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사퇴 예고’, 선대위 체제 재편 신호탄…安 신당 타격 우려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는 19일 오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 되는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사퇴할 뜻을 내비쳤다. 사진 / 원명국 기자
19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선 후퇴’ 수준이 아닌 근시일내 ‘사퇴’할 의사를 내비치며 그간 당 내홍의 원인이 돼 왔던 문 대표 사퇴 요구와 조기 선대위 출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급격히 안철수 측 신당인 국민의당으로 야권 지지층이 몰리는 가운데 그동안 내심 추가 탈당을 걱정하기에 급급했던 문 대표는 꾸준히 신규 인사 영입에 나선 끝에 ‘개혁적 보수 인사’로 꼽히는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하면서 드디어 야권 지지율의 무게추를 더민주 측으로 끌어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김종인 영입’ 카드로 반전을 이뤄낸 문 대표는 탈당을 예고한 의원들이 ‘눈치작전’에 들어간 가운데 제1야당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총선 전까지 몇 안 되는 기회인 이 시점에 자신이 물러나고 김 선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선대위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야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또 문 대표는 자신의 총선 불출마는 물론 인재영입위원장직에서도 사퇴하는 등 김 선대위원장에 확실히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그간 ‘문 대표와 친노패권주의’를 문제 삼으며 ‘혁신 이미지’를 강조해온 국민의당을 긴장케 하고 있다.
 
◆ ‘文 백의종군’ 카드, 국민의당 기세 꺾나
 
문재인 대표의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 이후 더민주는 일부 탈당에도 불구하고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듯 자신감을 회복해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연일 이어지던 추가 탈당 행렬도 그 기세가 차츰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그간 안심하고 있던 새누리당까지 더민주의 김종인 영입 카드에 견제구를 던질 정도로 경계하자 문 대표는 이 같은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19일 자신의 사퇴 카드까지 연이어 내놓으며 국민의당과 첨예한 경쟁을 이어가는 현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모든 승부수를 던졌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대책위원회가 안정 되는대로 빠른 시간 안에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선대위로의 권한 이양을 신속히 진행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각오”라고 사실상 사퇴 의사를 굳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저는 총선에서 지역구든 비례든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라며 “백의종군을 하곘다면 인재 영입(위원장직) 등 모든 직책을 다 내려놓는 것이 깔끔하지 않겠느냐”고 해 당권에 연연하지 않고 선대위에 힘을 실어주겠단 뜻을 확고히 했다.
 
그동안 당내 비주류의 탈당까지 감수해가며 당 대표직을 흔들지 말라고 일갈해오던 모습과 달리 이날 그는 “제가 그동안 지키고자 했던 것은 대표직이 아니라 원칙과 약속”이라며 “통합에 물꼬를 틔우기 위해 제가 비켜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누차 전향적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그간 연쇄 탈당까지 일으킨 비주류 측과의 갈등이 당권 투쟁의 일환이 아니라 국민에게 공천권을 국민에 돌려주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강조하며 “저는 온갖 흔들기 속에서도 혁신의 원칙을 지켜 계파공천과 밀실공천이 불가능한 공정한 공천 절차를 마련했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렸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거듭 자신의 대표직 사퇴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유능한 경제정당, 든든한 안보정당, 강력한 수권정당이 되겠다”고 당의 핵심 방향을 내놓았는데 그동안 새누리당이 강조해오던 ‘경제, 안보’를 역으로 더민주의 주요 키워드로 삼아 ‘정권심판론’을 내세웠단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또 그는 연쇄 탈당사태를 촉발시키며 당에 최대 위기를 몰고 온 안철수 의원 측을 겨냥해 “정치의 기본은 대의명분인데 최근의 야권분열은 그 어떤 명분도 없다”며 “명분 없는 탈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끝났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 대표는 호남권을 중심으로 창당하고 있는 여타 신당에 대해서도 “지역을 볼모로 하는 구태 정치가 새로운 정치일 수 없다”며 변화의 바람은 오히려 우리 당에서 불고 있다“고 해 신당 측으로 기울었던 야권 지지층을 되돌리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인재를 계속 발굴, 영입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하겠다”며 “재창당 수준의 확 달라진 모습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해 국민의당과의 ‘혁신’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문 대표는 야권 신당세력에 이처럼 강공을 펴는 한편 야권 연대의 가능성도 동시에 열어놓으면서 강온 전략을 펼쳤는데 “박근혜 정권의 불평등 경제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데 동의하는 야권세력이라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야권 연대에 대해)공개적이고 공식적인 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손을 내밀었다.
 
