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EL 우선매수청구권 효력 감소…후보들 반색 속 경쟁 가열

▲ 현대증권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이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되면서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해 성사 직전에서 무산된 현대증권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이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되면서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25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사회에서 현대증권 관련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을 변경하는 사안을 의결했다.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증권 인수 최종 제안가와 같은 가격으로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최대 주주인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지분 22.4%를 담보로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4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빌리면서 부여받은 권리다.
 
이사회가 변경한 안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본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본입찰에서 실질 매각가를 제시, 타 후보들의 제안가가 이보다 낮으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이보다 높으면 그 후보에 현대증권을 매각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간 ‘파킹딜 의혹’ 등 진성매각 여부에 대한 논란에 휘말렸던 현대그룹은 이로써 현대증권 매각에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하고 공개매각 공고에 이어 현대증권 매각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후보들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 변경…“진성 매각 의지”
이사회가 행사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는 산업은행 등의 채권단과 현대그룹 측의 치열한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매각 흥행을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인 우선매수청구권을 스스로 해소해주기를 원했다. 인수 후보들 역시 헛심만 쓰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대그룹 측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배임과 연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4220억원을 빌려주면서 안전장치로 받은 권한인데 이를 포기하는 것은 배임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양측은 매각 흥행을 인수 후보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본입찰에 직접 참여해 인수가를 제시하는 방안이 최종적으로 도출됐다.
 
통상적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은 본입찰 후 최종 제안가가 확정된 뒤 행사된다. 하지만 현대그룹과 채권단은 ‘공정한 매각’을 위해 이 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헐값 매각도 방지하면서도 진성 매각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예상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공개 매각으로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 이사회가 행사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는 산업은행 등의 채권단과 현대그룹 측의 치열한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KB금융·한국금융 등 반색…인수전 열기 가열
현대증권 인수후보들은 이 같은 소식을 반기고 인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현대증권 인수후보들은 총 4~5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찌감치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하며 출사표를 던지고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에 더해 최근 LIG그룹 계열사인 LK투자파트너스가 사모펀드 최초로 인수전에 참여했다.
 
여기에 중국 푸싱그룹과 안방보험도 잠재적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EY한영회계법인과 비밀유지협약을 맺고 투자설명서를 받아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른 사모펀드가 추가로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인수전 참여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인수전 참여를 검토했던 키움증권은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진성매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상대적으로 현대증권 인수전 열기가 높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현대그룹이 잇따라 공정한 매각에 대한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분간 나오지 않을 대형 증권사라는 희소성도 인수전 열기를 높이는 요소다. 현대증권은 자기자본규모가 3조원을 훌쩍 넘는 업계 5위권의 대형 증권사다. 지난해 대우증권 매각까지 완료되면서 당분간 이 정도 규모의 증권사는 매물로 나올 일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증권의 높아진 눈높이 새 변수 되나
이에 현대증권 매각가가 현재 예상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매각 대상인 현대증권 지분 22.4%를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3400억원 정도가 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5000~7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하지만 잇따라 현대그룹이 인수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을 제거하고 있고 인수전 경쟁 양상이 치열해지면서 주가는 물론 인수가 역시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증권 주가는 최근 20영업일 동안 20% 넘게 올랐다.
 
이에 현대증권의 높아진 눈높이는 새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6500억원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지만 현대그룹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6500억원은 지난해 오릭스가 제시했던 가격이다.
 
이에 인수전 양상이 치열해질수록 상황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의 제안가가 7000억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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