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케이블이 안테나 구실

▲ 음성 명령을 인식하는 스마트폰을 마이크로폰 겸용 이어폰으로 전파를 쏘아 해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관심을 받고 있다. ⓒPicjumbo
음성 명령을 인식하는 스마트폰을 마이크로폰 겸용 이어폰으로 전파를 쏘아 해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관심을 받고 있다.
 
프랑스 국립정보보안연구소 무선보안연구실 소속의 샤우키 카스미와 호세 로페스 에스테베스는 최근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저널 ‘IEEE Transactions on Electromagnetic Capability’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영문 논문을 게재하였다.
 
이 내용은 논문 게재와 비슷한 시기에 올해 여름 파리에서 열린 학회에서도 발표됐으나 일부 프랑스 웹사이트 등에서 거론됐을 뿐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들이 이를 뒤늦게 발견하고 보도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에 꽂혀 있는 이어폰 케이블이 안테나 구실을 하므로 주변의 전자기파를 받아들여 스마트폰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 해킹의 원리다.
 
만약 마이크 기능을 갖춘 이어폰이 꽂혀 있는 스마트폰 주변에서 음성 신호가 실린 강한 전파를 발생시키면 이 전파에 실린 신호가 이어폰의 케이블을 통해 스마트폰에 전달된다. 이렇게 되면 이것을 스마트폰이 음성 명령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배낭 크기의 장비를 이용해서 약 2m 거리에서 이런 방식의 해킹에 성공했으며, 더불어 대용량 배터리가 포함돼 자동차에 싣고 다닐 수 있는 정도 크기와 무게의 장비를 이용했을 시에는 약 5m 이상의 거리에서도 성공했다.
 
인구가 많거나 시끄러운 공간이나 공항 같은 곳에서 해커들이 전파 발생 장치를 이용해 주변 스마트폰들에 유료 서비스 전화를 걸도록 명령을 내린다면 금전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스마트폰의 버그나 정보시스템의 보안 결함은 아니며, 스마트폰이 잠금 상태에서 음성 명령을 받도록 설정이 돼 있어야 하고 마이크 기능이 있는 이어폰이 꽂혀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또한, 스마트폰 이용자가 이를 보고 있거나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이상한 상황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뿐더러, 요즘 애플 시리나 구글 나우는 사용자 본인 음성을 기억해뒀다가 인식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이런 해킹의 실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시사포커스 / 김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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