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류 ‘활짝’…섬유·가전업계는 ‘울상’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산업계의 이해득실 계산도 분주해 지고 있다. ⓒ뉴시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산업계의 이해득실 계산도 분주한 모습이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에서는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이 의결됐다. 정부는 연내 발효를 위해 후속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통령 재가와 공포까지 모든 행정절차를 20일 내에 마무리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정부의 공언대로 연내 발효가 성사되면 우선 발효일에 1차로, 내년 1월 1일 2차로 관세 철폐가 이뤄지게 된다.
 
아직 미국이나 일본이 중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만큼 무역업계에서는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부진했던 수출의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GDP규모가 10조4000억달러로 우리나라의 1조4000억달러의 7배가 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중국 시장 개방 효과로 막대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반면 일부 내수 품목이나 농업부문 등에서는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따라서 수혜를 입는 분야와 피해를 입는 분야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한류 열풍 화장품 업계, 날개 단다
한·중 FTA가 발효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는 화장품 등의 화학산업과 의류산업 등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특히 대표적인 한류 품목인 화장품 업계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에 가장 많은 화장품을 수출했다. 또한 중국 화장품 시장은 성장세가 연 10%에 달하고 아직 화장품 사용 인구가 10% 정도에 불과해 막대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자국 화장품 산업의 경쟁력 보호를 위해 6~10% 정도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관세가 인하될 경우 대중국 수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더욱이 한국 화장품들은 이미 증치세나 소비세가 붙었던 상황에서도 성장을 이어온 터라 이번 FTA로 가격 인하 효과를 톡톡히 보고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중국 지역 15개 무역관을 통해 현지 기업 30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도 중국 바이어들은 FTA가 발효될 경우 화장품 업종이 가장 유망하다는 응답을 내놓기도 했다. 선택률은 무려 20.5%에 달했다.
 
증시에도 이 같은 전망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날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3.72% 오른 41만8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LG생활건강도 1.98% 올랐고 코스맥스(3.28%), 토니모리(2.74%), 에이블씨엔씨(3.33%), 한국콜마(3.33%) 등 화장품주들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 1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본회의에서는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이 의결됐다. 정부는 연내 발효를 위해 후속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의류·의료기기 업계도 청신호
패션·의류업계나 아웃도어 업계도 ‘메이드 인 코리아’ 파워를 내세운 장밋빛 전망의 주인공이다. 의류의 경우 지난해 30억 달러가 넘는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지만 중국이 품목 대부분에 대해 기존 8~10% 수준이던 섬유산업 분야 관세에 대해 평균 10년의 단기 철폐를 수용, 국내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여건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생산 아웃소싱 비중이 높은 한국 패션기업이나 한국 직수입 상품으로 중국에서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는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제고가 예상된다.
 
중국 내에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쌍방울은 이날 “한·중 FTA 체결로 관세가 순차적으로 철폐되면 매출 총이익률이 개선되고 가격 경쟁력 제고가 전망된다”면서 수혜를 예상했다. 이날 베이직하우스가 1.76% 올랐고 한섬(2.02%), 쌍방울(1.98%), LF(1.21%) 등 의류 관련주들 역시 증시에서 1~2% 가량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밖에 상선부문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부품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조선기자재 부문이나 국내 완성차의 중국 현지공장 수주 증가에 따른 수혜를 입는 간접효과가 예상되는 자동차 부품 업계도 수혜 종목으로 거론된다.
 
의료기기나 생활용품 등의 고관세 소비재와 법률·엔터 등 서비스 산업 등도 수혜가 예상된다. 이날 CJ CGV 주가는 7.33%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울러 의약품 원료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국내 의약업계 역시 원료의약품 공급이 원활해질 경우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형 의류·가전업계는 울상…일부 농수산업 분야도 비상
다만 같은 섬유·의류업계에서도 별다른 브랜드 없이 소규모로 신발이나 의류 등을 제작하는 영세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저가 상품군이 집중 타깃인 영세업체들은 관세 철폐로 중국산 저가 제품의 대거 공세에 직면하게 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월 섬유·의류 중소기업 300여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 46.7%의 업체가 한·중 FTA의 가장 큰 효과로 ‘국내 생산기반 붕괴 우려’를 택한 바 있다.
 
또한 섬유원료인 TPA(테레프탈산)나 폴리에스터의 경우 중국은 양허에서 제외한 반면 한국은 즉시 철폐키로 해 만만치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이 역시 코오롱과 효성 등 이미 중국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소기업들은 중국산 저가 섬유가 관세 없이 국내에 들어오기 때문에 피해가 예상된다.
 
전자업계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물론 중국 판매 제품 대부분을 현지에서 소화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소형 가전시장에서 중국산 중저가 제품의 역습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 공기청정기나 선풍기, 커피포트, 다리미 등의 중소형 가전제품의 경우 가격에 크게 민감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산 제품들이 유통망이나 AS망에서 문제를 드러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전체에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부 농축산물 농가의 피해도 우려된다. 이번 한·중 FTA에서는 기존 FTA보다 월등히 많은 548개의 농축수산물이 양허 제외 지위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쌀을 비롯, 고추·마늘·양파 등 일부 채소와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주요 품목은 개방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관세 인하가 없던 상황에서도 중국 농수산물 수입이 급증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FTA를 계기로 중국 농수산물 수입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우리나라는 농수산업 분야에서 일방적으로 대중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대두와 사탕무 등 일부 재배업 품목과 가공 농산물 수입 증가, 조개류나 양식용 뱀장어 등의 저가 공세 등으로 연평균 750만 달러의 교역 수지 악화가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해 농어촌 상생협력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대기업들로부터 반강제적으로 기금을 걷는 것이라는 ‘준조세’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 농수산물 분야에서는 대두와 사탕무 등 일부 재배업 품목과 가공 농산물 수입 증가, 조개류나 양식용 뱀장어 등의 저가 공세 등으로 연평균 750만 달러의 교역 수지 악화가 예상된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자동차·조선업계 등은 별 영향 없을 듯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거나 아직 영향력을 예단하기 쉽지 않은 분야도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업계나 반도체, 조선업계가 거론된다.
 
양국 모두 양허대상에서 제외된 자동차 분야는 한·중 FTA가 발효되더라도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중국은 현재 수입차에 22%가 넘는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이미 중국에 4개의 공장을 가동하면서 5공장을 짓고 있고 기아차 역시 3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에서 총 180만대 가까이 생산해 판매했다.
 
조선업계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조선업계는 ‘편의에 따라 어디에서나 등록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관세를 부과받지 않고 있다. 선박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또한 한국과 중국 간의 선박 발주도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 영향도 없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관세를 적용받지 않고 있는 휴대전화, 반도체나 컴퓨터 주변 기기 등이나 양국 모두 보호 수준이 높은 전기 분야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 역시 대부분 품목에서 무관세 거래가 지속되고 있고 건설 역시 현장에서 중국산 철근 사용률이 미미한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설기계 역시 이미 무관세 대상이다.
 
게임업계는 아직 우려와 기대가 반반으로 갈리는 상황이다. 우선은 중국의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게임회사들이 국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한국 진출에 대한 추가 보호 장치가 없어 이 같은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반면 저작권이 강화돼 중국 퍼블리싱이 활발해지고 피해 보상이 명확해지는 등의 장점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경우 국경이 없는 모바일 게임사들은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 인구를 대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용이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컴투스나 게임빌, 더블유게임즈 등의 주가는 1~4%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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