특히 그는 여러 차례 주장해 온 바대로 총선 전 선거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우선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정의당과는 현실적으로 통합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선거연합이 논의돼 왔다”며 “범야권이 연대된 힘으로 이번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는 또 현재 상호 ‘치킨 게임’식 공방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에조차 “크게 통합을 의논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다만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맞서 야권을 이기게 만들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끌 중심세력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강조해 사실상 현재 국민의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선언적 성격의 제안을 내놨다.
 
이는 총선 승리를 위한 통합의 당위성을 내세워 국민의당을 압박하는 한편 제1야당으로서의 주도권을 확실히 쥠으로써 더민주내 탈당 기류를 확실히 차단하고 국민의당이 타고 있는 상승세도 꺾겠다는 여러 효과를 노린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문 대표는 더민주의 ‘김종인’ 카드에 맞선 국민의당의 ‘한상진’ 카드에 대해서도 최근 논란이 일었던 ‘이승만 국부’ 발언을 거듭 문제 삼으며 “한상진 위원장 자신도 그 말을 취소한 것 같다”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 안철수 “文 살기 위해 수단 안 가려” 격앙
 
▲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19일 ‘김종인 카드’와 ‘사퇴 카드’로 강하게 압박하는 더민주 문재인 대표의 반격에 대해“살아남기 위해선 수단방법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문 대표가 그간 절대 불가하다던 ‘사퇴’ 카드를 과감히 내놓은 걸 계기로 이날 국민의당에 파상공세를 펴자 안철수 의원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먼저 더민주 측에 반전의 전기가 된 ‘김종인’ 카드를 겨냥해 맹공을 퍼부었다.
 
안 의원은 이날 문 대표의 기자회견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입장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어려우면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했는데 김종인 위원장 영입은 원칙 없는 승리라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살아남기 위해선 수단방법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다. 만약 노 대통령께서 살아있었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문 대표를 질타했다.
 
이는 친노 측과 노무현 대통령의 후계를 자처한 문 대표를 서로 갈라놓기 위한 포석에서 내놓은 발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국민의당 측에도 더민주의 ‘김종인’ 카드가 미친 여파가 상당했으며 이날 문 대표의 ‘사퇴’ 카드도 안 의원 측이 더는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민의당 측은 이 같은 더민주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 대표가 지적했듯 ‘이승만 국부’ 발언으로 역사 논란을 일으켰던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이날 4·19 관련단체를 급거 방문해 사과를 전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서는 한편 국민의당으로 옮긴 더민주 탈당의원들 역시 “현역의원으로서의 어떤 보장이나 공천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하며 ‘사퇴’ 카드를 내놓은 문 대표와 치킨 게임을 이어갔다.
 
또 국민의당은 문 대표 측이 제안한 연대 제안에도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야권 연대는 결단코 없다”고 단언한 바와 달리 이날 오후 최원식 대변인 명의의 당사 브리핑에선 “야권 연대는 깊은 성찰이나 반성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조건부 수용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야권 연대에 대한 국민의당 측 입장 표명을 두고 실제 더민주와의 연대 의지가 담겼단 평가보다 이날 문 대표의 야권 연대 제안처럼 현실적으로 어렵단 부분을 인식하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서 야권 통합을 이루지 못해 새누리당에 패배하게 됐다는 구실을 주지 않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차원에서 내놓은 발언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의당 측은 이날 문 대표의 ‘사퇴 예고’에 대해서도 “(선대위 안정화라는)조건 있는 사퇴란 뇌관이 어떻게 불거져서 야권의 지형을 어지럽힐지 걱정된다”고 꼬집으며 더민주의 ‘판세 뒤집기’를 잠재우는 데 부심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은 이날 경제계 전문가로 김봉수 전 키움증권 부회장을 영입하는 등 더민주 측과의 인재 영입 경쟁은 지속해나가는 한편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움직임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날도 더민주에서 탈당했던 무소속 신학용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키로 하면서 교섭단체 구성에 한 발짝 다가섰는데, 문제는 어떤 부정부패 전력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던 당의 방침과 달리 입법비리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신 의원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향후 새로운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영입을 강행했다는 것은 반대로 더민주 측에서 새로이 탈당할 인사들이 거의 줄어들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하고 있어 총선을 얼마 안 남기고 양측 중 어느 쪽이 야권의 대표주자 자리에 우뚝 서게 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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