 내비쳐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보수의 아성인 대구와 최근 지진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를 찾아 이 문제와 관련해 당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는데, 경북당원 간담회 직후 포항 죽도시장의 한 식당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에 대해 한 분도 빼놓지 않고 100% 모두 찬성하고 계셨다”고 강조했다.
 
처음 이 문제를 의원총회에서 논의했다가 대다수 호남 출신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의견을 수렴해보겠다고 끝까지 맞섰던 안 대표는 원외 위원장 회동에서도 격론이 벌어지며 심지어 욕설 논란까지 일어나는 등 내홍만 부채질하게 되자 결국 지방순회까지 감행하면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대표는 이날 ‘바른정당과 연대까지만 하고 통합은 숨고르기 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무엇을 하겠다,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제 정확한 말은 정책연대가 이제 시작됐는데 정책연대가 잘 되고 서로의 공통점들이 확인된다면 선거연대 논의를 시작해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해 당장 통합보다는 선거연대 쪽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풀이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역시 서강대에서 ‘개혁보수의 길’이란 특강을 통해 “세력 없이 세상을 바꿀 순 없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이야기도 그런 맥락”이라면서도 “저 (개혁보수의) 길을 포기하고 합당을 통해 의석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공학적 통합론에는 일견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유 대표는 “다음 선거에서는 국민적 지지를 얻어 세력을 얻어야 한다. 정당이 세를 모으는 것은 결국 선거”라며 “지방선거까지 비록 시간이 부족하지만 총선과 대선이 남았고 저희들이 일관되게 이런 (개혁보수의 길) 것을 보여 지지를 얻어야 한다. 개혁보수의 길을 가는 동안 좋은 친구를 만나면 함께 가는 것”이라고 역설해 일단 통합은 장기적 측면에서 접근하면서 먼저 선거연대 쪽에 무게를 싣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 통합 반대 의원들, ‘평화개혁연대’와 ‘구당초’로 갈려 집결
 
이렇듯 양당 지도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데에는 그간 당내 반발이 더는 간과하기 힘든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는데, 실제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에선 양당 통합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그간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정책연대협의체’ 출범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통합 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은 사실상 통합반대 모임인 ‘평화개혁연대’를 결성하는 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광주일보 (국민의당 소속의원 중) 호남 23명 전수조사에 의거하면 20명 통합 반대, 찬성 2명, 유보 1명으로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통합에 반대하는 분들이 일취월장”이라며 “호남 의원들은 지역 정서를 감안하면 통합이냐, 아니냐 최종적 결정 순간엔 통합 반대로 돌아설 것”이라고 안철수 대표에 경고했다.

이들 중 모임 결성 주축으로 꼽히는 박지원 의원은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광주일보 (국민의당 소속의원 중) 호남 23명 전수조사에 의거하면 20명 통합 반대, 찬성 2명, 유보 1명으로 현역의원들을 중심으로 통합에 반대하는 분들이 일취월장”이라며 “호남 의원들은 지역 정서를 감안하면 통합이냐, 아니냐 최종적 결정 순간엔 통합 반대로 돌아설 것”이라고 안 대표에 경고했다.
 
