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사퇴…정기 주총도 연기

▲ 현대중공업이 논란 끝에 사외이사로 추천했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대신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현대중공업이 논란 끝에 사외이사로 추천했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대신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사외이사 후보 교체를 위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정기 주주총회를 일주일 뒤인 이달 25일로 연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기존에 추천했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을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추천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적절성 논란이 일자 민유성 전 행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하면서 현대중공업은 홍기현 교수의 선임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유성 전 행장을 둘러싼 적절성 논란은 최근 민유성 전 행장의 행보로부터 비롯됐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논란이다. 민유성 전 행장은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국내에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민유성 전 행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서 사실상 참모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격렬하게 진행돼 온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특성상 민유성 전 행장은 롯데그룹 측으로부터 “더 이상 분란을 조성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최악의 시기 속에서 현안이 가득한 현대중공업 사외이사직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민유성 전 행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을 부추겨 본인 잇속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더욱이 민유성 전 행장이 국책은행의 수장 격인 산업은행장을 지냈던 점도 우려를 자아냈다. 현재 조선업계는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적자를 비롯, 조선 빅3 모두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조선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을 천명한 상태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수장을 지냈던 인사가 사외이사로 있을 경우 실무인력 등이 제대로 된 방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주주나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감시와 견제의 목소리를 내야 할 사외이사가 국책은행의 수장 출신이라는 점은 제대로 된 구조조정에 독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새로 선임될 홍기현 교수는 1999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활동해 왔다.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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