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 외형확장에 몰두…이용객 감소 우려

▲ 저가항공사(LCC)들이 대형 항공사를 위협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잦은 결함 발생으로 ‘안전 불감증’이 대두되고 있다. ⓒ뉴시스
저가항공사(LCC)들이 최근 잦은 결함이 발생해 ‘안전 불감증’이 대두되고 있다. LCC는 기존 대형 항공사를 위협할 정도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국내선 전체 이용객 가운데 절반 이상은 저가항공사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LCC는 안전 문제에 대해 꾸준히 지적을 받아 온 데다, 최근 결함 등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비판까지 더해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지난 6일 국적 LCC 최초로 누적탑승객 3000만명을 넘어섰다.
 
제주항공은 지난 2012년 5월 누적탑승객 1000만명을 돌파, 이후 2004년 7월 2000만명을 넘어섰다. 1000만명을 돌파한 건 취항 6년만이며, 1000만명에서 2000만명을 넘어서기까지는 2년2개월, 2000만명에서 3000만명이 된 건 1년6개월이 걸렸다. 향후 4000만명을 돌파하는 데는 1년 안쪽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주항공의 약진뿐 아니라 업계 전반적으로 LCC업체들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10월27일 누적 탑승객 2000만명을 돌파했다. 취항 7년만에 이룬 쾌거로, 국내 LCC 중 최단기간을 기록했다.
 
아울러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1월 취항 6년10개월만에 누적탑승객 1500만명을 돌파했으며, 티웨이항공도 지난 11일 누적탑승객 1300만명을 넘어섰다. 진에어도 취항 4년만인 지난해 2월 국내선에서만 누적탑승객 2000만명을 돌파했다.
 
◆성장세 환영하지만…안전문제에 발목 잡힐라
 
LCC는 기존 항공사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국내선 탑승객 분포를 살펴보면 LCC이용객은 전체탑승객의 절반을 넘어선 54.2%를 기록했다. 국내선 이용객 두 명중 한 명 이상은 LCC를 이용한 셈이다. 같은해 11월에는 137만명이 LCC를 이용, 전년 동월대비 23.2% 급증했다.
 
그러나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안전 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2일 오후 4시30분 오사카에서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운항할 예정이던 ‘7C1383’편에서 조종석 왼쪽 창문에 미세한 금이 발견됐다.
 
제주항공은 재빨리 대체기를 투입했지만, 승객 151명은 8시간여 늦게 한국에 도착해야 했다. 제주항공은 대체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식사 쿠폰을 제공하고 지연 보상규정에 따라 4만원씩 보상하기로 했다. 현재 어떤 경로로 금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에도 결함이 발견돼 승객들의 불안을 초래했다. 지난해 12월23일 6시30분쯤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 ‘7C101’편에서 여압(기내 압력조절)장치에 결함이 발생, 탑승객 152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겪었다. 이상을 감지한 조종사는 착륙 20분 전 급강하하면서 승객들이 귀 통증을 겪기도 했다.
 
사고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여객기가 제주공항에 발이 묶이면서 이날 해당 여객기로 예정된 김포∼제주, 제주∼김포 5편의 운항이 줄줄이 결항됐다. 이 여파로 현재까지 김포와 제주를 오가는 제주항공 36편이 지연 운항되며 고객들의 큰 불편이 이어졌다.
 
▲ 업계에서는 LCC가 안전 문제에 대해 꾸준히 지적을 받아 온 데다, 결함발생에 대한 미흡한 조치가 도마에 오르면서 이용객들의 외면을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제주항공

◆에어부산·진에어 등 LCC 문제로 대두
 
에어부산도 안전 논란에 대해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11일 오전 중국 마카오에서 출발해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에어부산 ‘BX382’편에서 기체결함이 나타났다. 승객들이 탑승하기 전 기체를 점검하던 중 조종석 창에 금이 간 것이 발견된 것이다.
 
에어부산 측은 항공기 수리를 위해 24시간 지연운항을 신고하고, 대체 항공기를 투입해 12일 새벽 승객들을 태우고 부산에 도착했다.
 
예약 승객 183명은 가운데 일부는 타 항공사를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했지만, 150여명은 현지에 남아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31일에도 결함이 발견됐다. 오전 9시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할 예정이던 에어부산 ‘BX8105’편의 기체 점검 과정에서 내부 유압계통에 문제가 발견됐다.
 
이에 에어부산은 점검을 위해 이 항공기 대신 162석 규모의 항공기를 해당 노선에 투입해 정상적으로 출발했지만, 기존보다 작은 항공기를 투입한 결과 승객 33명은 대체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이밖에 진에어 ‘LJ038편’은 지난 3일 필리핀 세부 막탄 공항에서 출발해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출입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상황에서 비행하다가 20분만에 긴급 회항하기도 했다.
 
◆외형확장 집중에 안전은 뒷전?
 
잦은 결함 발생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승객들의 신뢰를 잃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저가항공사 성장세에도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과 특가 이벤트 도입 등 다양한 장점으로 LCC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꾸준히 지적돼 온 안전 논란에 승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형확장에만 몰두한 나머지 안전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른 한 관계자는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LCC 6개사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할 만큼 안전문제가 대두된 상황”이라면서 “경쟁적으로 외형확장에만 온 신경을 기울이다가 안전문제 때문에 발목이 잡힐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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