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를 놓고 정치권까지 연일 쟁점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영남이 텃밭인 새누리당은 물론 영남에서 9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차기 대선후보들까지 나서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오든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에 국토교통부는 일찌감치 국내 업체가 아닌 프랑스의 ADPi(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맡겨 공정성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발표일인 24일이 2주나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일각에선 입지 선정 평가기준을 문제 삼으며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신공항 입지 선정은 어디까지나 기능적 요소에 우선 중점을 두고 고려돼야 하지만 차기 대권 등과 관련해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까지 개입하면서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시기 벌어졌던 상황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거기다 일부 지자체장은 신공항 유치에 자신의 직까지 걸고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등 외주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될 문제에 어떻게든 외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번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와는 성격이 약간 다르지만 과거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입지 선정을 두고 전국적으로 홍역을 치렀던 경험에 비쳐본다면 이번 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사회의 지역이기주의는 심각한 수준이다.
 
당시 기존 방폐장의 수용량이 한계에 직면해 신규 방폐장 건설이 촌각을 다툴 상황이었음에도 입지 선정 문제를 두고 전북 부안에선 대규모 반대 시위까지 일으키며 군수의 방폐장 유치 결정을 철회시켰고, 결국 방폐장 부지로 결정된 경주 역시 건설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이처럼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방폐장에 대해 보였던 극렬한 ‘NIMBY’ 현상은 어떤 면에선 생존과도 연결될 수 있기에 일부 이해할 수도 있지만 혐오시설이 아니라 이익시설인 신공항 건설 문제에도 마치 혐오시설 반대 때와 다를 바 없이 지나치게 과열돼 지역민심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의 정도가 지나치지 않느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어떤 결과를 기다리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목소리만 높이면 뭐든 가능하다고 인식하는 나쁜 버릇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에 기인한 바가 크다.
 
정부든 민간에서든 작은 것부터라도 공정한 절차를 통해 결정이 이뤄졌음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왔다는 그간의 인식이 축적돼 무슨 결과를 내놓더라도 ‘불신’부터 갖고 바라보게 되니 자기 목소리를 부득이 내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피해의식’에 휩싸여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용역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고 장외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도 이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민심을 수습해 하나로 묶으려고 시도하기는커녕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주기 힘들다는 이유로 난처하다며 갈등을 방치하거나 오히려 일부는 대권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 상황을 기회로 민심 분열을 조장하기까지 해 한층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조차 제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민심 분열을 조장하는 데 앞장서는 고질병을 고치지 못한다면 향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칠 만한 시설이 들어올 때마다 나라 전체가 위부터 아래까지 흔들리는 촌극이 반복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갈등으로 지출하게 되는 사회적 비용이 되려 이익시설 유치로 얻는 이익을 잠식할 만큼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치권을 비롯해 모든 관련자들은 신중히 결과를 기다리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