특히 박 의원은 양당 통합을 추진하는 국민통합포럼이 대전에서 두 당의 지역 당협위원장들을 불러 모아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점을 겨냥 “당원의 절대다수가 호남”이라고 꼬집은 뒤 “정치라고 하는 건 세계 어느 정당도 원내 중심으로, 의원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렇게 (통합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김태일 영남대 교수가 ‘낮은 단계의 서명운동을 하자. 평화개혁연대의 서명이 아니라 통합을 반대하는 의원들의 서명을 받자’고 제안했다. 오늘 논의해서 그런 서명을 받을 것”이라며 “일이 깨지든지, 살든지, 죽든지 결정될 것”이라고 지도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날 김경진ㆍ 김광수ㆍ김종회 ㆍ박주현ㆍ윤영일ㆍ이용주ㆍ이용호ㆍ장정숙ㆍ정인화ㆍ최경환 등 국민의당 초선의원 10명도 ‘당을 구하는 초선모임’(구당초)이란 명의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분에 휩싸이고 있다. 당이 쪼개질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갈등과 대립은 당의 신뢰를 저해하고 국민의 지탄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려는 어떤 시도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통합 논의를 그만두란 입장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양당 정책협의체가 통합을 위한 매개기구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한다”며 “당의 분란을 야기할 수 있는 어떤 언행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당의 분란을 자제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기 때문인지 이날 회견에 나온 최경환 의원은 통합반대파 모임인 평화개혁연대 참여 여부와 관련해 “논의는 있었지만 접어두자고 얘기됐다”고 밝혔고, 박주현 의원 역시 “평화개혁연대와는 다른 단위”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처럼 ‘평화개혁연대’ 외에 ‘구당초’까지 나오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제동을 걸려고 하자 다급해진 통합파에선 도리어 양당 통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강행돌파’ 주장을 일부 표명하기도 했는데, 이태규 의원은 1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라고 생각이 든다면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큰 가닥을 잡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렇지 않으면 선거연대든 통합이든 쉽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신생 창당이 아니고 신설 합당 정도로 간다면 법적 절차가 간소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도 크게 제약 받을 일도 없다”며 “안 대표는 당원들이 뽑은 대표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로에 대해서 당원들과 국민의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부연해 통합 반대파를 의식하기보다 일단 통합 찬성 당원들을 명분 삼아 합당 형태의 양당 통합이라도 강행해야 한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결국 통합파에서 당원 의견을 내세워 내년 지방선거 전 통합을 강행하지 않겠느냐는 의혹 어린 시선도 없지 않았는데, 일부 언론에선 이들이 오는 22~23일경 통합 여부에 대한 전 당원 투표 결과를 공개하는 전당대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내놓으면서 이런 심증이 더욱 굳어지려 하자 안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논의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일축하며 우선 수습에 들어갔다.
 
◆ 바른정당, 보수통합 ‘간 보기’도 통합 걸림돌 될 듯
 
문제는 양당의 통합에 변수로 작용할 요소가 비단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 외에 또 있다는 것인데, 바로 바른정당에서 저울질하고 있는 보수통합 ‘간 보기’다.
 
심지어 국민의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놨던 유 대표조차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한국당이 해체와 재창당 수순을 제대로 밟으면 우리 당 11명 다 설득해서 갈 생각도 있다”며 “현재까지는 국민의당과의 협상이 크게 앞서가고 있지만 한국당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보수통합의 여지도 남겨놔야 한다”고 한국당에 선을 대다가 국민의당 통합파로부터 해명을 요구받은 바 있다.
 
▲ 남경필 경기지사는 28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보수를 먼저 통합한 후 중도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 그 흐름으로 국민 전체 통합을 견인해야 한다”며 “보수의 통합과 개혁이 선행돼야 온전한 ‘보수+중도 통합’도 가능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열린 마음으로 보수통합에 동참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움직임에 급제동을 걸어 이제 통합론을 놓고 일어난 분열 양상은 바른정당으로까지 옮겨 붙는 모양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닷새 뒤인 28일 유 대표가 한국당과의 통합에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일련의 해프닝으로 그치는가 싶었는데, 같은 날 남경필 경기지사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보수를 먼저 통합한 후 중도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 그 흐름으로 국민 전체 통합을 견인해야 한다”며 “보수의 통합과 개혁이 선행돼야 온전한 ‘보수+중도 통합’도 가능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열린 마음으로 보수통합에 동참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움직임에 급제동을 걸어 이제 통합론을 놓고 일어난 분열 양상은 바른정당으로까지 옮겨 붙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한국당까지 ‘바른정당 흔들기’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복당한 의원들하고 얘기해보면 유 대표에 대한 리더십에 회의를 느끼는 의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유 대표가 외톨이 신세”라며 “바른정당에서 앞으로 추가 탈당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추가탈당설을 부채질했다.
 
또 그동안 바른정당에서 추가 탈당이 있더라도 ‘이미 문 닫았다’고 공언해왔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까지 30일 “샛문은 열려 있다”며 복당 수용 가능성을 밝히면서 일부에선 현재 11석에서 그 절반으로 더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 추진 이전에 서로 당만 쪼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데, 양당 지도부가 상호 선거연대 등 당장의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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