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지 24일 만인 10일 자진 퇴거해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있었던 1차 민중총궐기를 비롯해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 노동절 대회 등 올해 총 9건의 집회에서 불법 폭력시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23일부터 수배 중이던 그는 특히 1차 민중총궐기 당시 “모든 책임은 민주노총 위원장인 제가 짊어질 테니 두려워말고 저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라”며 집회가 폭력 시위로 비화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만의 시위대와 경찰이 직접 충돌한 1차 민중총궐기로 결국 시위에 참가한 농민 한 명이 사경을 헤매는 지경에 이르게 됐는데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앞장설 것을 독려하던 한 위원장은 정작 시위 후 3일 만인 17일 조계사로 숨어들어가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과거 시위에서도 주동자들이 종종 종교시설을 방패삼거나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도주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어온 지라 경찰은 은신 당일부터 조계사에 수십명의 경찰을 배치한 것으로 시작해 한 위원장을 구인하기 위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9일엔 무려 천여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하기에 이르렀고, 압송 당일인 10일엔 그 2배인 2천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또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피신한 기간 중 지난 8일까지 소요된 경찰 예산만 2억 6844만원에 달하고, 배치된 기동대만 131개 부대 1만 480명에, 일선 경찰서 형사·수사과에서까지 차출한 수사 경찰관 1768명 등 단 한 명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력을 과잉 투입했단 점에서 명백한 공권력 낭비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세계가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민감한 시기인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경찰이 연말연시를 치안질서 확립을 위한 비상근무 기간으로 정해 민생치안에 집중해왔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중요한 시기에 이번 사태로 자칫 치안 공백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경찰에 책임을 묻기에 앞서 애당초 원인을 제공한 한 위원장, 그리고 그를 숨겨준 것도 모자라 이번 사태를 중재하겠다고 나서며 사태를 장기화시킨 불교계에 물어봐야 할 것이다.
 
한국불교가 지향하는 대승불교는 개인의 해탈도 중요하지만 도탄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는 데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으며 약자를 보호하고 대변하겠다는 종교의 특성에 비쳐볼 때 한 위원장을 매몰차게 내칠 수 없었던 것은 불가피한 부분 아니었냐고 혹자는 말할 것이다.
 
또 ‘신성한 종교시설’을 지난 9일 조계종이 밝힌 것처럼 “또 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80년대 군부 정권 하에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명동성당으로 도피하던 시기가 아니며 한 위원장 역시 단순한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여러 차례 불법 시위와 집회 중 위법 행위로 기소된 끝에 재판 출석까지 수차례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배범’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는 지난해 5월 24일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해 기소된 것 뿐 아니라 올해 5월 노동절 집회 땐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도 이미 체포영장이 나온 것은 물론 기소된 지 반년이 다 돼가는 데도 수차례 재판에 불응할 정도로 ‘법 위에 군림하는’ 인물이다.
 
민주노총 세력을 믿고 법을 무시하며 자신을 체포할 경우 총파업이 일어날 것이라 정부를 겁박하는 이가 과연 사회적 약자인 것일까.
 
명분이 어떻든 간에 진정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면 떳떳하게 나와 그간 자신의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질 부분은 확실히 책임지고 주장할 부분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주장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모습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지난 1차 민중총궐기 때 있었던 폭력 시위를 통해 얻어낸 것은 하나 없이 오히려 시위 농민 한 분이 중태에 빠지는 불행한 결과를 이미 겪어봤다면, 또 이후 있었던 2차 집회에서의 평화적 모습이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더 받았다는 점에 비쳐본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시위 양상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도 그 같은 단체의 지도자로서 고민해봐야 될 것이다.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뭔가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는 절대 선진사회가 될 수 없고, 법을 지키고 그 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펼치는 것이 선진사회의 모습임에도 집회를 주관하는 대다수 시민단체들은 시대착오적인 폭력 시위에 여전히 매여 있다.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불필요한 희생과 사회적 비용만 치르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스스로에게나 국가에게나 모두 불이익만 낳게 되는 결과로 돌아오게 된단 점에서 그저 후진적인 우리 시위문화의 민낯만 재확인하게 될 뿐 이로울 건 하나 없다고 할 수 있다.
 
소위 결단 끝에 자진 출두한 듯 하고 있는 한 위원장도 이미 폭력 시위로 얼룩져 민심이 등 돌리게 된 지난 1차 민중총궐기는 차치하고서라도 평화적으로 치러진 2차 집회로도 여론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스스로가 처한 현재 상황을 저울질한 끝에 결국 더 이상 불교계에 부담을 주지 않고 퇴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강경 일변도의 반정부 투쟁만으로는 더 이상 민중에 호소력이 없단 점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 위원장도 깨닫고 시위문화 역시 새로이 거듭나게끔 변화된 민주노총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울러 이번 한상균 사태로 홍역을 치른 불교계 역시 아무리 존귀한들 종교의 자유가 법보다 위에 있을 순 없단 점을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37조 2항을 통해 새삼 확인했으면 한다.
 
아울러 종교시설이 법의 사각지대가 되어 제2, 제3의 한상균을 만들어 낼 도피처로 활용된다면 이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한상균 강제퇴거 여부’를 두고 신도들끼리도 내분이 일어났듯 종교 내에 괜한 분란만 일으키는 ‘자승자박’적인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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