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황 부진에 삼성·현대차그룹 재편 돌입 가능성 제기

▲ 최근 삼성카드가 농협금융으로 매각된다는 소문이 돈 데 이어 현대카드도 GE캐피탈 보유 지분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경영권 매각설이 제기되는 등 카드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최근 삼성카드가 농협금융으로 매각된다는 소문이 돈 데 이어 현대카드도 GE캐피탈 보유 지분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경영권 매각설이 제기되는 등 카드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GE캐피탈의 현대카드 지분 매각에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9일에도 공시를 통해 “GE캐피탈이 보유한 현대캐피탈·현대카드 지분 인수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답변, 지난 5월과 동일한 답변을 내놓았다.
 
반 년이라는 기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는 셈이다. 결국 업계 3위의 현대카드 지분 매각을 조속히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경영권까지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삼성카드 역시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을 NH농협금융에 넘길 것이라는 보도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2010년에 이어 5년여 만에 다시 매각설이 불거진 셈으로, 양 측이 이 보도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카드업계, 업황 부진 전망 ‘시름’
카드업계 2위와 3위가 나란히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카드업계 업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결정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은 단편적인 예다. 내년 1월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최대 0.7%p까지 인하된다. 자영업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카드업계 전체로는 연간 7000억원 가량의 수익이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페이를 비롯한 간편 결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결제시장 내에서 카드사들의 입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업황 부진 전망의 주 원인이다. 삼성페이는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며 누적 가입자 100만명을 넘겼고 LG전자 역시 LG페이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각종 ‘페이’류들의 바람도 거세다. 내년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하면 직접 카드를 발급해 각종 ‘페이’류 서비스들과 제휴할 수도 있다.
 
정부가 체크카드 장려에 나서면서 기업 계열 카드사들의 고충도 심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선거철만 되면 카드사들이 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등의 수수료를 내리도록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현대카드 경영권 유지 ‘장고’ 돌입?
결국 양사의 매각설도 카드업계의 업황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양사의 수익은 각각 8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카드는 기본적으로 GE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43% 가량의 매각만 추진하고 있다. 가치로 환산할 경우 약 8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현대카드의 경영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이 지분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36.96%, 기아차 11.48%, 현대커머셜 5.54% 등 현대카드 지분의 53.9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현대차그룹과 GE캐피탈은 현대카드 지분의 매각 절차에 공식적으로 돌입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마땅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의 업황도 좋지 않은데 경영권을 가져올 수도 없는 지분을 인수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해당 지분은 반드시 처리돼야 하기 때문에 결국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보태 경영권까지 매각하지 않는 한 GE캐피탈 지분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E는 지난 2005년 현대차그룹과의 합작 차원에서 6783억원을 들여 현대카드 지분 43%를 인수했다. 당시 10년으로 설정된 지분 계약 기간이 지난해 말 만료됐고 외환위기 이후 금융사업 축소를 추진하는 GE는 이 지분을 정리키로 결정했다.
 
GE는 현대차 측에 현대캐피탈 지분과 함께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현대차는 현대카드보다는 현대캐피탈 지분만 인수키로 했다. 
 
▲ 현대차그룹과 GE캐피탈은 현대카드 지분의 매각 절차에 공식적으로 돌입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마땅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지분 일부를 보태 경영권까지 매각하지 않는 한 GE캐피탈 지분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삼성카드, 5조원대 매각설 부인에도 불씨 여전
1위 신한카드를 맹추격하고 있는 업계 2위 삼성카드는 최근 5조원대 매각설에 휘말리면서 카드업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지난 17일 한 매체는 NH농협금융이 삼성카드 인수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삼성그룹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71.9%를 5조원 가량에 인수키로 했다고 보도해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매각설은 이재용호 출범 이후 사업 재편에 나선 삼성그룹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카드 부문을 정리하고 NH농협금융은 삼성카드를 인수해 농협카드 분사를 추진, 리테일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담았다. 가뜩이나 2010년에도 삼성카드가 신세계그룹으로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일단 보도가 나오자 양 측은 즉시 진화에 나섰다. 삼성카드 원기찬 사장은 바로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매각설을 일축했다. 농협금융 역시 “TF를 구성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어떠한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삼성카드 매각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역시 카드업계 업황 부진이 이유다. 더욱이 카드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삼성카드는 삼성그룹 내의 입지도 더욱 좁아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맞아 ‘선택과 집중’을 기치로 빠르게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삼성그룹이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포화상태에 이른 신용카드 시장에서 삼성카드의 비전이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추측이다.
 
더욱이 삼성그룹이 향후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경우 삼성생명이 아닌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삼성카드는 삼성생명 휘하로 편입되거나 아예 매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카드 지분은 삼성전자가 37.5%, 삼성생명이 34.44%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삼성카드가 현재는 수익성 측면에서 일정의 성과를 내고 있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성페이를 키우고 있는 삼성그룹이 쉽게 삼성카드를 내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카드업계 업황이 앞으로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분간 기업계 카드사들은 인수·합병설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